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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올려두었던, 1강, 2강 후기를 옮겨놓습니다. 선생님과 참여하신 모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1강후기]
강의 후기를 짧게 남겨둔다. 홍대 카톨릭 청년회관, 저녁 7시. 6모임방에서 열렸다. 참여인원은 대략 스무명 정도. 전체 구성은 참가자들이 자기 소개를 하는 첫 꼭지, 타인의 글을 읽고 의견을 개진하는 둘째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첫 꼭지는 선생님이 들어와 강의 소개를 한다. '타인의 글을 읽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타인의 의견도 듣습니다. 함께 이야기합니다. 요컨데 토론식 강의며, 의견을 개진하고 함께 생각하면 됩니다.' 라는 기본적인 소개가 이루어진다. 이후 참가자들은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게 된다. 눈길을 끄는 점은 자기를 소개할 때 선생님이 "오늘 있었던 인상적인 장면을 소개해 주세요"라고 부탁한다는 점. 그 때문에 참가자는 특별한 준비 없이도, 자신이 하는 일, 근황, 소소한 일상까지 부담없이 소개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부담없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지울 수 있고 타인과의 이물감도 덜수 있다. 좀 더 나아간다면 친근감도 느낄 수 있겠다. 실제로 몇 분이 자기 소개를 한 이후 웃음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했으며, 교실을 편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았다.
둘째 꼭지는 다음 강의에 대한 소개를 곁들이면서 '타인의 글에서 무엇을 읽고 말할 것인가'를 강의한다. 하지만 일방향 강의가 아니다. 실제 글을 나누어주고 글에 대한 평가를 유도하면서 참가자들이 직접 '실행'하며 익힌다. 요컨데 글에 대한 평가를 이끌어내면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주는 형태다.(변증술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 우선 글을 한 편 나누어 준다. 짧은 시간을 주고 주욱 읽게한다. 그 다음 종이를 뒤집고 글이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를 묻는다. 대답은 다양한데, 선생님은 참가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핵심을 요약해준다. 일종의 퍼즐과 비슷해서 각 참가자들에게 남아있던 여러 부분을 취합, 개괄적인 인상을 그린다. 이것은 확실히 참가자들과 공유된다. 큰 틀이 그려지고나면, 글에서 '좋은 점'부터 묻는다. 사람이란 첫인상에 많은 것이 좌우되기 마련이니, 처음부터 '단점' 또는 '자유롭게'를 선택하며 글이 폄하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발언의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하며, 내용은 존중된다. 선생님은 필요에 따라 발언을 요약하기도 하고, 더 이야기 할 수 있을 법한 화제를 이르집어놓기도 한다. 예컨데 '글을 쓰다보면 자신의 의견과 무척 다른 이야기가 나올때도 있잖아요...?' 라는 발언이 나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쓰기에서 자신의 의도와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건 스스로 허용해야 하는 것일까요?' 하는 식으로 화제를 주지시킨다. 참가자는 그 화제로 옮겨갈 수도 있고, 여전히 글에 대한 자신의 다른 생각을 피력할 수도 있다. '장점'이라는 가이드 라인만 지켜진다면, 제약되는 건 없다. 다음 순서인 '단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듣는다. '장점' 부분과 대동소이하다.
'장점' / '단점'이 끝나면 이제 다시 글을 뒤집어 놓고 꼼꼼히 읽는다. 다시 읽으며 펜을 들어 줄치거나 표시하면 된다. 물론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목적하에서다. 좋은 구절이나 인상적인 예시 등에 표시를 해도 좋고 단점이나 논리적 비약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줄을 쳐도 좋다. 그 다음,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장점'과 '단점'을 말하는데, 이때 참가자들은 자신이 전에 가졌던 글에 대한 '인상'과 다시 읽은 '이해' 사이를 가늠해보게 된다. 발언은 동일하지만 내용은 좀 더 세밀하고 정밀해진다. 인상과 이해가 달라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신문의 칼럼에서 인터넷 잡문으로 평가가 널뛰기를 하기도 하고, 부정적 글에서 평균적이고 무리없는 글이라는 평이 이어지기도 한다. 좀 더 눈에 띄는 것은 선생님의 역할인데, 발언의 핵심을 요약하고 화제를 제시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작문적' 평가와 '가치관의 개입'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는 것. 독자의 가치관이 충분히 개입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대화와 토론이 '작문'으로 수렴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균형이랄까.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수업 분위기는 편안하다. 특별히 긴장한 사람은 없지만, 느슨하게 딴 짓을 하는 건 아니다. 모두들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고, 다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가벼운 이야기가 나오면 참가자들은 웃고 선생님도 재미있는 것을 찾아내려 한다. 정치적 견해가 표출되기도 하고 글의 형식에 관한 논의가 오가기도 한다. 참가자들 사이에 놓여있는 '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허용되고 발언된다. 반박은 할 수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게 수업은 2시간 가량 진행되고 마지막엔 다음 수업이 공지된다. 다음 수업에 읽을 글 6편이 선정되고, 답글을 달아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다. 답글의 형식은 오늘과 유사하게 할 것, 단순히 '잘 읽었습니다'라는 감상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것, 너무 단점을 강조하면 안 된다는 등의 주의사항이 주어진다. 이렇게 1강 끝.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서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넨다.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채롭다.
