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을 버리고 아연으로 끝내라
가사하라 도모코 지음, 배영진 옮김 / 전나무숲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당뇨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집안에 당뇨병으로 고생한 사람도 없었고, 내 식습관이 고기를 좋아한다거나 편식한다거나 이런 것도 없고, 운동도 나름 꾸준히 하는지라 그런 병증은 부유해서 게으른(?) 사람들에게나 찾아오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직장 정기검진에서 공복혈당 수치가 정상A(건강양호)의 경계를 살짝 넘어가는 결과치가 나오더라. 깜놀~. (매일 밤 설탕에 절인 유자차를 먹어서 그런가?) 별거 아니겠지~ 하고 넘기려는데, 당뇨로 직장 급식을 하지 못하고 늘상 도시락을 싸오는 동료 한 분의 불편함(음식 조절 때문에 회식 참여도 못한다)이 겹쳐지니 이게 영~ 개운하지가 않다.

 

마음의 걸림이 불편할 즈음 <당뇨병, 약을 버리고 아연으로 끝내라>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약을 꾸준히 먹어도 완치가 어렵다는 당뇨병을, 아니 무슨 특별한 연구가 있었기에 '약을 버리고 아연으로 끝내라'라고 말 할 수 있는 건지... 얼른 이해가 안 되는 제목이지만, 대체의학 연구가 활발한 일본인지라 뭔가 색다른 대안이나 임상자료가 있나 싶어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더라. 게다가 출판사에서는 "왜 약을 먹어도 당뇨병이 낫지 않을까? 그 이유는 당뇨병의 원인을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당뇨약과 체중 감량은 결코 당신을 당뇨병에서 구하지 못한다", "아연으로 당뇨병과의 전쟁을 끝내라!" 등의 카피를 달아놨네. 그 참 궁금증에 불을 붙여라 붙여~.

 

저자 가사하라 도모코(笠原友子)는 약사구먼. 이 분이 여러 이유로 당뇨병에 관심을 가지다가 한 논문_아연 섭취의 중요성 및 현상 - 아연은 왜, 어느 정도 필요한가?_에서 "앞으로는 환자가 아연이 풍부한 식품을 직접 섭취하여 스스로 암, 당뇨병, 골다공증, 피부병 들을 극복하는 성과를 올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문구에 필이 꽂힌다. 그 요지는 "활성이 높은 세포에는 아연이 들어있으며, 아연을 잃은 세포는 활성이 떨어진다."는 건데, 그는 여기서 약을 쓰지 않고 당뇨병을 개선하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뭐 특별난 방법이 아니라 당뇨병은 대사가 잘못되어 생기는 질환이므로 "너무 많이 섭취한 음식은 줄이고, 모자라는 영양소는 보충하자"는 것이다.

 

"당뇨병의 원인은 ‘영양 불균형’이다." 이것이 저자가 당뇨병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요즘처럼 과식의 시대에 얼른 이해가 되지 않지만 '포식(飽食) 시대의 영양 부족', 즉 '과식'보다는 '영양이 부족해 생기는 증상'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게 이 책의 요체이다. 3대 영양소와 비타민·미네랄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병이 생기므로 이들의 균형을 잡는 일이 당뇨병 치유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데, 당연히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은 보충하고 과다하게 섭취하는 3대 영양소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내 반쪽이 비실비실하여 병원에 갔을 때 혈액 및 머리카락 검사 결과 특정 영양소의 결핍 때문이라면서 비타민 및 미네랄 처방을 받아 치료한 적이 있는지라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간이 제 역할을 못해도 당뇨병에 걸린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 간은 글리코겐의 형태로 포도당을 저장하는데, 이 간의 저장 기능이 혈당을 좌우한다는 거다. 지방간 등으로 저장능력이 떨어지면 남아도는 포도당은 심장에 설탕을 절이는 당화(糖化)현상을 일으켜 온몸의 혈관을 손상시킨다네. 바로 고혈당을 말하는 거지. 그런고로 간의 저장 능력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한 방법으로 "뱃속이 비어 있는 상태(공복)에서 식사하는 것"을 권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공복 상태에서 식사하려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필수이겠고... 여하튼 간이 건강하면 당뇨병도 예방되니까 간이 보내는 여러 SOS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주의 깊게 받아들이는 게 건강의 지름길이란다.

