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올려 죄송합니다. 처음에 이메일로 보냈던 글은 발표로 하기에는 제 개인적인 얘기가 많아서 다른 글을 올립니다. 

고민하고 망설이는 과정에서 시간이 너무 지체됐습니다. 죄송해요.  

아래글은 문화초대석에 당첨돼서 갔었던 이태석 신부님 추모 2주기에서 느꼈던 감동을 후기로 올린 글입니다.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고 계신 분들 앞에 다듬어지지 않은 제 글..부끄럽구요. (주기자 버전)

추모 상영회와 강연에서 큰 감동을 받아, 돌아와서 바로 썼던 글이라 생생함은 좀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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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알라딘과 영화를 만드신 구수환 피디님께 감사드립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이태석 신부님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다녀와서는 이태석 신부님의 고귀한 삶을 2주기 추모행사를 통해서라도 알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추모행사에 가기 전에 이태석 신부님이 쓰신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를 부랴부랴 읽고 가긴 했습니다.

책을 읽을 때보다 영화로 직접 그분의 생전에 모습들을 보니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직도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의 눈물을 보며 이 분의 삶의 발자취가 너무 크고 아름답다 느꼈습니다.

상영되는 내내 눈물이 계속 나서 훌쩍거리면서 봤습니다.


열악하고 위험한 나라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신부이자 의사이자 선생님, 아버지의 모습으로 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사랑을 심어주고, 아픈 사람들의 상처와 마음을 어루만져준 귀한 삶을 보며  제가 한없이 작고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쳐 병원을 손수 짓고,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주는 신부님.

그들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사랑을 실천하시는 모습,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톤즈 주민들과 한센병 환자들, 70되신 노신부님의 인터뷰를 보고 또 같이 울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을 그리워 하며 눈이 안 보이는 한센병 환자가 신부님 사진에 입맞춤하며 울 때, '사랑해 당신을' 이라는 한국노래를 연주하며 따라 부르는 브라스밴드 아이들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특히 70되신 외국인 신부님이 유창한 한국말로.. 나이도 많은 당신이 차라리 죽었더라면 기쁘게 갔을 거라고 하실 때 너무 눈물났습니다.  한창 젊은 나이에 재능도 많고 해야 할 일이 많은 젊은 신부님을 왜그리 일찍 데려가셨는지 모르겠다며 말씀하실 때에는 저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의 삶이 사랑을 실천하는 성직자의 참모습이기에 많은 이들에게 감동이 되어 그리움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영화를 만드신 구수환 피디님 말씀에도 참 많이 공감했습니다.

그동안 KBS '추적60분' 이라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하시던 분이 왜 이런 다큐를 찍게 됐을까 궁금했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처음엔 방송에서 기획으로 쓸 테마를 고심하다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통해 그 분을 알게 됐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를 바꾸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던 이 사회의 잘못된 관행들이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을 봤다고 하셨습니다.    


구 피디님 또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 직업병이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자녀들을 대할 때 꼬치꼬치 캐묻던 버릇이 없어지고 믿음을 가지고 부드럽게 대하게 됐다며 합니다. 제일 먼저 바뀐 것은 본인 자신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자 주위에 반응이 달라졌다고 하시네요. 그 말을 듣고보니 티비에서 볼 때는 다루는 주제가 무거운지라 굳어진 표정이었는데, 직접 강연회장에서 뵈니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이셨습니다.


피디님의 이야기처럼 이 사회의 리더들이 정말 아니다 싶은 행태를 많이 보이는데요. 이태석 신부님과 같은 진정한 '성김의 리더십' 을 배운다면 이 사회가 좀 더 살만한,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귀감이 되는 좋은 분들을 롤모델로 삼아 인생의 목표를 정할 수 있다면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나쁜 어른으로 성장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잘 나가는 유망직종에 유망직업을 갖겠다 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게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의사, 희망을 심어주는 선생님, 따뜻한 부모님 미소를 짓는 성직자와 같이

직업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마음을 가슴속에 새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직업 앞에 붙는 수식어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구요.

저부터가 작지만 바로 할 수 있는 사랑실천의 방법을 찾아 한걸음씩 내딛으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이태석 신부님의 따뜻한 미소를 떠올리며 글을 마칩니다.



p.s. 강연회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을 듣고 느낀 점을 소개할게요.

1. 구수환 피디님의 종교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천주교 신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고 하시는데, 본인은 불교 신자라고 하십니다.  이태석 신부님 같은 훌륭한 성직자의 사랑 실천의 가르침은 종교를 초월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종교의 큰 가르침은 사랑과 자비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 마음 속에 심어주고자 하는 것은 '사랑과 자비의 씨앗' 인데, 

