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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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르 불문하고 책 좀 읽는 잡독파에 속하지만 의외로 소설책은 읽지 않는 편이다. 생각해 보니 조병화, 박경리, 황석영, 이문열, 조정래 선생 등 나름 대작가 반열에 오른 분의 책은 거의 다 읽은 듯한데, 중견 이하 신진(?) 작가의 경우 이상 문학상 정도에서 간단히 대하는 정도... 그러다 보니 어떤 글을 보면 내용이 뭔지는 알겠는데 정작 그 작가가 누구인지 아리송할 때가 더러 있다. 그런데 김영하! 이 소설가의 이름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작년 말에 <살인자의 기억법> 리뷰를 쓰면서도 밝힌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한 일간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 <퀴즈쇼> 때문이다. 매일 신문소설을 읽다보니 작가 이름이 저절로 각인된 거지. 그때 참 감각적인 '젊은 글빨'을 보여준다고 느꼈더랬다. 신선하고 쌈빡하더만...

 

그 이후로도 이 소설가의 책을 몇 권 찾아 읽었는데, 대단히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필력(이런 걸 도회적 감수성이라고도 하는 모양...)으로 젊은 독자들에게 어필하지만 그 철학적 내공은 아직 초고수의 경지가 아니라는 나름의 평가를 하고 있었다. 이런 느낌은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나서도 크게 해소되지 않았더랬다. (심드렁하든 고뇌하든) 흡입력 있는 심리적 주제를 이슈화하여 맛깔스럽게 끌고나가는 능력은 분명히 탁월하였으나 그걸 종교나 철학의 깊이로 풀어내는 맛은 완전한 토종 된장국 맛이 아니라 MSG 맛도 느껴지더라. 소설가의 체험적 삶의 깊이가 (소설가의 나이에 부응하는)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 거지... (여러 영하바라기님 너무 분개·질타 마시라. 그냥 인간 김영하를 잘 모르는 일개 독자의 감상일 뿐이다.)

 

<보다 · see · 見>,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이다. 평소 에세이집은 잘 안 읽는데 그나마 몇 안 되는 친숙한(?) 이름에 이끌려 손에 잡아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가 보고 다루는 생각의 자유로움이 인상적이었고, '작가다운' 이색적 통찰과 지적 성찰의 세계도 엿볼 수 있더라.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며, 김영하란 소설가의 밑바탕이 탄탄하다는 걸 (겉멋만 든 사람은 아니구나!) 느꼈다. 가장 흥미로웠던 글은 영화 <설국열차>에서 편집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머리칸 꼬리칸'이었다. "정치인들은 기차의 파멸을 막고 있는 게 자기들이라고 생각하죠. 천만의 말씀. 나 같은 장사꾼들 덕분에 사람들이 폭력 없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자발적으로 나누게 되는 거죠. 평화? 그건 장사꾼들이 만드는 거예요(37쪽)". 아~ 와 닿는다.

 

기타 여운을 남기는 문장이나 느낌은 아래에 정리하도록 하고... 작가가 "제대로 메시지를 송출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 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하는 26편의 글을 통해 내가 느낀 아웃라인은, 그가 쉽고 부드러운 문맥을 다루면서도 예리하게 우리의 익숙한 현상을 약간 낯설게 들여다보는 재주를 가졌구나~ 하는 거였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불평등하고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현실의 세계를 적 ·당 ·히 진보적인 사유와 또 무던한 윤리적 가치관으로 엮어낸다는 그런…….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작가는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들여다보고 풍자는 할지언정 그 구조적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소설화할 성격이 아닌듯하다는 이야기)

 

어쨌거나 일상생활의 경험을 끊임없이 숙고하는 '작가 정신'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아마 이런 면면이 내가 이 작가에 호감을 갖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작가적 역량에 의심! 하나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가 흡입력 있는 소설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물이 엮이는 다중플롯의 작품, 철학이든 인문적 사상이든 어떤 흐름을 긴 호흡으로 이끌어 나가는 보다 긴 장편을 쓸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그의 이미지는 상당히 '도회적이고 시크한 (수수하면서도 빈티지한) 글꾼'인지라 그의 경험치가 그런 역량을 내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래서 초고수로는 아직 인정할 수 없다고 했던 거고... 이런 느낌은 이 산문집을 읽고서도 그닥 변하지 않았다. 아무쪼록 이 나라 문단에 큰 족적을 남기는 소설가이길 바라며 그만 마무리를 해야겠다...