 

이제 이 책에서 강조하는 '아연'에 접근해 보자. 우리 생명과 관계있는 중요한 호르몬 중의 하나가 인슐린인데, 인슐린의 분비가 저하되면 혈액 속의 포도당이 남아돌아서 고혈당이 된단다. 이 인슐린의 분비에 꼭 있어야 하는 영양소가 '아연'이라면서 제 3장에서 저자는 "비타민과 미네랄, 그중에서도 ‘아연’은 꼭 챙겨라"고 강조한다. 정리해 보면 "아연이 인슐린을 돕고, 인슐린은 혈당을 낮춘다"는 거다. 또한 당뇨의 3대 합병증인 당뇨병 망막증, 당뇨병 신증, 말초신경장애를 일으키기 쉬운 기관인 눈, 신장, 근육, 뼈, 적혈구 등 당뇨병과 관계가 깊은 부위에 대량으로 존재하므로, 3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아연은 꼭 보충해야 한다고(90쪽) 하네.

 

아연이 부족하면 정상적으로 세포를 만들지 못하므로 면역세포의 작용이 저하되고 비정상 세포의 처리도 충분히 할 수 없다. 그래서 암과 당뇨병에 걸리기 쉬워지는 것이다.(105쪽)

 

아연은 콩과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어패류, 견과류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나 어느 쪽이든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는 일은 삼가라고 조언한다. 무엇이든 과하면 해가 되는 법! 아연의 과다섭취로 말미암아 미네랄 균형이 깨져서 항산화 효소의 활성 저하, 빈혈, 인슐린 분비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하네. 만약 그래도 부족하다면 천연의 영양 보충제가 효과적이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요즘 같은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이렇게나 잘 먹는데 영양소 부족(아연 결핍)이라니... 저자는 무엇보다 식품 속 영양소가 줄어들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 각종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변으로도 아연 배출이 많아진다네. 약 복용, 채식주의도 당뇨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단다.  

 

다시 정리해 보면, 당뇨병이 생기는 원인은 대개 두 가지로, 영양소가 모자라서 인슐린이 작용하지 않거나,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바람에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자신의 상태를(체중 변화는 당뇨의 적신호다) 파악한 뒤 그 결과를 기초로 삼아서 생활습관을 개선(혈당다이어트 _ 씹는 횟수만 늘려도 혈당이 내려가고, 양치질을 자주 하는 것만으로 혈당 조절을 쉽게 할 수 있단다)하고 부족한 영양소(아연)를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최종 요약이 되겠다. 옮긴이의 후기를 읽어보니 미국에서는 70여 년 전부터 연구 논문이 나왔고, 우리나라도 근년에 비슷한 주제의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니 허튼 주장은 아닌 듯하다. 이 책의주장이 당뇨 치료의 금과옥조는 아니겠지만, 하여튼 아연 등의 영양소 결핍은 꼭 당뇨가 아니더라도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뭐든지 균형이 중요하다 하겠다.

 

