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 - Rainbow Trou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제 주말의 명화에서 봤는데 검색해보니 10년 전, 99년 영화다. 요즘의 반들반들 윤이나는 영상과 달리 후줄근해서 12시 넘어서 케이블에서 하는 19금 영화 분위기가 난다. 설경구, 강수연, 이은주 등등 10년 전 그들의 모습에 이끌려 보다가 이런 영화가 묻혀졌다니 아깝다.  

어렸을 적, 세 친구가 송어양식장에서 모인다. 한때 서울에서 연극 연출을 했지만 실패하고 산골에서 송어를 기르는 창현, 대학등록금으로 갈비집을 해서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한 대학 졸업장 대신 잘 나가는 식당을 재산으로 갖고 있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병관, 샌님 같은 민수. 졸업 후 각각 다른 인생의 영역을 펼쳐나가는 이들이 오랜만에 의기투합해 피크닉을 시작한다.  

자신과 다른 삶에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이들이 함께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자신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은 잠깐이고 날이 밝자 세 친구는 서로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어제의 의기투합은 사라지고 우정에 금이 생기기 시작한다.  

금은 점점 깊어져 결국 틈이 드러나고 드러난 틈 속에 숨겨진 잔혹한 본능은 비겁하기만 하다. 도덕이나 체면의 가면 뒤에 비겁한 습성이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도리를 알아야한다고 그들은 주장하지만 약자에게, 그리고 자신의 이익과 안전이 위협당할 때 바닥까지 떨어지는 행동을 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재로 한정된 공간에서 극적 긴장감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 인간 본성이 어디까지 야비할 수 있는지, 위기 앞에서 배려는 짓밟히고 자신의 생존만을 위한 술수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건 결코 유쾌하진 않다. 우리의 속마음의 일부를 꺼내보는 것 같으니까.  

영화는 상당히 비관적 세계관을 드러내고 그래서 매력적이지만, 그래도 선한 사람의 본성에 무게추를 기울이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연 이들과 같은 위기에-물론 자신들이 자초한 것이지만-몰릴 때, 그들과 다른 선택을 할 용기가 있을까. 영화 속 인물들에게 선뜻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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