 

기타 짧은 느낌을 정리해 보면...

○ 마르셀 에메의 <생존 시간 카드>를 모티브로 쓴, 시간의 상대적 불평등을 다루는 '시간도둑'편은 그렇게 새롭진 않았다. 그래도 스티브 잡스가 마르셀 에메의 소설을 더 나쁜 방향으로 실현시켰다는 부분에 공감이 가더라. 

 

○ 자유 아닌 자유... 여기서 뭔가 생각거리가 있었는데... "물론 세일즈맨은 고객이 물건을 사도록 유혹할 자유가 있고 고객은 그 유혹에 넘어갈 자유가 있다. 이때의 자유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정치적 개념이라기보다 강력한 저항이 없는 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제 뜻을 이루겠다는 힘의 논리를 의미하는 것이다(20쪽)." 

 

○ 등장인물의 부와 가난을 가장 효과적으로 들어내는 방법은 뭘까? 그건 무지! 가난에 대한 무지, 부에 대한 무지란다...(25쪽) 감탄사 터짐.

 

○ 숙련 노등자의 비숙련 노동자로 대체되고 비숙련 노동자는 기계로 다시 대체되는 현상은 이제 전 지구적 현상이 되었다(44쪽). 젊은 청춘들의 백수... 가슴 아프다.

 

○ 영화 <건축가 개론>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참 마음에 들었다. 서연은 왜 승민에게 "너와 살고 싶다. 그러니 우리가 함께 살 집을 지어다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않는/말할 수 없는 것일까. 라캉은 히스테리자를 “자신의 욕망을 만족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려는 주체”로 정의한 바 있다. 영화 전체를 통해 서연은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바꾸는 식의 게임을 벌인다. 병든 아버지를 빌려 승민에게 접근하고 승민을 빌려 아버지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서연의 진짜 욕망은 타인의 욕망으로 은폐돼 있다. 은폐돼 있는 욕망이 어찌 만족을 알겠는가(73쪽)

 

○ 서연은 제 욕망을 타인의 욕망으로 바꾸려는 여자다. 그래서 늘 자기를 속인다. 옛 남자를 찾아간 이유는 오직 아버지에게 집을 지어주려는 효심의 발로이고 옛 남자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는 것은 오직 그 남자가 패션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자기 욕망을 차마 들여다볼 수 없기에 승민의 욕망을 통해 자기가 누구이고 뭘 원하는가를 알아내고자 하지만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겪은 바 있는 승민은 그녀를 두려워한다. 자신이 뭘 욕망하는지를 모르(는 척 하)면서 오직 타인을 통해 그것을 알아내고자 하는 서연 같은 여자, 참 피곤하다. 그런데 남자들은 늘 그런 여자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남자 역시 여자의 욕망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기를 원하기 때문일 터... (75쪽)

 

○ 영화 <마스터>를 보고 쓴 글도 마음에 든다.... 어느 날 랭카스터는 프레디를 데리고 사막으로 간다. ‘마스터’ 랭카스터는 프레디에게 오토바이를 타고 정해진 지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시험을 부과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사막을 달리던 프레디는 반환점을 돌지 않고 그대로 달려가 버린다. 탁 트인 바다에서 제멋대로 살던 디오니소스적 인간이 끝내 길들여지지 않은 채 아버지가 정한 선 밖으로 탈출하는 장면은 통쾌하고 짜릿했다. 비록 우리가 나약한 어린아이로부터 비롯되었다 해도 부모가 우리에게 부과한 그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을 나는 거기에서 보았다. (83쪽)

 

○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 (90~ 91쪽)

 

○ 가장 끔직한 악인 죽음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오지 않고, 죽음이 오자마자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폴커 슈피어링, <철학 옴니버스> (93쪽)

 

○ 삶이 이어지지 않을 죽음 후에는 전혀 무서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한 사람에게는 삶 또한 무서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알랭 드 보통, <철학의 위안> (98쪽)

 

○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겪은 일을  '진심'을 담아 전하기만 하면 상대에게 전달되리라는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호메로스는 이미 이천팔백여 년 전에 그런 믿음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진심 역시 '잘 설계된 우회로'를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그게 이 세상에 이야기가, 그리고 작가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115~116쪽)

