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막요 세트 - 전2권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정은 깊으나 인연이 얕으니 어찌하리. 하지만…… 후회하지 않네……. 단지
그리워할 뿐…….
縱是情深, 奈何緣淺, 但……不悔……相思。(종시정심
내하연천 불회상사)
캬~ 멋진 마무리다. 역사 로맨스 소설 <대막요
大漠謠>의 끝부분인데, 이루어지지 않은 아픈 사랑의 안타까움이 짜르르~ 전해져온다. 대.단.하.다.
회사의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머리 아픈 책을 읽기는 좀 그래서 손에 잡은 책이 작가
동화(桐華)의 <대막요>이다. '동화'는 전작 <보보경심 步步驚心>으로 우리에게도 제법 알려져 있는데, 중국에서는
사소천후(四小天后)라 하여 인터넷 로맨스 소설(言情小說)계의 떠오르는 젊은 작가 4명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인터넷 문학(網絡文學)을
'쓰레기 문학'이라고 무시하기도 하지만, 기성문학과는 느낌이 다른 가벼움과 편리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인기 작가를 배출하고 있단다.
하여튼 중국인들은 소룡(小龍)이니 소호(小虎)니 하면서 젊고 유망한 인재들에게 이름 붙이는 것을 아주 좋아해... _구글링 하니 참고로 사소천후는 등평, 동화, 매어자, 비아사존 藤萍、桐華、寐語者、匪我思存 이네_

<대막요>는 중국의 한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로맨스 소설인데,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곽거병'의 일대기가 그 핵심 뼈대가 된다. 중국의 그 많은 전쟁사에서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장 중의
명장 곽거병! 18세부터 24세까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 젊은 장군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한무제(漢武帝)는 한고조(유방)의
흉노정벌 실패 이후 굴욕적인 화친 정책을 버리고 강력한 흉노 정벌 정책을 펼치는데, 이런 무제의 염원을 이루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가
곽거병이다. 그는 정예 기병을 이끌고 무모하리만큼 위험한 용병술로 흉노족을 완전히 격파하여 후대에 '중국인의 자존심'으로 상징되기에 이른다.
역사에 이르면 이때 남쪽으로 밀려난 흉노족이 인도 쿠샨왕조를, 서쪽으로 쫓겨간 흉노의 한 갈래가 중유럽에 정착하여 나중에 헝가리를 건국한 걸로
알려진다.
작가는 이러한 불패의 전신(戰神)이며 24살에 요절한 시대의 영웅 곽거병의 일대기에
늑대소녀 '금옥'과 신비의 인물 '맹서막'이란 상상력의 인물을 적절하고도 절묘하게 섞어 넣었다. 인터넷 소설 특유의 가볍고 진부한 삼각관계
러브스토리인데도 불구하고, 애잔하면서도 달달한 얼개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함으로 읽는 이를 끌어들임으로써 그 문학적 작품성까지 살짝
인정하기에 이른다. 아마도 이런 능력 때문에 중국 독자들은 그녀에게 연정천후(燃情天后)란 닉네임을 부여했나 보다.
처음엔 회사 일이 바쁜지라 1권만 읽고 나중에 2권을 읽을 요량이었는데, 1권의 마무리에 이르자 그 흡입력에 어쩔 수 없이(?) 2권까지
내달렸다._장장 1160쪽(1권 560, 2권 600)이다_ 2권의 마지막은 이 소설의 백미이다.