[2강 후기]
저번에 이어 2강 후기를 남겨둔다. 새로운 사항이 많았던 전 강의에 비해 이번엔 정리할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 참가자들은 이 수업이 모두가 참여하는 강의임을 알고 있어 공지사항이 따로 필요없다.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도 모두 공유하고 있다. 달라진 점은 두 가지. 첫 번째, 발표자들에게 책상과 걸상이 따로 마련된다. 책상은 일반참가자와 마주보도록 설치된다. 일반 참가자와 발표자 사이에 대립적 긴장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 선생님도 한 명의 일반 참가자로 참여한다. 여전히 발언내용이 나오면 핵심을 요약해주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대부분의 발언이 그냥 발언되고 꼭 필요한 경우만(대개 불분명한 발언이나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 내용, 간혹 글쓰기 강의로 수렴되어야 할 내용이 주지되어야 할 경우다. 하지만 대개는 논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이다.) 선생님이 정리를 해 주는 식이다. 발표자는 세 명씩 두 모둠으로 나뉘어져 있고 한 모둠당 시간 배분은 1시간씩.
순서는 이렇다. 우선 발표자들이 지정된 자리에 앉는다. 이미 그들은 자신의 글을 넷상에 올린 상태고, 모든 참가자들로부터 자신에 글에 대한 총평을 받은 상태다.(총평은 답글로 달린다. 답글의 형식은 따로 주문받은 것이 없지만, 칭찬과 비판이 공존하는 형태가 선호되었다.) 각 발표자는 5분 정도 자신의 글에 대한 발표, 예컨데, 원래 의도,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어떤 배경에서 썼는지, 자기 글이 상당히 별로인 것 같다든가, 이런 부분은 스스로 생각해도 좋다든가 하는 부분들을 언급하고 발표한다. 물론 개개의 총평에 대한 답변도 한다. 자기 변호를 하기도 하고, 지적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이야기도 한다. 세 명이 이런 형식으로 자기 글에 대한 발표를 하고 나면 이제부터 일반참가자와 발표자 사이에 '질문 - 의견 - 답변'의 형태로 수업이 진행된다. 순서가 특별히 지정되어 있지 않으며, 발언내용에도 제약은 없다. ㄱ 발표자에게 질문한 후, ㄷ 발표자로 넘어가도 좋고, 글의 전체 구조를 언급해도 좋으며, 세밀하게 지적해도 좋고, '글쓰기'와 큰 관련없는 일반적인 화제로 대화가 넘어가기도 상관없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다소 어색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먼저 질문을 던지며, 질문 답변의 흐름이 끊어지거나, 너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거나 하면 선생님이 다른 발표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개입하여 화제나 대상을 변경하기도 한다.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은 그리 난해하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며, 오히려 쉽고 간단하며 '웃을 수 있는' 질문이 많다. 요컨데,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역할이다. 덕분에 참가자들과 발표자들은 자주 웃으며 재미있는 것을 잘 찾아내는 편이다.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하다.
발언과 지적은 다양하다. 글쓰기 강의라고 해서 꼭 내용이 '글쓰기'에 관련된 내용으로 수렴되지는 않는다. 철학적인 논제로 넘어가기도 하고, 개인적이고 사소한 감상이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자유롭기는 하지만, 몇몇 참가자는 다소 불만스러운듯이 보이기도 한다. 단 3 강 밖에 없는 강의인데, 글쓰기에 관한 내용으로 짜여졌으면 하는 바램 때문인 것 같다. 그런 분위기도 있고,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제약도 없다. 모든 발언은 존중되고 허용된다. 발언 내용이 불분명 할 때만 종종 선생님이 개입하여 논점을 좀 분명히 할 뿐 특정방향이 가시적으로 유도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모든 강의는 참가자들에게 맡겨져 있다.
전에 비해 사람이 좀 줄었다. 알라딘 MD님들이 참석하셨는데도 전보다 자리가 좀 비어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이 너무 발언을 많이 하는 건 아닌가 조심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발언하며 충분히 즐거워 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글쓰기로 내용이 한정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기도 하고, 글을 지적하면서 어느 선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해 다소 혼란스러운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모둠의 발표가 진행되고 "오늘은 여기까지!" 라는 선생님의 경쾌한 발언으로 수업은 끝난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모두들 다음을 기약하며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