 

○ '연기하기 가장 어려운 것' 편에 보면 먼로를 통해 소설가가 하고픈 이야기가 호소력이 있다... 조이스 캐럴 오츠는 메릴린 먼로를 모델로 한 역작 <블론드>에서 조 다마지오와의 결혼생활, 즉 끝없이 이어지는 일상을 힘겨워하는 메릴린 먼로의 육성을 들려준다. "대디, 난 너무 무서워요. 영화 밖 실제 사람들과 함께하는 장면은 왜 이렇게 '끝없이' 이어지기만 하는 걸까요? (…)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123쪽)

 

○ 안나 아르카디예브나는 책을 읽었고 이해도 했지만 읽는다는 것, 즉 책에 쓰인 타인의 생활을 뒤따라간다는 것이 불쾌했다. 그녀는 무엇이든 직접 체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안나 카레니나> 파묵은 이 대목을 길게 인용하면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풍경으로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소설은 '심리적 3차원'의 세계라고 천명한다. (125쪽)

 

○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고,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돌입니다.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라고 다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힘이 들지요 (148쪽)

 

○ 우리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운명예정설 따위를 믿을  게 아니라면 믿을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에게 자기실현적 암시가 꼭 필요한 인생의 순간들이 있다는 것. 그 암시가 꼭 점쟁이나 관상쟁이에게서 나올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154쪽)

 

○ 연옥은 천국과 지옥 중간에 있다. 로마 가톨릭이 연옥을 창조해낸 것은 천국과 지옥의 이분법만으로 사후세계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연옥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세계다. 지옥처럼 괴롭지도, 천국처럼 행복하지도 않다. 연옥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그곳에 머무는 기간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는 데 있다. 또한 연옥에 머무는 자는 스스로 그곳을 탈출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하염없이 머무는 곳, 거기가 연옥이다. (177쪽)

 

○ 우리는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장 무심하게 내버려둔 존재, 가장 무지한 존재가 바로 자신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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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 - 역사가 숨긴 한반도 정복자
장한식 지음 / 산수야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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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읽고 나니 의외로 재미있고 괜찮은 책이란 걸 느끼게 되더라. 흥미로웠다는 말의 의미는 무협소설계에서 신필이라 일컫는 김용金庸의 벽혈검碧血劍과 녹정기鹿鼎記가 책을 읽는 곳곳에서 떠오르더라는 거다. 명의 명장으로 후금 누르하치의 침공을 막아낸 원숭환_이분은 명 왕조 내부의 알력 다툼으로 처형된다. 우리의 이순신 장군과 비슷한 이미지. 이순신 장군은 그나마 살아남았기에 조선을 구해내지만, 원 장군의 죽음은 명의 망국으로 이어지니 망하려면 어쩔 수 없는 건가 보다._ 이야기나 강희제가 4명의 어린 장사를 동원해 늙은 오배를 잡는 이야기에서 절로 무협지가 오버랩 되더만._김용의 모든 작품을 읽었는데... 무협지를 천박하다고 우습게 여기는 분들에게 <소설 영웅문>을 권해 본다. 삼국지와는 다른 면에서 중국을 느낄 수 있다._

 

아~ 무슨 책을 읽었냐면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 - 역사가 숨긴 한반도 정복자>로, 여진족이 후금後金을 세우고 나중에 중국을 집어삼켜 청나라를 건설하기까지 그 창업세대의 성공스토리를 조명하는 책이다. 책의 핵심은 누르하치에서 홍타이지로 이어지는 후금의 ‘나쁜 오랑캐 정신_대국이라고 겁내고 조아릴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정면으로 부딪치는 기상_을 배워 우리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좀 잘하자~ 뭐 이런 거다. 이 당시의 조선은 오랑캐이면서도 오랑캐 근성을 버린 유교이념의 구현되는 순이順夷, 즉 '착한 오랑캐'였다는 건데 그 결과가 병자호란의 '삼전도 굴욕'이란다. 다르게 말하면 홍타이지가 한반도를 정복했다는 거지. 공자 왈 맹자 왈 사대주의 명분만 따지다가 현실의 힘 한 방에 나가떨어진 조선... 잊어버리고 싶은, 아니 망각해 버린 그 치욕의 역사 속에서 내실 있는 교훈을 얻자고 그러네.

