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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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읽고 별로 감동이 없어서...
너무 짜임새 있고, 중의어를 멋지게 잘 이용했고, 묘사 탁월하고..
소설로서는 멋진데, 맘에 잘 와 닿지를 않았다.
내가 느낌이 약한가보다 했는데...

작가가 어떤 잡지에서 한 이말이 갑자기 내 뇌리를 쾅! 치고 말았다.

".....늙고 병든 몸이 가진 슬픔과 이와 대조적으로 살아 있는 것의 어쩔 수 없는 아름다움을 그냥 그리고 싶었던 거지요. 그리고 그 주인공 새끼.(여기서 깜짝 놀램) 아주 질 나쁜 놈이지만 그 젊고 생명이 넘치는 여직원에 대한 아스라한 사랑은 진짜거든요. 사람 안에 그런 게 함께 있으니까 괴로운 거지요."

사람 안에 있는 그 이중성!... 진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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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생각하는 너부리 > 결혼에 대한 따뜻한 시선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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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우리의 삶에 있어 중대한 일(인륜지대사)에 속하며,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만큼 결혼에 대해서는 누구든 하고픈 말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결혼에 대한 책들도 많이 있는데 그것들은 대강 다음의 세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1. 결혼을 전투로 바라보는 책(결혼은 현실이다),

2. 결혼을 달콤한 환상으로 생각하게 하는  책(결혼은 둘이 하나되는 것이다),

3. 결혼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책(결혼은 해도, 안해도 후회다).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결혼한 내 입장에서는 혼자서 잠자는게 두려워진 내가 너무 의존적인건 아닌가 반성하거나 늘 티격태격하는 내 결혼생활은 뭔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의심하거나 아직 결혼하지 않고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역시 대강 세 가지 반응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나면 결혼생활이란게 말처럼 간단하게 독립적이고 동등한 두 사람의 관계라거나 하나보다는 행복한 생활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성인이 만나 같은 공간, 경험을 공유하며 생활해나가는 것이니 만큼 꽤 복잡한 감정의 교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결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단정짓기 보다는 그저 나와 다른 한 인간의 존재를 인정하며 그와의 관계에서 현재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리는 편안하고 따뜻한 인간관계로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작가이기 때문에 따로없던 주말이란 개념을 회사원인 남편을 통해 갖게 되고, 주말이란 시간을 즐기게 되며, 여행을 가겠다는 말에 어디로 가냐든지 언제 가냐와 같은 질문대신 대뜸 밥은? 이라는 말을 하는 남편을 미워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포도의 씨까지 빼줘야 포도를 먹는 남편에게 그럼 먹지마 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해주고 함께 기쁨을 나눈다.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이 만난 이상 그 사람도 나도 잘못하는 부분이 있고 원망스러운 부분이 있는건 당연하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상대의 잘못에 화내고 내가 손해본다는 생각보다는 상대방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여유있는 결혼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결혼에 대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시선이 신선했다. 결혼이란게 어려운 이유가 한 번 하면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의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녀는 미래를 바라보기 보다는 현재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행복에만 집중함으로서 서로를 얽매지 않는 편안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결혼생활에서 이래야 한다는 룰 같은건 없는 거 같다. 그저 함께 있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서로를 편안하게 해주면 그걸로 최선이 아닌가 싶다.  물론 결혼 생활의 최대 난점인 아이 문제가 이 책에는 등장하지 않아 아이를 가진 부부는 너무 안이한 글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꼭 아이문제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결혼을 두 사람의 인간관계로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인거 같다. 더불어 남편에 대해 쓴 글들이 참 재미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 결혼에 관심없는 사람, 결혼한 사람 모두 재미있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일본의 3대 여작가에 속하는 사람의 결혼생활도 별 수 없군, 피식 웃게 되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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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생각하는 너부리 > 시작이 있으면 끝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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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에쿠니 카오리가 이번에는 헤어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좀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한때 사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아무 느낌도 느낄 수 없"게 되는 '정떨어짐'을 이야기 하고 있다. 늘 사랑의 시작과 사랑의 진행에 대해 말해왔기 때문에 이번 책은 읽으면서 마음이 좀 허전하고, 갑자기 현실로 확 끌어당겨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속의 남자는 참으로 자상하고 부드럽지 않았던가, 소설속의 여자는 참으로 아름답고 애틋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영원히 변치않을 듯이 보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런 사랑도 있을거야 위안받고 부러워했는데.

