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인간 - 가면과 현기증 (Le masque et vertige)
로제 카이와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학 서적을 읽으면서 고민하게 되는 점은,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것인가, 이다 . 놀이하는 인간이란 개념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것도 아니고 유행의 꼭지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중인 것 처럼 보인다. 옷이나 액세서리만 유행이 있는게 아니라 학문에도 유행이 있기 때문이다. 호이징가의 <호모 루덴스>를 읽지 않아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일단 로제 카이와가 정의하는 놀이 개념이란 다음과 같다.

아곤(경쟁), 알레아(운), 미미크리(모의), 일링크스(현기증). 각각 대응하는 놀이와 타락했을 때의 효과를 주장한다. 이런 개념 용어를 접할 때마다 내 머리는 단단한 화석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긍정할 수 있는 보편성에서 독특한 개념 용어를 나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만들지 못하며 유연한 두뇌를 가진 훌륭한 이들의 개념을 읽으며 감탄하는 운명으로 생을 마칠 것이다. -.- 이렇게 운명 운운하는 걸 보면, 나는 어느 정도 내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어두운(?) 미래를 맞아 마음이라도 편하게 준비하기 위함이다. 카이와에 따르면! "운명에 몸을 맡기는 자는 그 판결을 미리 알거나 그 은혜를 받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라고 했다.

또 한편으로는 종교가 없는 내게 종교 교리로 삼을 만한 말도 들어있다. 자유롭고, 분리되며, 확정되어 있지 않고, 비생산적이며, 규칙이 있고(일상의 법규를 정지시키고 일시적으로 새로운 법규를 확립), 허구적 활동이 놀이의 특징이다. 어떤 면에서 나는 완벽한 놀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세워 놓은 미래상을 위해 한걸음씩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긴 하다.

작업실에 나가기 시작한 지 이제 한달이 넘었다. 바삭거리는 햇살을 쬐며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 5분 남짓한 시간에 나는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다. 어떤 날은 바깥 날씨와는 상관없는 어두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고 걷는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서 심호흡을 하고 진정한 놀이를 하고 있다고 토닥인다. 때로 이 토닥임은 유효하기도 하다. 난 경제적 인간 보다 한 수 위인 호모 루덴스야, 하고 거울을 보며 마음으로 말한다. 그리고 미소 짓는 것처럼 입가를 올려보며 일주일의 첫날을 시작한다. 놀이의 특성상 불확실한 활동으로 결말에 대한 의문이 지나치게 넘쳐서 내 목을 조이지 않는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놀이하는 인간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