<드라마 풍중기연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맹서막, 금옥, 곽거병
http://www.holyshare.com.tw/enter/index/articleid/27292/>
금옥(玉謹/金玉)! 경국지색은 아니지만 벽옥처럼 예쁘고 품격을 갖춘 아가씨. 어린 시절
늑대의 무리 속에서 자라 어떤 형식적 틀에 메이지 않으면서도 의지가 강해 뭇 사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사막에서 우연히
만났던 두 사람 맹서막과 곽거병과의 인연이 이 소설의 주된 러브스토리로 이어지는데, 그 상이한 만남만큼의 굴곡진 인생의 파노라마가 그려진다.
맹서막과의 인연(사막을 지나는 맹서막의 상단에게서 약간의 소금과 치마 한 벌을 훔치려다 잡히나, 맹서막에게서 누란국의 연파랑색 비단 치마와
면사를 선물 받게 된다. 나중에 이 치마로 인해 맹서막은 금옥을 위기에서 구하게 된다)은 1권의 풍미를 더하기도 하고 위태롭게도 한다.
곽거병과의 인연은 사막 도적떼에게 쫓기던 그들을 구해주면서 이어지는데, 1권에서는 은근히 불안한 관계자로 등장하지만 2권에서 금옥의 마음을 얻게
된다.
맹서막(孟西漠)!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뛰어난 의술과
묵가(墨家) 사상을 겸비한 따뜻하고 인정이 넘치는 순정남. 신비로운 상단 석방(石舫)의 리더이며 흔히 '아홉째 나리 九爺'라고 불린다. 조부가
서역인이고 조모가 한인이었기에 서역이 어려울 때마다 사재를 털어 구제하여 석난천(釋難天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하늘)이라 칭송받는 상남자. 하지만
가족유전병으로 두 다리가 약해 바퀴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핸디캡이 있다. 이 때문에 스스로를 비하하여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금옥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지만 끝없는 사랑으로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이 두 연인의 마음을 연결하는 '금은화(金銀花)'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우리에겐
‘인동초’라고 알려진 바로 그 꽃이다. 흰 꽃이 먼저피어 노랗게 변하면서 다른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데, 작가는 이를 아직 만나지 못한 연인들
같다고 표현하네. 인동덩굴을 원앙등(鴛鴦藤)이라고도 한다. 금옥도 맹서막도 곽거병도 이 인동초와 원앙등에 사랑의 마음을 담는다.
곽거병(霍去病)! 대장군 위청의 조카로 두 살 때부터
궁중에서 자란 귀족답게 거침이 없고 당당하며, 보기에 따라 오만하고 패도적인 인물. 금옥에게 반하여 무작정 들이대는 듯하면서도 흉중이 깊고
유머가 있는 상남자 중의 상남자. 흉노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워 약관 20세에 장군직 서열 2위에 해당하는 표기장군(驃騎將軍)에 임명 되는 등
호방하고 자신만만한 젊은 남성미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런 곽거병을 푸른 소나무와 햇빛 같은 남자라고 표현하고 있다._상대적으로 맹서막은 휘영청 밝은 달과 푸른 대나무로 대비된다._ 2권을 주도하는 전쟁씬과 궁중 암투에서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금옥에게 진심을 다해 결국 금옥의 마음을 얻는다._이것도 스포일까?_ 어찌
보면 금옥이 밀당을 잘한 거지…….^^ 작가는 곽거병이 24세에 요절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대단한 상상력으로 금옥과의 러브
스토리를 아름답게 마무리한다.(사실은 무협만화에서 많이 보던 마무리 기법이었지만 그래도 신선하게 와 닿았다.)

<이미지 :
http://www.holyshare.com.tw/enter/index/articleid/27503/>
<대막요>에는 이 세 사람만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무제의 여성편력에서 파생된 궁중 암투도 있고,
기녀와 무녀(舞女)들의 영역인 낙옥방(落玉坊)과 천향방(天香坊)의 세계도 그려지고, 둔황 부근의 월아천이 등장하는 사막과 풍요로운 장안성의
대비도 뛰어나고, 늑대 무리와 함께하는_이것도 무협만화에서 가끔씩 보이는 소재이다_ 금옥의
생활도 이채롭다. 어쨌거나 로맨스 소설의 달달한 가벼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요소와 사건들이 많아 재미와 작품성을 제법 잘 살린 소설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2012년 중국에서 출간된 후 100만 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라고 하며, 작년
10월 풍중기연(風中奇緣)이란 이름으로 드라마화 되었다고 한다. 구글링해 보니, 금옥은 류시시(劉詩詩), 곽거병은
팽우안(彭于晏), 맹서막은 호가(胡歌)가 열연했네. 시간나면 한번 봐야겠다. _찾아보니 http://www.dramaq.org/sound-of-desert/ 나 http://cn.lovetvshow.info/2014/10/sound-of-desert-list.html 에서 그냥 볼 수 있구먼._ 어쨌거나 마치 황성의 무협만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 이틀 밤낮의 책읽기,
괜찮았다…….

<연인들의 마음을 전하는 주요 소재인 금은화와 원앙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