에필로그 : 책의 내용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만, 이런 대체의학이 얼마나 정통 의료 팩트에 가까운지를 몰라 별 다섯을 주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에게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처박아 두었던 비타민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는 거다.(일단 있는 캡슐이 떨어질 때까지만...)^^
그리고 이런 류의 일본 책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게 있는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아주 공을 들여 책을 편집하고 출간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우리나라의 책들은 독자에게 정성을 다해 뭔가를 알려준다기 보다는 그저 빨리 출간하여 이름이나 알리고 인세나 챙기겠다는 얄팍함이 더러 보이는 반면에, 일본의 대체의학 관련 책들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게 역력히 나타나는 책이 더 많아 보인다. 표절이든 뭐든 급하게 이름을 얻으려고 하면 그 허상의 허명이 결국 제 살을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신 모 작자의 표절 시비를 최근에 접하다보니 별스런 마무리를 다하게 되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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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관찰의 힘, 분석의 기술
이노우에 다쓰히코 지음, 송경원 옮김, 채승병 감수 / 어크로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학부 마지막 즈음에 사례분석(case study) 관련 과목을 수강했는데 참 흥미롭더라. 실제 일어난 경영의 이슈를 바탕으로 그 문제점과 흥망의 핵심을 냉철히 바라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는 것은 나의 경영학적 사고를 가다듬는 좋은 시간이 되었더랬다. 아마도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고, 팀과의 토론을 통해 판단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배가할 수 있었기에 좋은 느낌으로 남아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 때 배운 여러 케이스 스터디의 스킬은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써먹고(?) 있으니 등록금 값은 제대로 했다고 봐야 할 듯하다.^^

 

일본 아마존 MBA 부문 1위의 책이라는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관찰의 힘, 분석의 기술. ブラックスワンの経営学>을 읽다보니 그 시절의 추억들이 떠올라 쓸데없는 넋두리를 하게 되었네... 쩝~. 어쨌거나 이 책은 미국경영학회지(AMJ)에 실렸던 최우수논문(Best Article) 다섯 편을 바탕으로, 케이스 스터디가 "현상의 의미를 빠르게 끌어내고 현장 사람들이 금방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드는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맛'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잘 정리 분석되어 있어 꽤 읽을 만했다.

 

경영 현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이나 '무작위성'에 의해 통계로 설명하기 힘든 이해할 수 없는 현상(블랙 스완)이 일어나곤 한다. 우리 생각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때론 '몰랐던 일'일 수 있다는 점에서 케이스 스터디는 이런 블랙 스완을 발견하는 아주 좋은 방법론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전제라 하겠다. 또한 개별 사례의 통찰을 통해 그 원인과 결과의 본질(시사점)을 탐구함으로써 통설(학계의 상식)을 뒤집거나 미래를 예측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되더라.

 

케이스 스터디의 핵심이 '맥락'이라는 정의에서 작은 배움이 있었다. 맥락이란 특정 현상을 둘러싼 상황을 말하는데, "케이스 스터디에서 맥락은 해당 사건을 해당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배경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맥락에 대한 주의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는 거다. 통계학적 연구에서는 맥락을 통해 이해하기보다 맥락에 좌우되지 않는 일반적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주요 목적인지라 맥락이 부각되지 않도록 하지만, 모든 일을 전부 숫자로 나타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는 법. 이럴 때 즉, 인과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할 경우에 케이스 스터디가 유용하다는 거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있을 수 없는 일, 예상 밖의 사건 ==> 날것 그대로의 본질에 다가가라 ==>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과정 ==> 케이스 스터디의 '힘'


케이스 스터디의 힘(강점)이란,
1. 인간의 지성을 활성화 하는 힘(사고력과 관찰력을 이끌어내는 힘)을 키운다.
2. 복잡한 현상에 대응하는 힘(인과관계를 밝히는 힘)을 키운다.
3. 유추법으로 미래의 개척하는 힘(전례가 없어도 유효한 가설을 이끌어 내는 힘)을 키운다
.

 

책에서는 일탈사례(대다수의 일반적인 사례와는 달리 기존의 통설에 들어맞지 않는 사례) 연구가 기존의 상식을 깨고 새로운 정설을 이끌어내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더라.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언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통설에 대한 깊고 냉정한 이해와 더불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함을 주지하고 있다. 이어 사례를 보는 '관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렌즈로 보아야 사례의 가치를 높이는지를 알아내야 한다는 거다. 물론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의 눈으로 '가치를 높이는 렌즈'를 찾으면 더 좋고...

