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도시 2 - The Border City 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러저러한 이유로 놓쳤던 다큐인데 EBS 다큐페스티벌에서 지난 일요일에 방영했다.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1. 먼저 법의 자의성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국가보안법이란 준거틀 아래서 인간 송두율의 신념은 유죄라고 판결을 받는다. 노동당원이며 북한을 스무 번 방문한 이력 속에 한 개인의 소신이나 신념이 숙고되진 않는다. 그의 소신은 남북한의 평화적 교류를 원했다는데 주입식 이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사회는 그를 간첩으로 규정짓는다.  그의 바람은 외로운 영혼이 조국의 품에 안기는 것이었는데 조국과 조국의 법은 다른 입장이었다. 그가 만난 모든 이가 전향을 권유했다. 전향란 말 속에는 이미 그의 유죄를 인정하는 집단심리가 들어가있으며 전향하면 한국사회는 관용을 베풀거라고..

법을 전달하고 강제하는 건 권력집단이고 네트워크란 말이 있다. 다수의 의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가 질서를 위협하는 모든 행동을 규제하는 게 법이기도 하다. 국가 질서를 위협하는 기준이 애매모호한데, 그리고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해야 당연한데 다큐 화면에 담긴 모든 이가 법의 확고한 전달자이면서 집행자로 보인다. 수구든 진보진영이든 언론이든 일반인이든 모두 하나였다. 

한 개인의 신념이 적색으로 분류돼 관용을 구해야하는 입장에 대해 분개하는 건 그의 아내가 유일했다. 그의 아내는 전향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현했다. 송두율 교수는 그저 침묵만 지켰다.

 2. 미디어의 경박함이다. 송두율 교수가 지난한 과정으로 유도한 게 언론이다. 그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한 말이, 가장 실망과 상처를 준 게 언론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경박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기까지 했으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언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다. 
 

거의 모든 곳에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있는 나라에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이 다큐에서 인상적인 뉴스 인용을 한다. 시청앞에 있는 건물들에 설치된 LCD화면으로 나오는 두 줄짜리 제목이다. 자세한 상황을 가지치기한 제목은 송두율 씨 간첩, 유죄..이런 극단적 활자화는 정보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한테는 폭탄과 같다. 간략한 활자화는 광고처럼 일방적 수용만을 강요하는 일방통행이다. 바쁜 우리는 아무리 경계해도 때때로 간략한 활자의 편리함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편리함을 이겨내고 언론이 제시한 일방적 정보를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시각을 가지려면,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노출되기를 즐겨야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3. 송두율 교수는 자신의 신념을 뒤로 물러놓고 한국사회가 원하는대로 일단은 일을 마무리지었다. 타향에서 외로운 영혼이 돌아와 쉬기위해 받아들일 관문이라고, 인천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말했다.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도 그 생각이 변함이 없는지 궁금하다. 조국은 정말 뭘까? 

4. 한국에서 겪은 일을 책으로 쓰고 싶다고 했는데, 그의 책이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