 

○ 중국 북방을 지배했던 금나라가 1234년 몽골에 망한 이후 여진족은 나라 없는 설움을 톡톡히 맛보았다. 원과 명의 분할통제정책에 걸려들어 통합된 정치조직을 세우지 못한 채 소규모 부락단위로 갈래갈래 찢어져 살아야 했다. 그 결과 여진족은 수백 년간 조선과 명의 변경을 약탈하거나 원조를 받아 살아가는 따분한 시절을 보냈다. 그런 여진족이 17세기가 열리자마자 세계사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만주 땅을 통일해 독립 국가를 건설한 다음 몽골과 조선을 굴복시키고 중국을 정복해 대륙의 주인이 되었다. 불과 40년 세월에 기적처럼 이뤄낸 성과이다. 도대체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 글은 17세기 초, 동시대에 이뤄진 만주(여진)족의 흥기와 조선의 몰락에 대한 나의 의문에서 시작하였다. 1600년까지만 해도 조선에 비해 인구수나 생산력, 문화전통에서 한참 뒤졌던 가난한 만주족이 불과 한 세대 뒤에 한민족을 무릎 꿇리고 주인 노릇을 하게 된 사실, 더 나아가 드넓은 중원의 패권자(覇權者)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였다.(7쪽)

 

○ 만주족의 성공 비결, 오랑캐 전략의 핵심은 '허리 굽혀 살지 않겠다'는 굳센 자존심과 투지, 두려움 없는 용기와 지칠 줄 모르는 정력, 수렵민족 특유의 발 빠른 지략, 호화사치를 배격하는 내핍과 검약 기풍, 명분보다 실질 중시, 개인보다 조직 우선 등으로 요약된다. 집단사냥으로 먹고사는 늑대 무리의 습성과 유사하다고 할까? 춥고 배고픈 데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최악의 환경에서 발전시킨 극한의 생존전략이다. 적은 인구에 생산력도 보잘 것 없었지만 오랑캐 전략으로 날을 세운 만주의 집요한 공세에 중국은 무너지고 말았다.(11쪽)

 

조고관금照古觀今이라... '옛 것을 비추어 지금을 본다'라는 뜻인데, 치욕은 치욕이고 배울 건 배워야지 아암~... 이 책의 요지를 다시 더듬어 보면, 후금의 초대 황제이자 청나라의 태조 누르하치는 여진족을 통일하고 나라를 세우기까지는 성공했지만 국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후속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수년을 보내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 권력을 이어받은 홍타이지는 정치군사적 수완과 경제문화 방면의 역량을 발휘하여 청을 세움으로써 부친 누르하치를 능가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는 거다. 굳건한 창업정신으로 '창업주를 능가하는 2세 경영'을 이뤄냈다는 것에 저자는 방점을 찍고 있네. 결국 홍타이지 성공의 키워드는 '창업정신의 견지'라는 거고, 현대 기업인들에게도 시사한 바가 크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싶은가봐.

 

어쨌든 '창업주를 넘어서는 창업정신'이야말로 질서 없는 신생국의 혼란상을 조기에 수습하고 단일대오를 갖춘 강국으로 만든 비결이었다는데(100쪽), 이즈음에서 삼성의 이병철-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지는 성공신화가 떠오르더라. 그런데 저자는 '중소기업을 물려받아 10여년 사이에 세계최대기업으로 키워낸 2세 경영인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네. 다르게 표현하면 선대로 물려받은 작은 것을 완전히 새롭고 큰 것으로 발전시킨 경우를 말하는 거지. 이 정도로 기업을 키운 분이 우리나라에 누가 있나? 순간 딱 한 분이 떠오르더라. 화장품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 정도면 어떨까? 서성환-서경배 회장으로 이어지는 창업 1, 2세대 성공스토리 정도면 기준에 거의 엇비슷하지 않을까? 하여튼 누르하치도 대단했지만 청의 기틀을 만든 2대 황제 홍타이지, 정말 대단하이...