 

이러나저러나 잘 된 케이스 스터디는 무엇보다 조사 설계가 뛰어나야 한다(이건 기본). 명확한 논리를 세우고(적은 사례로도 확실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므로) 가설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반복 실험과 고찰이 필요하다는 것도 기억할 만했다. 이때 경계해야 할 자세는 가설에 맞게 억지로 데이터를 꿰어 맞추는 거고, 바람직한 자세는 가설 검증에 실패하더라도 사실과 마주하고 진짜 원인을 찾는 거지. 뭐 당연한 말이지만 최초의 문제의식을 명확히 하여 방향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걸로 보인다. 관점이 분명하면 데이터에 매몰되는 일은 없을 터이므로...

 

결국 케이스 스터디는 통상적인 패턴에서 규명할 수 있는 상관관계보다는 인과관계의 추적과 규명에 그 의의가 있다는 걸로 보인다. 책의 마무리는 '학술의 과잉'을 없애고 '실무에서도 의식해야 할 것'을 남김으로써 실천적인 케이스 스터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나간다. 이 책은 배경 논문의 수준이 좀 높아 배울 부분이 많은 책임이 분명한데, 혹시 미시적인 케이스 스터디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듯하다. 다섯 편의 논문이 들여다보는 분야가 조금 거시적(조직 혁신, 위기관리, 인재 채용, 혁신 전파, M&A)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영경제 학도라면 한번 쯤 꼭 읽어볼만한 책이라 평가를 해 본다.

 

이 책의 뼈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챕터

인용 논문

뼈대

얻고자 하는 힘

2

급진적인 조직 혁신에 관한 연구(2007)

단 한 개의 사례라도 분석 시점에 따라 충분한 시사점 을 이끌어낼 수 있다

블랙 스완을 발견하는 힘

3

조직의 관성 변화에 관한 연구(2005)

면밀한 조사 설계를 통해 가설을 검증한다

적은 사례로 논리를 검증하는 힘

4

창의성 평가에 관한 연구(2003)

현장에 뛰어들어 예상치도 못한 '발견'을 한다

뜻밖의 변수를 탐지하는 힘

5

혁신 전파에 관한 연구(2005)

추가 분석을 통해 가설의 정밀도를 높인다

숨겨진 맥락을 읽는 힘

6

M&A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연구(2009)

조사 대상을 추적하여 인과 메커니즘을 규명한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힘

 

간단요약 :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케이스 스터디는 학술 연구뿐 아니라 실무에도 도움이 되는 유연한 조사 방법이다.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현장에서 발견하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그런 경험은 새로운 발상을 가져오고 자신을 지론을 다듬어 줄 것이다.(262쪽)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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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5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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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 기업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사물인터넷과 알고리즘의 비밀
벤 웨이버 지음, 배충효 옮김 / 북카라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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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 기업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사물인터넷과 알고리즘의 비밀>... 제목 참 좋다. IT 분야의 최근 핫이슈들이 다들어 있지 않은가. 모바일 시대의 디지털 영토를 놓고 다투는 구글이나 애플이 들어가면 일단 눈에 띈다. 게다가 정보 시대의 '원유'에 해당하는 ‘빅데이터’와 새로운 블루오션이라 일컫는 ‘사물인터넷’이 등장한 가운데, 뭔가 신비한 느낌을 주는 ‘알고리즘’으로 윤기를 낸 후 거기에 ‘비밀’이란 호기심을 덧붙었다. 이런 IT의 총아들을 모아 기업이 갈구(?)하는 ‘창의성’으로 포장했으니 누가 생각했는지 대단하다~고 해야겠다.
왜 이런 제목 타령이냐? 그건 제목이 황당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는 <People Analytics: How Social Sensing Technology Will Transform Business and What It Tells Us about the Future of Work>이다(굳이 간략한 제목을 달아본다면, 피플 애널리틱스: 소셜 센싱 기술이 변화시키는 비즈니스와 미래의 직장). 여기엔 구글도, 빅데이터도, 창의성도, 사물인터넷도, 알고리즘도, 비밀이란 단어가 없다. 또한 원제의 How Social Sensing Technology~에서 Sensing을 빼버리고 How Social Technology~로 기재한 이유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Sensor(센서)를 통한 데이터 수집이 한글 제목에 나오는 사물인터넷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원제 People Analytics의 중심 과정이지 않은가... 이건 출판사의 큰 착각이거나 교정 오류라고 느껴진다.


