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깡패 같은 애인 - My Dear Desperad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줄거리를 읽고 비디오 클립을 봤을 때 안 봐도 될 거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요즘 한국영화는 나를 극장으로 이끌지 못한다.-_-; 소재와 구성만 보면 식상하다. 88만원 세대 여자와 찌그러진 건달 남자. 이런 구성이라면 대충 머리속에서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티격태격하다 순애보로 발전하는 그저그런 멜로 영화겠거니...

 

영화는 고정관념을 비껴간다. 동철과 한세진의 관계가 티격태격하는 건 맞지만 두 사람이 미래를 함께 하기 위한 걸 알려주는 목적이 아니다. 두 사람은 그저 옆방 세입자로 딱 세입자의 거리를 유지한다. 라면 값 2500원도 받아내는 동철을 보면 옆방 여자한테 폼 잡거나 잘 보이려는 마음이 없어보인다. 남자가 여자한테 보이는 애정은, 일종의 동료 의식 혹은 연대 의식이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거 없는 남자가 역시 가진 것 없고 별 볼 일 없는 여자가 취직 못하는 이유를 사회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고 말했듯이. 남자는 여자 뿐 아니라 미래가 열려있는 십대가 자신과 닮은 삶을 사는 걸 원치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한편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 못한 길에 대해 로망을 가지고 있다. 동철 역시 자신이 잘 아는 바닥 세계보다는 다른 세계에 대한 로망이 있다.

 

동철은 별 볼 일없는 여자를 취직시키는 데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로를 세운다. 여자는, 가장 좋을 때 남자친구를 만났고 가장 힘들 때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동철(연인으로서는 아니지만)을 만났다. 같은 세입자로 이어지는 친분은 세입자 딱지와 함께 영원히 과거 속에 기억 한자락으로 자리잡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 멜로 드라마의 진정한 변화는, 라스트 씬에 있는 것 같다. 주인공 남녀는 이별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만나고 거기서 끝난다. 동화처럼(그렇담 고전으로 회귀가 아닌가?). 결말을 관객을 위해 열어둔다.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할지 말지는 관객의 마음이다. 감독들은 정말 관객을 위해서 결말을 열어두었을까? 무언가를 책임지기 두려워서 두 사람을 다시 출발선상으로 되돌려놓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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