 

책을 읽다가 아주 관심이 증폭되는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인삼 전쟁'이었다. 고대 무역사 강의에서 배우거나 듣지 못한 내용인지라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건 그냥 책의 내용을 옮겨 기록해 둬야겠다. _이 부분의 배움 때문에 별 다섯 평점을 주었다. 이게 아니었으면 별 넷..._
○ 16세기 후반, 중국으로 밀어닥친 은의 물결은 만주 땅에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은의 효력을 실감하게 되면서 여진사회에도 하얀색 금속을 구하려는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45쪽)
○ 은의 물결 속에 인삼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조선과 심마니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삼을 캐기 시작했다. 귀한 만큼 인삼채집과 판매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도 달아올랐다. 이는 곧 조선과 만주 간의 '인삼전쟁'으로 발전하였고, 두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수십 년 간 지속된 인삼전쟁은 '더 악착같았던' 만주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중원 시장에서 조선을 제치고 주도권을 잡았다. 인삼전쟁에서 승리한 만주는 덕분에 거만(巨萬?)의 백은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 은의 힘으로 민족통일과 독립국가 건설의 한 길로 매진할 수 있었다.(46쪽) 

 

이 인삼 전쟁의 이면을 생각해 보니 결국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거다. 조선시대 사농공상이라 하여 유교 먹물과 농업을 중시하고 상공업을 억압했다가 강한 힘에 굴복한 과거의 아픔에서 지금의 우리는 무얼 느끼고 배워야할까? 일본의 재무장, 중국의 겁난 굴기, 핵 보유의 호전적 북한, 미국의 서운함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도출하여야만 나라가 융성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같은 과거회귀형 소모전을 만들어내는 정치인들은 도대체 뭐하는 인간들인지...  용략이 뛰어난 지도자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홍타이지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 정치의 유치찬란함에 그냥 부아가 치밀고 만다. 정말로 국회의원을 한 100명 정도로 줄이면 좋겠다. 그러면 다툼이 좀 줄어들까?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도 그렇지만 그 장단에 놀아나는 국민들도 정신 차려야 할 텐데……. 아이고~아이고~~ 곡소리만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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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차이나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KBS <슈퍼차이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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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과 관련한 표현에 '슈퍼'란 단어가 들어가도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긴 GDP 세계 2위, 외환보유고 세계 1위, 군사력 세계 3위,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한 세계 최고의 소비력, 현존 세계 최강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니 그 위상이 정말로 대국굴기(大國崛起, 대국으로 일어서다)이다. 한때는 미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었으나 지금은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이 미국의 두 배에 이르고 있을 만큼 중국은 우리 경제에 영향력이 아주 큰 무역 파트너라 하겠다. (얼마 전 뉴스에 의하면 중국 GDP가 1%떨어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17%포인트 내려갈 정도란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밀접성이 커질수록 지금까지의 맹방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에 비해 소원(疏遠)해진 느낌 또한 없지 않다. 최근에 이슈화된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건만 하더라도 중국 눈치 보느라 우리의 가장 중요한 우방인 미국을 등한시 했다는 질책성 발언도 터져 나온다. 좋게 말하면 국익을 챙기는 고도의 등거리 외교라 하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양 강대국 모두에게 얍삽함으로 비칠 수 있는 줄타기 외교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이야 중국이 파워 업! 하는 중이라 한국을 껴안는 모양새지만 자칫하면 이용만 당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중국이 힘이 커질수록 우리는 중국을 알아야 한다. 적을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고 하였다. 정말로 중국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지금의 G2 중국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 도약하는 단계가 아니라 용맹스럽게 포효하는 호랑이의 기세요, 천년 묵은 이무기가 아니라 비를 만나 승천하는 황룡의 용틀임이다. 우리는 중국이란 국가에 대해 너무 호의적이고 낭만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동북공정을 벌써 잊었는가 보다. 그들은 철저히 현실적인 전략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는 뭘 믿고 그들 쪽으로 기울고 있는 걸까? 패권 국가를 향한 중국의 야망을 우린 애써 모르는 체 하는 것만 같다.

 