출판사에서야 People Analytics(피플 애널리틱스)란 제목이 독자에게 별로 어필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을 수도 있겠으나, 어느 정도 전문성이 가미된 경영·경제 서적의 경우 함축된 의미를 내포한 원제를 그대로 소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경우 평소에 글로벌 경영 뉴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제목과 관련된 부분을 책 내용에서 찾을 수 없다고 불만일 것이고, 그 반대라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나 빅데이터 테크놀러지 분야에서 "People analytics"란 용어를 가끔 접할 수 있기에 출판사가 붙인 제목이 원제의 묘미를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자의적인 제목이 마땅찮기는 하나, 입장을 바꾸어 출판사(또는 번역자)의 눈으로 이렇게 제목을 붙인 이유를 유추해 보면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People Analytics의 성공적 모델이 구글이고(구글의 성공 이면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원들의 행동 역학을 분석하여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재를 경영해 나가는 People Analytics팀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정보 수집(빅데이터) 도구인 소시오매트릭 배지(sociometric badge)는 일종의 센서(Sensor)로써 이는 곧 사물인터넷의 주요 디바이스이기 때문이다. 출판사(번역자)는 그저 단순한 번역의 단계를 뛰어넘어 책의 지향점에서 지금의 IT 이슈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리라 좋게 생각해 본다.

 


People Analytics(피플 애널리틱스)의 개념을 짚어보면, 창의적인 인재를 낳는 직장 환경이나 생산성과 만족도가 높은 근무 방식에 대해 '데이터'를 사용하여 밝히고자 하는 시도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벤 웨이버(Ben Waber)는 센서 기술을 사용하여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분석하는 경영 컨설팅 서비스 회사인 소시오메트릭 솔루션스(Sociometric Solutions)를 설립하는데, 이 회사는 직원의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최적의 작업방식과 근무 환경을 찾아낸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회사로, 분석의 기초가 되는 것은 센서가 내장된 '소시오매트릭 배지'란 기기를 직원 목에 걸게 하고 이를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이다. 저자는 이런 조사와 분석으로 커뮤니케이션 데이터가 일의 생산성과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았다고 하며, 현재 전담부서를 두고 피플 애널리틱스를 시작한 기업으로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있다고 한다. 특히 구글은 피플 애널리틱스를 통해 사무실 레이아웃과 간이 카페(micro-kitchens)의 구조 등을 최적화하는 등 근무방식과 조직의 모습을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나가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구글의 인수합병 추진 성공률이 60퍼센트가 넘는 이유를 이 피플 애널리틱스에서 찾고 있느니 만큼 앞으로 주목해야할 분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소시오매트릭 배지 : 몸에 달고 있으면 센서를 이용해 대화 시간, 이동 거리, 동료와의 접촉 횟수 등을 기록하는 기기로, 소시오미터(sociometer)라고도 한다.


결국 저자가 하고픈 말의 요지는 빅데이터의 혁신적인 힘에 주목하라는 걸로 정리하면 되겠다. 기업 전반에 관한 센서 기술과 빅데이터의 분석이 기업의 조직화 방식에 엄청난 영향, 특히 의사소통 데이터의 힘(응집력)이 대단하니까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네. 빅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활용하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것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인간 행동 분석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교환함으로써 전 세계 기업의 학습 커뮤니티가 형성 될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이로 인한 피드백이 기업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르게 표현해 보면 기업이 직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인간 행동 분석 시스템의 필수요건이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거네.
하긴 직원들의 다양성이 잘 어우러질 때 창의성과 생산성이 증진할 것은 당연한 사실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말로만 융합이니 통섭이니 떠들 뿐 그 인적 환경의 분위기는 언제나 소통부재로 허덕거리지. 저자는 이런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업무 환경과 기업문화)를 해결하고 그 성과를 최적화하기 위해서 빅데이터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걸 책의 종반에 이르기까지 설명해 나간다.


