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아탈리의 미테랑 평전
자크 아탈리 지음, 김용채 옮김 / 뷰스(Views)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미테랑 평전이라고 해서 일말의 기대심을 갖고 읽었다. 어떤 실마리나 조그만 단서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프랑스인들의 글쓰기가 그렇듯 이런 내 기대감은 여지없이 배반을 당한다. 저널리즘 글쓰기를 주로 하는 프랑스 저자들이 쓴 책은 읽지 않기로 결심하지만 이 결심이 지켜질지는 잘 모르겠다.

먼저 투덜거려보면, 평전이란 한국식 표현이다. 원제는 <미테랑은 이랬었다C'etait Francois Mitterrand>이다. 그러니까 어떤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한 책이 아니라 자크 아탈리가 60년대 미테랑을 만난 시점부터 미테랑이 죽을 때까지 지켜본 모습을 쓴 에세이이다. 감탄부호를 사용하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낯설어서 대체 내가 뭘 읽고 있는거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미테랑이 실행한 국내 정책이나 외교 정책에 있어서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주기보다는 저자의 관점이 부각되고, 아탈리의 행보를 읽는 듯한 착각도 든다.

 <미테랑의 말년>이란 영화를 통해 보았던 미테랑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연상되기도 한다. 사실, 미테랑에 대한 애정보다는(당연하지 않는가, 한국인인 내가 미테랑에게 무슨 애정이 있겠는가) 미테랑 재임기간에 일어났던 정치적, 사회적 상황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며 독서를 했지만 아탈리 특유의 초점을 흐리는 문체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뽑아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탈리의 글은 매우 유려하지만 요점을 파악하는데 좋은 글은 아니다. 강유원 씨의 주장대로라면, 이런 인문학적 글에서 지나친 형용사의 남발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진 소득이란, 재임기간 동안 일어났던 정치적 스캔들.  정리해보면,

88년 11월 페시네 사건: 미테랑의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인 로제 파트리스 펄라가 두 회사의 합병을 누설해서 증권 시장에서 돈을 벌었다.

89년 정당의 자금 조달 스캔들

또 41년과 43년 사이에 문제가 ‰榮?비시 정권에서 대독협력에 대한 미테랑과 나눈 대화는  흥미롭다. 국가 지도자와 보좌관의 입장차이가 분명히 나타난다. 아탈리는 미테랑을 비난할 의사는 없어 보이고 이미 미테랑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입장이다.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그는 불명예스러운 것은 아무 것도 저지르지 않았다. 스스로의 자화상을 무너뜨리면서 나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주었음에도 그는 나로 하여금 아무리 위대한 인물일지라도 한 인간의 삶은 약점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도와주었다."

이 글 속에 담긴 아탈리의 입장은 이 책 전반에 걸친 입장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