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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얏상 ㅣ 스토리콜렉터 9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극락컴퍼니』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게 된 하라 고이치의 작품이다.『극락컴퍼니』가 그러했듯이 현대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속에서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노숙자를 두고 이렇게 뻔뻔할 정도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도 되는 걸까?'싶을 정도로 주인공 얏상은 시종일관 밝고 위풍당당하기까지 하다. 얏상은 분명 그가 속한 사회에서 루저(loser)의 범주에 속하지만, 꿋꿋하고 당당한 그는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주인공 다카오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비굴한 태도를 보이지 말고 노숙자의 긍지를 가지라"고 충고하는데, 그 스스로 루저이면서도 또한 루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은인이다.
대부분의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마도 노숙자에 대한 생각부터 해보게 될 것 같다. 거리에서 밤을 보내고 버려진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그들에게도 얏상처럼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고, 한때는 그들 또한 꿈꾸는 것이 있었을 것이며,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차가운 길바닥 위에 누워 있을지언정 머릿속으로 또 가슴 한편엔 과거 한때는 부단히도 노력했을지 모를 그들만의 소중한 꿈의 한 조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어쩌면 가장 먼저 복지혜택을 받아야 하는 그들이 사회 분위기가 점점 흉흉해지고 끔찍한 범죄사건과 연루되면서 응당 받아야 할 관심과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절대 빈곤층이 늘어나는 이 시점에 이 소설은 그리하여 생각보다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다. 게다가, 노숙자이면서도 사회를 부정하고 원망하기보다는 "노숙자라는 존재는 도시의 은혜 안에서 산다"며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지도 말고 '혜택받은' 환경에서 살고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는 얏상의 역설적인 태도는 부의 재분배와 사회 불평등, 그리고 '나눔'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게 그 중요성을 전달하기까지 한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잔뜩 웅크린 채로 탄식이나 분노 또는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동적이고 희망적인 제목처럼 어딘가로 향해 힘차게 달리는 주인공 얏상이 어찌 보면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즉 작위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어쨌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본연의 '밝음'을 잃지 않은 데다, 기죽지 않고 당당하며, 또 자기보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그 여유로움에서 희망의 기운이 전해져 온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히 잘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터릿에 대한 언급 때문일 것이다. 하라 고이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투영한다. 비록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낙관적이지는 않더라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그는 현실 속에서 희망을 노래한다. 어깨를 쭉 펴고 앞을 보며 이제라도 달려보라며.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흔해빠진 '루저들의 희망가'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한껏 기운을 북돋다가도 어느새 터릿에 대한 경고를 늦추지 않으니 말이다.
"똑똑히 들어둬. 멍하니 정신을 놓고 다니다가는 트럭이니 터릿이니 하는 것들에 인정사정없이 치이는 수가 있다고. ····· 장내에서 걸어다닐 때는 저 터릿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잰걸음으로 다니는게 기본이야. 멍하니 있다 터릿에 치이면 치이는 놈이 잘못이야." (P. 15)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