결론을 지어보면, 인간 행동 분석 시스템은 이제 전 세계 기업의 학습 네트워크가 되어 경영 '전문가'가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가 기업을 경영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이 책의 요체라고 하겠다. 한마디로 이제는 빅데이터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는 거지. 물론 저자는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문제도 간략히 언급을 하고 있긴 한데... 이게 쉽지 않은 문제이긴하나 기업의 입장에서 얻을 것이 더 크다는 점에 저자는 밑줄 쫘~악...
그런데 이 책이 출간된 2003년엔 상당히 주목받은 책인 건 알겠는데, 2년이란 시간이 이 책에 대한 신선함을 싹~ 거두어 가버렸다는 것이 이 책의 함정이다. 만약 '빅데이터' 이슈를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더라면 그 흥미로움에 대한 감응이 상당하였겠지만, 이미 관련 서적을 두서너 권 읽은 이력이 있는지라 특별히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것이 없었다. 좋은 책인 것은 알겠으나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독후기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한줄 요약 : 이제는 빅데이터가 기업을 경영하는 시대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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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영의 모험 -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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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 이런 말은 누가 언급 했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질 것이다. 내가 백날 '최고' 운운해봐야 웃기는 짜장~(짬뽕인가?)이겠지만, 당대 최고의 부자이며 IT계의 거물인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Bill Gates) 회장의 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91년에 빌 게이츠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을 만났을 때, '비즈니스에 관한 괜찮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 모양이다. 버핏은 주저하지 않고(He didn't miss a beat. 이거 괜찮은 숙어) <경영의 모험 Business Adventures>을 권했다고 한다. <뉴요커> 금융 부문 저널리스트였던 존 브룩스(John Brooks)의 저서인 이 책은 1969년에 출간되었다가 곧 절판된 뒤 '전설적인 경영서'로 소문만 무성하다가, 2014년 빌 게이츠가 <월스트리트저널>에 ‘빌게이츠의 추천 서적 Bill Gates's Favorite Business Book’이라는 칼럼을 기고하면서 "경영서의 고전(A Business Classic)"으로 재평가 받고 복간되었다고 한다.


빌 게이츠 같은 CEO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경영서 the best business book I've ever read"라 극찬한 비즈니스 책이니만큼 이 책은 단번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는다. 그러니 경영학도라면 관심을 아니가질 수 없는 터! 당연히 표지에 눈길이 한 번 더 가더라. 이런저런 소개 및 추천의 글을 잠시 훑어본 후, 일단 빌 게이츠의 기고 칼럼(http://www.wsj.com/articles/bill-gatess-favorite-business-book-1405088228)부터 찾아 읽어봤다. 책 내용에서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파트가 특히 읽을거리라는 것을 확인한 후, 이 책을 마음에서 살짝 지워 버렸더랬다(별로 읽고 싶지 않았다는 거다). 왜? 일단 부담스러웠다. 너무 잘나가는 거물들의 생각과 느낌이 나의 현실에 제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고, 그 판단의 잣대가 이미 정해져 있는 책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당대의 언론으로 부터 호평을 받은 책이라 할지라도 1960년대의 비즈니스와 금융 환경이 2010년대의 신자유주의 시대와는 상통하지 않으리라는 어림짐작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책을 읽기에 이르렀다.