그런데 그녀는 소설속에서까지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랑의 변색을 소설속에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사랑이 끝난 사람들은 참 메마르고 삶이 무의미해 보인다. 여자는 이제까지 함께 살아온 남편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늘 뻔한 말다툼과 화해가 반복될 뿐 도무지 전진이라곤 없다. 언젠가 사랑이 끝날 것임을 예견하고 있기에 행복한 지금 이순간처럼 내내 이대로이길 간절히 바란다. 이혼하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시댁을 찾은 아내는 평소에도 좋지 않았던 시댁식구가 한층 지겨워진다. 돈독한 가족의 행복한 아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여자는 그러나 백화점에서 가족들의 물건을, 레스토랑에서 가족들의 도시락을 사서 묵직하게 들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를 속이기 위해 가장하고 있을 뿐이다.

소설속의 주인공들처럼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지 우리들 스스로도 사랑에는 끝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영원한 사랑 따윈 어렵다는 거 잘 알고 있기에 우리가 영원한 사랑을 흠모하는거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조금 기운 빠지지만 사랑의 끝을 잠잠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다. 최소한 스스로를 속이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아니라고 아니라고 부정하다 보면 더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해버릴테니까.

다행인건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사랑에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사랑이 시작될 수도 있겠지. 어쩌면 영원한 사랑이란건 그런게 될 수도 있겠다. 하나의 사랑이 끝나면 다음 사랑이 시작되어 영원히 여러가지 사랑을 지속할 수 있는 거. 사랑이 많은 사람일수록 사랑없이는 못산다고 하니 굳이 한 사람과의 영원한 사랑을 꿈꾸기 보다는 늘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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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권지예 지음 / 이가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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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권지예의 글은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어두웠다.
두번째 소설집 <폭소>는 분위기가 변했다는데 그건 아직 못 읽었구,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권지예는
여성 특유의 우울함을 아주 멋스럽게 쓰는,
불륜 같은 상투적인 줄거리를 이국적 배경으로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가였다.
그래서인지 왠지 작가의 빠리 생활을 그리는 이 책은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파리예찬론이나,
빠리를 아름답게만 그렸던 <파리의 연인>과는 또 다른 류의 책일거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사생활을 보다가, 혹시나.... 뭔가 특이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구....

첨에 프롤로그는 권지예 다운 글이었다.
서늘한 바람 같은 문체로 짤막한 매혹적인 글들이 삽화와 함께 몇장 나온다. 그런데....

내 생각은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
권지예는 빠리에서 나랑 똑같은 아줌마의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 낳고, 놀이방 보내고, 인종편견에 분내하고, 불어 못해서 어버버거리구, 남편 없으면 불안해 하구, 프랑스에서 한국음식 해먹겠다고 시장보러 다니구, 맨날 밥먹으러 오는 사람한테 주고받는 맛 없다구 속으로 짜증내구, 물론 박사학위 땄으니깐 공부하느라 고생도 했겠지만...그냥 지지고볶고 사는건.. 똑같드라구...

오히려 아주 밝은 필치로 적어놓은 빠리의 생활은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는 게 힘들어 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의 일상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술술 읽힌다.
키득키득 하면서 볼 수 있구...
영악한 하연이(딸)의 성장기를 보면서는 우리딸의 기가막힌 말투를 생각하게 된다.

옆집 친구 같은 그를 볼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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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불안 1
조선희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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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읽지 못하고 사두기만 한 책들을 손에 집어드는 경우 그책을 끝까지 읽게 되는 건 별로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TV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간결한 문장과 뚜렷한 스토리 때문에 금새 두권을 읽어치울 수 있었다.

그리고 난 오히려 좀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안은 열정의 바탕이라고.... 불안이 내재되지 않으면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어떤 일이든 열정적으로 할려면, 불안정한 것에 도전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남녀관계도 결혼 후에 식는 건, 너무나 안정적인 관계가 가져다 주는 매너리즘 때문에 결코 열정을 가질 수 없는게 아닐까?

그리고 두권의 책이 다른 주인공의 입장에서 쓰고 있는데, 1권-영준의 이야기가 훨씬 박진감 있고 재미있었다. 2권-인호의 이야기는 뭔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여성인데, 오히려 남성의 세계가 더 잘그려졌다고 느껴져서 좀 의외였다. 1권이 재미 있어서 2권을 더 기대해서 그랬나? 암튼 기자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조선희씨의 다음작품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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