그것을 죽이지 않고, 계속 물을 잘 줘서 '사랑과 자비의 열매'로 키우는 것은 우리들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2.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감동을 많이 받으셨다고 하며 학교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좋은 가르침을 주고자 한다고 하셨습니다. 구수환 피디님 이름처럼 말씀도 구수하게 잘 하신다며 박수를 치자, 강연장에 있던 사람들도 따라 웃으며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저도 초 중등생 공부를 가르쳤던 경험에서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환경이 안 좋은 아이들은 주늑이 잔뜩 들어 칭찬을 해줘도 어색해 하는 것을  봤습니다. 아이를 믿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어려서 선생님께 들은 칭찬과 좋은 평가가 가슴속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이 불우한 환경탓만 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문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좋은 환경과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어른들이 문제입니다. 어릴 때 좋은 경험들을 많이 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은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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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sin 2012-02-1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울지마 톤즈를 보았을 때와 친구가 되어주실래요를 읽었을 때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행사를 다녀오신 글을 읽고 있으면 도대체 언제 어디서 이 행사가 있었으며 어떤 계기로 알게 되어 혼자만 쏙 갔다 오셨는지(^^) 마구 궁금해 집니다. 장소와 시간과 참석하시게 된 계기도 작성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리얼리티 2012-02-1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강연을 많이 찾아 듣는 분이시군요! 저도 다양한 것을 많이 경험하려는 마음은 있는데, 일상에 그런 시간을 끼워 넣는 게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게으름 때문이지요. 긍정의 힘님은 아마도, 무척 부지런하실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돌아와서 바로 쓰신 글이어서 감상이 생생하게 잘 드러나 있습니다. 다만, 급히 쓰셔서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너무'라는 부사가 쓰임에 맞지 않게 쓰이기도 했고, 뜻이 명확하지 않은 문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를 바꾸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던 이 사회의 잘못된 관행들이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을 봤다고 하셨습니다." ->이 문장은 무엇을 바꾸려고 했고, 무엇이 바뀌었는지가 명확해 보이지 않습니다. 문장을 다듬으면 더욱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꽃별이 2012-02-1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지마 톤즈>보면서 병자답지 않은, 가을국화 같이 화사했던 신부님의 웃음과 신부님이 주신 십자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울음을 터뜨리던 소년 브릿지?때문에 눈물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드러나지 않아도, 스스로 사랑으로 존재하는 이태석 신부님과 같은 분이 계셔서, 삭막한 세상이라 해도 아직은, 따뜻한 눈물 한 방울과 같은 세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덕분에 글을 읽으면서 이태석 신부님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볼 수 있었으나, 전체적인 글의 구성이 하나의 개요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님의 마음을 흔들었던 한 부분이 섬세하게 부각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실리 2012-02-1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지마 톤즈>를 봐서 일까요? 이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된터라, 그분을 회상하게 만든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강연을 다녀 오신 후 바로 쓰신 글이라 신부님에 대한 맺음글은 고백처럼 느껴졌습니다. 두번째 강연자 질의 응답 부분은 보고 형식으로, 마지막으로는 님의 바램글 이네요. 영화 또는 TV 에서 얻지 못하는 강연장의 분위기나 강연자의 메시지 같은 것을 삽입하셨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좋은 행사에 직접 다녀오신 느낌이 더 생생하게 살지 않을까요?

이준입니다. 2012-02-1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잘 아는 교회 집사님 소개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종교를 초월해서 감동을 주는 것 같네요.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읽히는 글입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이 아니신데도 이 정도이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제일 마지막에 첨부해 놓은 것들이 모두 본문 속에 녹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신하는 부분에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손으로 편지를 쓰고 빠뜨린 부분을 첨부하는 것이지만, 요즘에야 수정이 편리하니 )
그리고 전체적으로 좋았다는 점 이외에 무엇을 강조하고 싶은지 모호하다고 생각합니다.

bytheway 2012-02-1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디님의 이야기처럼 이 사회의 리더들이 정말 아니다 싶은 행태를 많이 보이는데요. 이태석 신부님과 같은 진정한 '성김의 리더십' 을 배운다면 이 사회가 좀 더 살만한,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귀감이 되는 좋은 분들을 롤모델로 삼아 인생의 목표를 정할 수 있다면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는 나쁜 어른으로 성장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러면 좋겠지만, 너무 추상적이고 인과관계가 약합니다.
'한국방문의 해' 캠페인 몇번 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 한국이 관광선진국이 된다는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섬김의 리더쉽을 보고 아이들이 롤모델을 잡을 가능성은 무척 작아 보여요.

학교폭력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학교폭력은 권력과 폭력의 시스템을 아이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걸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서 배웁니다. 폭력피해를 이야기해도 학교에서는 사이좋게 지내라고 충고하는 정도가 고작이고 피해자를 돕거나 보호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죠.
섬김의 리더쉽은 의도는 좋지만, 시스템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만으로 보일것 같아요.
가난한 사람도 똑같은 권리를 누릴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게, 그런 시도를 계속하는 게 아이들이 긍정적인 비젼을 가지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돌이 2012-02-14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우연히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종교가 갖지 않은 저이지만, 신이 있다면 아마 저런 분들의 모습으로 현현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했습니다.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었던 그 당시의 감동이 살아나네요. 종교를 떠나 그런 분들의 희생과 봉사가 작은 씨앗이 되어 밀밭을 이루지 않을까요?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와 정보를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밈없는 문장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었습니다. 내용과 형식이 일치되었다,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만 현장의 감동이 너무 크셨던지, 이태석 신부님과 구수환 피디님의 비중이 비슷해진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제게는 크지 않은 아쉬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