만약, 이제 막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가진 초보(?) 독자가 책 추천 등의 조언을 원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8부작 <슈퍼차이나>를 보거나 이를 정리·보강하여 엮은 책 <슈퍼차이나>를 권하겠다. 입문서로 이 책보다 나은 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은 차이나 파워의 굴기에 따른 위기 또는 기회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유연하면서도 다각적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당신이 중국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느냐 반문하련지도 모르겠으나, 나름 중국 관련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굉장히 많이 챙겨 읽은 편이라 생각하기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추천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중국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이다. 가장 궁금한 내용이지 않은가! 7개의 파트 제목만 봐도 이 책이 읽을 만하다는 걸 바로 알게 된다. 세계 최고의 소비력, 13억 인구의 힘. 짝퉁을 넘어 세계 1위로, 중국 기업의 힘. 지구촌을 집어삼킨다, 차이나 머니 파워. 막강한 군사력으로 패권을 노린다, 팍스 시니카. 땅이 지닌 잠재력, 대륙의 힘. 문화 강국을 향한 전략, 소프트파워. 중국식의 강력한 지도력, 공산당 리더십... 인기 다큐를 엮은 책답게 풍부한 이미지와 군더더기 없는 구성으로 읽는 이를 만족시키리라 확신한다.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 중국이 정말 좋은 친구일까? 나는 중국이 화평굴기(和平崛起, 평화롭게 우뚝선다)하길 바라지만 그건 그저 순진한 나만의 생각일 뿐이고, 현실의 상황을 보면 솔까 너무나 위협적인 이웃이라고 느끼게 된다. 치밀한 전략으로 균형 잡힌 외교를 해야 한다고 말이야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간단치 않다. 우리의 영토에 욕심이 없는 나라는 어디인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좀 앞서 나가는 말 같지만 이러다가 다시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하튼 현재의 중국을 가늠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책이라 평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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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 퇴계가 된 일진 羅以彦
이창훈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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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을 읽었다. 사자? 아니다. 독고라이언! 한 고등학생의 이름인데, 그 아버지가 아이 이름을 지을 때 한글, 한자, 영어로도 모두 뜻이 통하도록 지어준 이름이라네.(하긴 내 아이의 경우도 순수 한글 이름 같지만 한자의 의미도 가지게 작명했더랬다.) 羅以彦! 아름다울 라(羅), 써 이(以), 선비 언(彦)으로 우리말 뜻은 ‘선비로서 쓰이기에 아름답다’ 약간 돌려서 풀이하면 ‘아름다운 선비’라고 풀이할 수 있는 모양이다. 라이언의 아버지 직업은 변호사. 그런데 이 분의 행적이 삼류 신파 클리셰 그대로일세. 흔히 개천에서 용났다고 하는 넘들이 보여주는 너무나 이기적 작태... 천사 같은 청순 미모 고시원집 막내딸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공부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하였건만 이넘이 결혼은 돈 많은 의류업체 사장의 외동딸과 해버렸네. 결혼식 올린 뒤에야 차버린 여인에게 아이가 들어서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거지. 그 출생의 비밀...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의 전형적 특징이라 너무너무 왕짜증~

 

라이언 이넘아가 부부싸움 와중에 터져 나온 말에서 고만 자신의 출생을 둘러싼 비밀을 알아채 버렸네. 그래서 고1까지 전교 1등이었던 이넘이 삐딱선을 타기 시작한기라. 공부는 때리치우고 권투와 이종격투기를 배우더니 일진 중에서도 일진짱이 되어버리네.(태산고 3학년, 교내 친목모임인 범털클럽, 일명 범클의 회장. 솔까 폭력서클 일진의 대빵) 한마디로 공부짱에서 싸움짱으로 거듭난 거지. 이렇게 밑밥을 깔고나면 뭐가 나오겠냐. 당연히 주인공을 단박 사로잡아버리는 미모의 착한 여인 등장 아니겠어. 라이딩 하다가 넘어져 다친걸 잠시 봐 준 여대생과의 운명적 만남. 그것도 연상. 그리고 이 분이 교생으로 온다는 거. 일진짱 답게 대시하다가 동영상으로 찍혀 전국구 망신을 당하지만, 이 교생 샘이 인근학교 불량고교생에게 성폭행 당하기 직전에 화려한 격투술로 구해낸다는 전개. 여기에 하나 더! 친구가 등굣길 즈음에 학교 본관의 첨탑에서 떨어지는 씬까지 더해지니 무슨 학원액션물 저질만화를 보는 듯하더라.

