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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5년 6월
평점 :
몇년 전, 열하일기에 빠져있던 나는 자연스럽게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의 책들을 읽게 되었고 팬이 되었다. 그와 함께 동의보감을 읽고 임꺽정을 읽었다.
이번에 나온 이 책도 열하일기와 함께 전 세계 여행기의 고전(서유기, 돈키호테, 허클베리 핀의 모험, 그리스인 조르바, 걸리버 여행기)들을 다시 읽어보는 것이다. `고전`인 만큼 우리가 이미 읽었거나 `읽었다고 생각되는(?)` 책들인데 저자의 독특한 해석과 함께 하다보니 다시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진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책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어렸을 때 어린이용 동화로 읽은 기억이 날 뿐인데 이 책이 그리 대단한 책이라 한다. ㅎㅎ
˝현대 미국 문학은 모두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이후에도 그만큼 훌륭한 것은 없었다.˝ 라고 헤밍웨이가 말했단다.
그에 비해 ˝인종적 쓰레기˝라고 비난 받기도 하고 젊은이들에게 유해하다고 금서 조치를 받기도 했다고 하니 대단한 `문제작`임이 틀림은 없는듯 하다.
미시시피 강물위를 뗏목을 타고 다니며 유목민 생활을 하는 헉도 매력적이지만 마크 트웨인이 `낭독의 달인` 이었다는 저자의 얘기를 듣다보니 내 기억저장소에 담긴 소중한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어렸을 때인데도 이 기억만큼은 유난히 선명하고 선생님 이름과 얼굴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께서는 종례 시간에 의자를 하나 놓고 앉으셔서 책을 읽어 주셨다. 사실 거창한 낭독회랄것도 없는, 미리 뭔가를 준비한 것도 아닌, 그냥 책을 펴고 덤덤하게 읽어주시는데 한반의 60명의 아이들이 모두 이야기를 몰입해서 들었다.(물론 딴짓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겠지만 조용한 목소리로 책을 읽으시는 선생님께서 방해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던 듯하다)
그때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걸리버 여행기, 비밀의 정원 같은 책들을 읽어 주셨는데 어린이용의 짧은 책이 아니라 비교적 두꺼운 책들이어서 마치 장편 라디오 드라마를 듣듯이 다음 이야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들었다.
아마 그때 우리들은 낭독의 즐거움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라면 그정도의 책을 스스로 못읽을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선생님께서 굳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읽어주신 이유를 마크 트웨인의 낭독회 부분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즐거움때문에 아이들과 가족낭독회 같은 것을 제안해 보기도 하지만 번번히 거절당한다.ㅠㅠ
기억이 잠시 딴데로 샜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책 속의 보물을 다시 발견한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또 위시리스트에 몇권이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