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생의 서사는 있다. 저자인 조승리 씨는 15세경 시력이 약해져서 전맹이 된 분이다. 현재는 안마치료사로 일하고 있으시고. 그 하나는 확실히 남들과 다른 서사가 있으신 분. 그러나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서사가 아니다. 어릴적 환경은 힘들었다. 부모님이 승리씨를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심지어 아기때 버려질 뻔도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상상할 수 있는 서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글로 적은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매우 생기발랄하다. 탱고를 배우고 대만에 친구 세 명과 해외여행을 조직해서 나간다. 대부분 조용히 일을 하지만 때론 손님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진심의 교류를 한다. 맞이하는 모든 일에 긍정의 포인트를 찾아낸다. 나는 가족 중에 시이모님이 거의 선천적 맹인이셔서 맹인의 삶을 좀 안다. 결혼 초기에 근처에 살아서 시어머니보다 자주 뵈었었다. 안마치료사셨는데 외모가꾸기에 진심이셨다. 손님들 보기에 나쁘지 않아야 한다며, 다이어트도 열심히 하시고, 옷도 예쁘게 입으시고, 화장도 항상 빨간 립스틱으로 포인트를 주시는데, 눈뜬 나보다 훨씬 깔끔하게 입술선을 그리셨다. 물론 수입도 좋으셔서 식구들한테 잘해 줄 정도는 되셨다. 솜씨도 어찌나 좋으신지 한 번은 총각김치를 담았다고 나눠주시는데, 그게 너무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선천적 전맹은 오히려 후천적인 경우보다 살기가 더 낫다고 하셨다. 하지만 색깔 같은건 정말 궁금하다고... 그래도 누군가의 도움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그걸 미안해하셨다. 하지만 항상 유쾌하시고 성격 좋으셨던 이모님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도와드리는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 맹인의 글을 읽으며 눈 밝은 사람으로서 상대적 안도감을 얻는 차원같은게 아니라, 승리씨의 글은 글로써 매력이 있다. 올림픽 메달 딴 선수들이 들려주는 고생에서 우러나오는 인생담 같은 거랄까. 좋은 에세이 한 편 읽는 것은, 밥먹어 얻는 것과는 다른 묘한 포만감을 준다. 그런 느낌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조승리#무슨책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