읽어보니 이게 60년대 경영서적인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 있고 흥미로웠다. 12편의 주제만 보더라도 오늘의 금융, 경영, 경제 이슈와 별반 다르지 않았고, 여러 이슈의 프로젝트 과정과 그 결과를 객관적 시각으로 통찰력 있게 바라본 일종의 사례분석 책이라 하여도 무방하겠더라. 제일 처음에 설명되는 포드 자동차의 플래그쉽 신차 에드셀(Edsel) 개발과 그 실패를 보면서 얼핏 스마트폰 갤럭시5의 곤란함이 겹쳐지더만. 포드자동차회사에 새로운 영광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던 에드셀은 이전에 거의 본 적 없는 놀라운 장치들로 무장했지만, 디자인이 '파출부가 공작부인의 진주목걸이를 건 것과 비슷하다'는 평가와 함께 몰락의 대명사가 되고 만다. 의도한 디자인과 성능을 받아들이지 못한 시대를 탓할 수도 있겠으나 결국 소비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모한 낙관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갤럭시5도 디자인 혹평으로 판매량이 부진했고 덩달아 부품회사들의 영업실적도 적자로 돌아서는 등 엄청 곤란을 겪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고객 지향적 판단이 아닌 회사 내의 직감에 의존한 낙관주의가 깃들었던 게 아니었을까? 반면교사란 게 따로 없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두 번째 '누구를 위한 세금인가?' 테마도 흥미롭기만 하다. 소득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소득세의 대안인 부가가치세나 지출세(소득 대신에 개인의 연간 지출을 기준으로 삼아 매기는 세금. 이거 아름다운 아이디어다) 등 제법 생각거리가 있었다. 정보의 금전적 가치를 언급한 '비공개 정보가 돈으로 바뀌는 순간'은 내부자 주식 거래의 문제(코스닥시장을 뒤흔든 내츄럴엔도텍(주)의 경우도 임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고점에서 팔고나간 걸로 의심받고 있지)를 잘 짚었고, 언제 손실을 볼지도 모르는 주식시장과 공매도(우리나라에선 개미들에게 100% 불리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일반투자자는 시장에서 빠지라는 거나 다름없다), 주가조작, 주주총회 등을 다룬 글도 지금 시대의 상황인 듯 생생하게 전해졌다.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어느 누구에게도 주식을 사거나 팔라는 조언을 하지 마라."는 거다. 이거 격하게 동의한다. 잘될 땐 본인이 잘해서 그런 거고, 빠질 땐 그 책임이 추천자에게 돌아오더라. 변동성이 심할 땐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꿀의 단맛을 보고나서도 증권거래소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항상 탐욕이 문제다.

 
빌 게이츠가 극찬한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는 복사를 통한 저작권 위반, 기부금 등 기업의 비영리 활동과 사회적 책임 의식 및 기업가 정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더라. 이어지는 '기업가의 본질은 무엇인가?' 테마와 함께 잘나가는 CEO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테마였다. 빌게이츠만큼의 감동은 없었지만(그는 세계적 기업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입장에서 최고의 느낌을 받았겠지만, 난 종속적 나사같은 존재...) 본질을 꿰는 자에게 성공은 덤이라 하니 경영자의 길을 걷고자하는 이에겐 참 도움이 되는 바탕공부라 하겠다.(60년대의 책에서 비물리적 가치를 지향하는 마켓3.0사회의 개념을 엿본다는 것은... 이런 걸 통찰력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단하긴 하다.)
이 외에도 기업 조직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기업 비밀 보호, 파운드화 평가절하(환율인상)에 관한 테마 역시 시공을 초월한 오늘날의 핫 이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객을 배제한 판단, 증세 없는 복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매도와 내부자 거래, 아베노믹스의 엔저 폭풍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우리경제, 언제나 소통이 문제라는 현장... 뉴노멀(New Normal) 시대라는 2010년대의 핫이슈와 1960년대의 테마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은 저자의 통찰력이 그 만큼 시대를 넘나든다는 증거라고도 하겠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역사의 패턴을 이해하는 데 있다."는 뉴욕타임즈의 촌평이 참 와닿은 책읽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전체적으로 전략적 CEO급이 읽으면 참 격(格)이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꼭 CEO가 아니더라도 글로벌 시대에 비즈니스의 큰 그림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했고... 여하간 빌 게이츠가 감명을 받을 정도로 좋은 책인 것은 분명하나, 나의 비즈니스 그릇이 그닥 크지 않아 저자의 통찰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되다보니 별 다섯을 온전히 주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이 책은 빌 게이츠 덕분에 인기를얻고 복간된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빌 게이츠 자신이 2014년도에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꼽은 베스트 5권을 기록해 두면서 이 책의 독후기를 아퀴짓고자 한다(http://www.gatesnotes.com/About-Bill-Gates/Best-Books-2014).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 by John Brooks), 21세기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by Thomas Piketty), 아시아의 힘(How Asia Works by Joe Studwell), 로지 효과(The Rosie Effect by Graeme Simsion), 문명세계 만들기(Making the Modern World:Materials and Dematerialization by Vaclav Smil)....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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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결국은 어른이 문제다. 사악한 짐승의 마음을 가지고 인두겁을 뒤집어쓴 악마들이 너무 많은 사회. 우린 부끄럽게도, 아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인간껍데기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타락의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의 탈을 썼다면 그래도 지켜야 할 마지막 선(線)이란 게 있는 법인데...

