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다 - 버리고, 바꾸고, 바로 잡아야 할 것들 선대인연구 2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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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감스럽게도 지금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국 경제가 왜 문제인지,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됐는지를 모른다. 그게 이해관계 때문이든 무지 때문이든 말이다. 일례로 많은 이들은 '경기가 안 좋아서' 자신의 생활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일정하게 호경기와 불경기의 사이클과는 무관하게 계속 어려웠다. 경기가 안 좋아서라기보다는 거칠게 표현하면 한국 경제의 승자독식 구조가 강화된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관건은 가진 자만 계속 배 불리는 잘못된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경기 타령만 하는 이들이 많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빈약한 저소득층이자 저학력층이 그런 인식을 많이 갖고 있다. (P. 25)

 

1992년이었다. 빌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사뭇 도발적인 캐치프레이즈로 재선을 노리던 조지 부시를 누르고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때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편 이곳에서 그때 그 구호가 울려 퍼진다. 저자의 말처럼 서민들은 거짓된 사탕발림에 속아 몰표를 줄 만큼 어리석었고,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했다. 프롤로그는 '원고를 쓰면서 여러 번 눈물을 훔쳤다'는 대목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데이터와 '진실을 알고 있는 자'로서의 양심과 무게감이 작용했을 터인데,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명백히 '잘못' 굴러가고 있는 것은 맞는데, 딱히 어쩔 줄 모르겠는 답답함에 몸서리쳐질 것이다.

 

선진국보다 유난히 심한 대한민국의 재벌 독식 현상은 경제민주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에게 거대한 벽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해 언론과 방송까지 모두 한통속이 되어 국민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먹게 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과연 우리에게도 '봄날'이 오긴 올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경제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전 세계가 모두 당면한 문제라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오롯이 우리 힘만으로 풀어낼 수 없다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잖은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실컷 눈치 보면서 내줄 것, 내주지 말아야 할 것 모조리 다 퍼주기만 하면, 이 나라 이 땅에서 이 시대에, 하필이면 제일 '불우한 세대'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지는 않더라도 내심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다. 기성세대들이 부동산 투기로 돈 좀 벌어 나름 재미 좀 봤다면, 피해란 피해는 고스란히 다 끌어안게 된 오늘날 20대의 삶은 정말 애처롭기 짝이 없다. 죽어라 아르바이트를 해도 교통비다 통신비다 점심값이다 빼면 고작 몇 푼 남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비싼 대학 등록금은 감당하기 버겁기만 하고, 일자리가 없어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88만원 세대"에게 과연 기성세대가 어떤 해법을 내줄 수 있을까? 아무쪼록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경제 문제를 방치해둔다면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전락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지금보다 더 암울해진다면? 글쎄,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땐 분명 대부분의 사람이 더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때일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있는데, 제일 먼저 현재 대한민국 경제 10대 위기를 정리하고, 2부에서는 앞으로의 10년을 예측한다. 그리고 3부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이야기 하고 있다. 나 역시 경제에 능통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읽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저자가<나는 꼽사리다>에 참여하면서, 한국 경제 현실을 알릴 수 있는 책을 써달라는 주문을 받았다더니, 정말 그 요청과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고 말았다! 말하자면,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디고 어리숙했던 일반인들도 큰 어려움 없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말이다. 

 

고용 및 임금 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단순히 정부의 고용정책과 노동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한국 경제 전반에서 안정적인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는 구조가 점점 훼손된 탓이 크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부동산 버블의 급속한 팽창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 및 생산 경제의 위축, 부동산 투기에 가담한 가계의 금융 이자 부담으로 인한 내수 위축, 수출 대기업 위주의 지원책과 가계의 금융 이자 부담으로 인한 내수 위축, 수출 대기업 위주의 지원책과 재벌 독과점 구조의 방치로 인한 벤처기업들의 고사, 인구와 자원이 감소되는 가운데 가속화되는 수도권 집중 정책, 양질의 일자리를 양산하지 못하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토건 사업 위주의 개발정책 등이 점점 일자리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경제구조와 환경을 구축하기는커녕 이를 오히려 훼손하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적자재정 투입 등 몇 가지 대책을 도입한다고 해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지는 않는다. (p. 55)


참, 지난주 화요일 20일 KBS 시사기획 창에서 "재벌 독식"을 다뤘다. 국내 재벌기업의 독식과 정부에 외면당하고 무참히 쓰러져 가는 중소기업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어서, 아무리 시사프로그램이라고는 해도 새삼 KBS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이 책을 이미 읽었든, 안 읽었든, 관심이 있든 없든 누구든 꼭 볼 만한 내용이다. 오랫동안 홍대 앞에서 수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아온 제과점이라고 해도 대기업 앞에서는 그저 자리를 내주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어떻게 그 가게를 운영해왔고, 그 가게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나라를 대표하고 전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이른바 글로벌기업들이 이처럼 동네 상권을 넘보는 행위는 정말 저자의 표현대로 "좀스럽다." 솔직히 '이건희 떡볶이,' '이재용 오뎅'이란 말 자체가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게 X팔린 일 아닌가? 잡스가 살아있는데 전 재산을 탕진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잡스가 '아이머핀, 아이코크, 아이버거' 같은 거 만들겠다고 하겠나? 이건 좀 아니다. 그냥,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당당히 겨루며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고수하는 거, 그게 더 멋지다.

 

 

KBS 시사기획 창 다시보기 (3월20일 - 재벌독식)

http://news.kbs.co.kr/news/actions/BroadNewsAction?broad_code=0039&menu_code=0167&cmd=broadMonthlyIndex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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