 

그럼 이 책을 왜 읽었을까? 그건 '퇴계 선생이 된 고교 일진'이란 부제 때문이었다. 퇴계 이황? 궁금증이 일어 출판사 리뷰를 읽어보니 "퇴계 이황과 8년에 걸쳐 사단칠정 논변을 펼친 고봉 기대승이 선계(仙界)에서 세월호 사고를 놓고 나누는 대화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첫 장부터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라는 구절이 있더라. 사단칠정 논변! 이 문구를 보고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으랴. 이(理)와 기(氣)의 작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퇴계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 이기호발론, 수양철학을 중시, 주리파)과 고봉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 이기겸발론, 실천철학을 중시, 주기파) 논쟁은 중국의 유교철학이 조선에서 성리학으로 정립되는 계기가 되지. 이 책에서 이런 이기론의 어떤 철학적 접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팍팍 생기더만. 게다가 "퇴계 필생의 역작이자 극중 빙의의 모멘텀이 되는 성학십도를 쉽고 간명하게 풀어낸 <新성학십도>는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는 인문학적 울림을 전달한다."는 말을 접하고 나니 어떻게 하든지 읽어보고 싶더라.

 

라이언이 조선시대 퇴계의 시대로 시간여행하기 전까지는 정말 대중적 키치(Kitsch) 소설에 불과하다고 봐도 무방할꺼야. 학교폭력, 가정불화, 가출, 자살 등 십대의 질풍노도를 세월호, 공무원 연금, 국민 연금 적자 등 기성 꼰대 세대의 부조리한 사회적 이슈를 적당하게 비빔한 짬뽕스타일의 가벼움이 도처에 넘친다. 그리고 그 시간여행이란 것도 언제가 드라마로 방영된 <신의>와 대동소이하여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런데 주인공 라이언이 퇴계의 계당서당(도산서원의 전신)에서 보내는 3년의 시간을 그리는 장면부터는 읽는 재미가 솔솔 하더라. 도덕적 원칙주의 퇴계 선생과 풍류적 현실주의 고봉의 만남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했는데 책의 성격상 그닥 철학적으론 흐르지 않아 좀 섭섭(?)하긴 했다. 하지만 아들뻘(나이차가 무려 26세) 고봉을 학문적 동지로 받아들이는 대목에서 퇴계 선생의 큰 인품과 학문을 통해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추구하는 선비정신이 겨울 밤하늘의 별처럼 시리게 와 닿더라. 젊은 퇴계가 공부했다는 봉화 청량산 청량사에 다시 가보고 싶어지네. 

 

1569년(선조 2년) 3월, 퇴계가 안동으로 돌아갈 때 고봉이 지금의 강남 봉은사까지 따라가 배웅하면서 배가 떠나려 할 때 지었다는 이별시와 퇴계의 화답시나 한 수씩 감상하고 넘어가자.(압운과 대구에 유의해서 보시압~) 이 소설책에는 나오지 않는데, 그냥 옛날 본 적이 있어 찾아 적어봤다. 두 분은 이때의 이별 후 영영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한강수는 넘실넘실 밤낮으로 흐르니, 떠나시는 우리 선생 어이하면 붙잡으리.
모랫가에 닻줄 끌고 못 떠나게 배회할 제, 밀려오는 애간장 시름을 어떻게 할거나.
 

漢江滔滔日夜流(한강도도일야류) / 先生此去若爲留(선생차거약위유)
沙邊纜遲徊處(사변예람지회처) / 不盡離腸萬斛愁(부진이장만곡수)

 

배 위에 앉아 있는 인물들 참으로 명류名流이니, 돌아가고픈 마음 종일토록 매여 있네.
이 한강수 떠다 벼루 돌로 써서, 끝없는 작별시를 써 볼거나. 
 

列坐方舟盡勝流(열좌방주진승류) / 歸心終日爲牽留(귀심종일위견유)
願將漢水添行硯(원장한수첨행연) / 寫出臨分無限愁(사출임분무한수)

 