 

청소년 소설처럼 보이는 조그마한 책이 있기에 무슨 내용인가 싶어 몇 장 읽어보다가, 그만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마음이 먹먹하였다. 비록 소설이라지만 그 내용이 언젠가 떠들썩했던 나영이 사건이나 인터넷 상에 올라왔던 일산 모 유치원의 아동 성폭력 사건과 겹쳐지다보니, 딸 가진 부모로서 참 마음 다스리기 힘들어지더라.

 

<유진과 유진>에서 유치원 원장이 유치원 여자아이들에게 못된 짓을 했네. 이때 성추행을 당한 동명의 두 유진이가 중2가 되어 같은 반이 된다. 큰 유진은 부모가 나름 잘 대처하여 밝게 자라왔으나, 전교 1등짜리 작은 유진은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소설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로 남은 아픔을 가감 없이 건드린다.

 

작가는 어떤 과도한 꾸밈이나 높낮이 없는 민낯의 문체로 피해자들의 무의식에 감춰진 수치감과 분노, 두려움과 자기 파괴적 상실감을 독자에게 들이댄다. 물론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고... 그런데 이런 턱턱 숨이 막히는 무거움이 청소년 성장소설로 자리매김하는 게 나는 마땅찮다. 문제는 이렇게 마땋찮아 외면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럴 수 없다는 거다.

 

어쨌거나 작가는 나무의 '옹이'를 통해 청소년과 피해자 가족들이 아픔을 승화시켰으면 하는 바램을 숨기지 않는다. "나무의 옹이가 뭐더냐? 몸뚱이에 난 생채기가 아문 흉터여(162쪽)."... "감추려고, 덮어 두려고만 들지 말고 함께 상처를 치료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상처에 바람도 쐬어주고 햇볕도 쪼여 주었으면 외할머니가 말한 나무의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물었을 텐데(275쪽)...

 

이런 성장소설을 보면 항상 도종환의 시가 떠오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시적인 언어로 달랠 수 없는 아픔도 있다. 상처를 쳐다보고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프지 않은 상처로 다스리라는 것은 치유가 아니라 그저 언어적 유희 일 뿐이다.

 

성적(性的) 방종 속에 움 튼 악의 싹은 빨리 잘라내어야 인간이 인간다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동 성폭력자는 공개리에 거세(去勢, 宮刑)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이 무르니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거다. 성이 자유개방화 되고 처벌이 솜방망이니 아동에게까지 마수를 뻗칠 생각을 하는 거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자 자산이다. 그들을 보호하고 꾸밈없이 자라도록 하는 것이 바로 어른이란 이름의 책임이고 의무이지 않겠는가.

 

이러나저러나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둡다. 에휴~ 심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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