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권지예 지음 / 이가서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과거의 권지예의 글은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어두웠다.
두번째 소설집 <폭소>는 분위기가 변했다는데 그건 아직 못 읽었구,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권지예는
여성 특유의 우울함을 아주 멋스럽게 쓰는,
불륜 같은 상투적인 줄거리를 이국적 배경으로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가였다.
그래서인지 왠지 작가의 빠리 생활을 그리는 이 책은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파리예찬론이나,
빠리를 아름답게만 그렸던 <파리의 연인>과는 또 다른 류의 책일거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사생활을 보다가, 혹시나.... 뭔가 특이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구....

첨에 프롤로그는 권지예 다운 글이었다.
서늘한 바람 같은 문체로 짤막한 매혹적인 글들이 삽화와 함께 몇장 나온다. 그런데....

내 생각은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
권지예는 빠리에서 나랑 똑같은 아줌마의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애 낳고, 놀이방 보내고, 인종편견에 분내하고, 불어 못해서 어버버거리구, 남편 없으면 불안해 하구, 프랑스에서 한국음식 해먹겠다고 시장보러 다니구, 맨날 밥먹으러 오는 사람한테 주고받는 맛 없다구 속으로 짜증내구, 물론 박사학위 땄으니깐 공부하느라 고생도 했겠지만...그냥 지지고볶고 사는건.. 똑같드라구...

오히려 아주 밝은 필치로 적어놓은 빠리의 생활은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는 게 힘들어 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의 일상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술술 읽힌다.
키득키득 하면서 볼 수 있구...
영악한 하연이(딸)의 성장기를 보면서는 우리딸의 기가막힌 말투를 생각하게 된다.

옆집 친구 같은 그를 볼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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