책의 끝부분은 무슨 추리 소설 읽는줄 알았다.(퓨젼 형태의 장르파괴 습작 같기도 하더만) 그리고 클라이맥스 부분으로  퇴계의 <성학십도>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등장하는데, 참 교훈적인 이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요체가 아니련지. 이건 자칫 헤살꾼이 되기 십상인지라 언급을 회피하고자 한다. 어쨌든 이 <新성학십도>가 참 마음에 들더라... 경(敬)과 신독(愼獨)을 바탕으로 퇴계 선생이 희구하신 필생의 소원은 바로 선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이루는 것으로 늘 '소원선인다(所願善人多)'를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단다(442쪽). 그리고 선인다의 소원을 이루는 과정에서 잠언처럼 삼아야 할 네 글자가 '사해춘택(四海春澤)'이라 하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생명의 기운이 약동하는 봄날의 온화한 연못처럼 되도록 하자는 뜻이란다. 탐욕과 시기, 편가르기와 증오, 모든 가치 위에 군림하는 물질·금전만능주의를 녹아내리게 하자는 게 사해춘택의 정신이라는 거지. 혼탁한 세상에 퇴계 선생처럼 넉넉하고도 인간의 마음을 간직한 선비정신이 참으로 그립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나도 외쳐보고 싶다. "퇴계처럼! 사해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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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코드 -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가들의 6가지 생각 도구
에이미 윌킨슨 지음, 김고명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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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창의, 창조, 혁신... 머리가 지끈~하다. 지시적인 '갑'의 입장이거나 한걸음 물러선 3자의 시각에서는 정말 환상적이고 싱싱하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단어들이겠지만, 뭔가를 가시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을'의 입장이 되면 이건 공포 그 자체이다. 변화만이 살 길이고, 이를 위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걸 누가 모르나. 마음이야 발상의 전환이니 융합이니 당연히 크리에이티브하고 싶지만, 둔해진 머리를 이리저리 굴린다고 어디 갑자기 '새로움'이 뚝딱! 하고 나타나겠는가. 어쩔 수 없이 괜한 팀원들만 닦달하고 만다... 미운 상사 되는 거지 뭐... 

 

크리에이티브한 성과물로 이름을 날린 크리에이터Creator들은 도대체 어떤 '괴물'들일까? 보통 사람과 다른 어떤 '특별함'이 있는 걸까? 나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통념을 파괴하는 독창적 발상과 이를 '성공'으로 이끌어 나가는 추진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타고난 재능?... 그저 나와 다른 차원의 사람들인가 보다고 생각할 뿐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다. 이번에 <크리에이터 코드 Creator's Code>를 읽었는데, 각종 영역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인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의 속성과 비결을 풍부한 사례 중심으로 아주 잘 분석·정리해 놓았네. 꽤 재미있게 읽었다.

 

전략전문가라는 저자 에이미 윌킨슨은 성공한 창조적 창업가 200인을 인터뷰하여 6가지 생각 도구_The Six Essential Skills of Extraordinary Entrepreneurs_ 제시하는데... 일상 속에서 누구나 배울 수도 있고 잡아챌 수도 있는... 뭐 특별한 능력을 언급한 것은 아니나 간과할 수 없는 게 바로 '부지런한 실천'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행동하는 몽상가'라 지칭한 크리에이터들에 대하여 "모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끈기 있게 버티면 눈부신 성공을 이룩할 수 있다는 사실과 사업의 문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증인들이다."고 정의한다.

 

코드1. 빈틈을 찾는다 :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포착한다. 태양새형(기존의 것을 다른 분야로 옮겨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냄), 건축가형(문제를 찾아 새로운 해법을 짜냄), 통합자형(기존 요소를 혼합하여 참신한 결과 도출)
코드2. 앞만 보고 질주한다 : 빛을 보며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것.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성공... 전진형 사고방식
코드3. 우다 루프_OODA loop_로 비행한다 : 목표를 관찰하고Observe 방향을 잡고Orient, 결정하고Decide 행동하는Act 전략. '융통성 있는 고집'
코드4. 현명하게 실패한다 :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실패의 파괴력을 누그러뜨릴 길을 찾는다. 넓은 시야와 회복탄력성을 기른다는 거지...
코드5. 협력을 도모한다 : 고독한 천재의 시대는 끝났다. 생각하는 방식, 문제를 보는 시각, 어려운 과제를 처리하는 방법이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이면 획기적인 결과가 나온다네.
코드6. 선의를 베푼다 : 투명성과 상호연결성(접속성)이 긴밀한 세상에서 선의를 베풀어 크리에이터의 생산성을 키운다.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지적.

 

여섯 가지 생각 도구는 독립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이라는 사실. 각 생각 도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용하지만 서로 맞물리면 그 효과가 엄청나게 커진단다. 즉, 그 다음 도구의 토대가 되어 시너지와 가속도를 일으킨다는 거지. 그런데 이 도구는 어떤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에 방점 콕!... 별다른 전문 지식이 없어도 습득할 수 있는 정도... 이 코드를 잘 이해하고 연마하면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여는 뛰어난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성공의 초석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강력한 욕구라는 말씀이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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