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뒷골목 수프가게
존 고든 지음, 김소정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뉴욕 뒷골목 수프가게

(원제: SOUP: A Recipe to Nourish Your Team and Culture)

 

처음에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제목만 보고 뉴욕의 수프가게를 탐방한 맛 기행인 줄 알았는데, 이런 세상에… 이 책은 성공과 조직 혁신에 대한 내용이다. 

 

파산 직전에 놓인 수프 사의 CEO, 낸시. 판매 실적은 나날이 악화되고, 직원들은 전혀 의욕이 없다. 어느 날 점심에 비서 브랜다와 함께 들린 뉴욕의 자그마한 수프가게에서 맛본 수프와 그곳의 사람들에게 감동한 낸시는 그들의 맛의 비밀, 즉 그 수프가게의 성공비결을 배워, 쓰러져 가는 자신의 회사를 되살리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기업의 생존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인재)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조직에 어떤 이가 합류하느냐에 따라 그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주위의 동료에게 미치는 영향과 팀에 가져다주는 그 여파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R&D 기술력이 뛰어나고, 영업마케팅이 뛰어나다고 한들, 그 조직에 속해 있는 자들이 축 늘어진 채 조직에 대한 애정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아무런 열의가 없이 그저 하루하루 시간을 채우고 월급을 받는데 익숙해져 있다면, 과연 그 조직은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아니다. 사실상 그 가정부터가 잘못됐다. 낸시의 회사에 있던 결코 적지 않은 그 직원들처럼 매사에 불만만 많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아예 관심부터 없고, 그저 기존에 누군가 오래 전에 이루어놓은 성공의 잔재를 답습하는 데 급급하다면 그 조직의 기술력이든 영업력이든 경쟁사보다 우월할 수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사람의 장점이 '변화'에 대한 열망이 아닌가? 조직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CEO를 보고, 그간의 불만과 회의를 거두고 그와 함께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이들처럼 말이다. 에너지가 가득한 낸시가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있던 긍정의 기운을 자극하고, 그것은 또 저 깊숙이 자리해 있던 그들 각자의 열정에 불을 지핀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주변인들로부터 그리고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과 조직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고 또 주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던가? '내가 잘되는 길이 내가 속한 조직이 잘되는 길이다'라고 말하는 건 너무 '고용주스러운' 멘트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 생각이 절실했다.

  

가만 보면, '비결'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비결'이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다. 비결이 뭐냐고 물어오던 낸시에게 다이엔이 뭐 특별한 비결이 있겠냐고 말하질 않던가. 아마도 처음에 낸시는 다이엔이 비결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나 보다고 생각했겠지만, 다이엔 입장에선 진짜 비결이랄 게 없으니 오히려 낸시를 보면서 답답했을 것이다.  

 

"누구나 그 비결은 음식(재료)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난 아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우리 식당 말고도 많지 않수? 요리법이 특별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 식당 수프는 오래전부터 우리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방법을 써서 만들지만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요리법이라우. 물론 수프야 요리법대로 나오는 거지만 굉장한 요리법이야 여기저기 얼마나 많아?”(pp. 38~39)

 

원래 요리는 어머니 손맛이라고 하질 않나.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어머니가 해주신 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수프의 맛의 비결, 잘 나가는 조직의 비결이 뭐 따로 있을까? 결국은 수프를 누가 어떠한 마음으로 끓였느냐 하는 그것이 비결이며 또 그것이 전부이다. 다만,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원 각자가 기꺼이 서로 신뢰하며 공통된 비전을 공유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라는 커다란 관건이 있겠다. 사람이 늘어갈수록, 그 과정은 당연히 더 고될 테니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직 내 신뢰가 부족하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직원들은 의욕을 잃어가고, 판매는 부진한 데다, 대표마저 갈팡질팡할 때 이른바 초심을 찾고자 하는 상태일 때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게다가『에너지 버스』를 좋아하는 자라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관계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뜻이에요."

"관계는 동사다?"

"그러니까 관계는 고여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매순간 만들어내야 하는 무언가라는 거죠. 관계는 행동에서 나와요. 관계는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결과물이고, 함께 나눈 상호작용, 함께 한 일의 결과예요. 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내가 그들의 삶에 참여하게 되고 참여하는 관계가 형성되는 거예요. 동료들과 함께 일할 때도 참여하는 관계가 형성돼요. 함께 일하고 행동하는 동안 함께 참여하는 관계가 형성되고, 참여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내는 팀워크가 만들어져요." (p. 149)

 

참, 흥미로운 부분은 "활기차게 일하는 사람 여덟 명 당 투덜히 한 명이라면 우리 회사는 세계 일류 회사가 될 수 있어요.(p. 130)"라던 부분이다. 자, '내가 속한 조직에는 "투덜이"가 몇 명인가? 나는 그 "투덜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물어볼 때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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