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이전의 침묵 - The Silence Before Bach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개봉했을 때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놓쳤는데 아트시네마에서 볼 기회를 가졌다. dvd가 나와 있어서 dvd로 볼까 했는데 극장에서 안 보면 dvd로는 끝까지 안 보거나 봐도 건성으로 볼 영화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하얀 벽과 마루 바닥을 따라 카메라가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바흐의 곡이 이어진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봤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인가 궁금했다.

 

제목이 말해 주듯이 바흐 이전에도 세계는 존재했지만 공허한 울림이라는 목소리를 담아내는 영화다. 바흐와 그의 음악을 중심에 두고 시간을 횡단한다.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현대인들에게 지루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바흐는 고속도로를 연주회장으로 만든다. 또 바흐의 무덤을 찾고 바흐의 작업실을 찾는 관광객들한테 바흐는 마음의 향수다. 또 비기독교인이 합창단에서 성가곡을 부르면서 신에 대한 믿음을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교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때 바흐의 칸타타를 자장가로 삼았던 때가 있었는데 가사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애절하게 때로는 차분하게 부르는 노래가 신이여 사랑합니다, 이런 내용이어서. 가사는 간결해서 독어가 아니었다면 가사 때문에  칸타타를 좋아할 수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또 무반주 첼로곡들은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을 대신할 수도 있다.

 

바흐가 죽은 지 50년이 지나서야 푸줏간 주인이 바흐의 악보로 고기를 싸면서 바흐가 재발견되었다는 전설이 있단다. 푸줏간 주인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바흐를 영영 모를 수도 있었을테니 푸줏간 주인의 무지함이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아주 유심히 본 건 (아무래도 요즘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 아버지가 아들에게 프렐류드를 가르쳐주는 장면이었다. 감정없이 음표대로 건반을 눌렀을 때랑 음표의 진행을 이해하면서 어떤 이야기인지 이해하면서 건반을 누를 때랑은 아주 소리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또 파이프 오르간은 그 울림을 지속하려고 페달을 사용하는데 페달은 지금과는 많이 달라서 손과 발이 함께 연주해야한다. 페달도 건반과 거의 유사해 보였다! 베토벤이 피아노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넓은 음역대를 사용했다면 바흐는 손의 엇갈림을 사용했다. 손이 크로스돼서 손가락이 날개달린 듯이 가볍게 건반 위를 날아다니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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