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도록 읽었다. 외국작가의 글은 내게 있어 가독성이 너무 떨어진다. 이 책은 번역이 아주 좋은데도 그렇다. 아마 사고하는 방식이 달라서 주파수가 잘 안맞는 것일테다. 소아마비였던 저자가 수술로 찾게된 새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 사모예드 대형견 튤라를 키우는 노력과 행복, 엄마를 보내는 아픔, 친구 캐롤라인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 일인 가정에게 마을공동체가 주는 친절과 우정, 알콜중독과 실연 경험... 이 모든 것들이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가르치려 하거나 이해받으려 하지 않는다. 개별적 경험으로 이루어진 인생 누구든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거다. 담담한 이 글을 읽다보면 내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각자의 삶에 대해 뒤돌아보게 만드는 글, 좋은 에세이를 만났다.*그래서 마지막 장의 질문들의 나열은 촌스럽게 느껴진다. 사족이 길다.*헌정받은 딕 체이신은 누굴까? 궁금. 못찾겠다. - 수술 이후에 재활치료를 도와준 물리치료사랍니다.
내가 김영하 작가의 팬이어서 팔이 안으로 굽는 소리만은 아니다. 이렇게 가독성 좋은 소설은 참 오랫만이다. 짧은 챕터로 끊어지면서도 이어짐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다음회를 보고 싶게 만드는 드라마만큼은 아니지만,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을 줄여 읽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사실 김영하까지 SF 미래소설을 쓰는게 못마땅하긴 했다. 뭔가 현실세계를 위트있게 비틀고 꼬집는게 그의 특기였기 때문이다. <작별인사>의 스토리는 인간의 컨트롤을 넘어선 인공지능 휴머노이드가 지구를 점령하는 매우 올드한 내용이다. 이런 건 나도 쓰겠다 싶을 만큼 어디서 많이 본 줄거리ㅎㅎ 그런데 그 안에 김영하만이 쓸 수 있는 깔끔하고 반짝이는 디테일이 가득하다. 기계든 인간이든 ‘인간성‘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 자연과 음악과 역사와 소설(이야기)을 즐기는 것이라니...(사랑이 아니라!) 짧은 생을 이땅에 살고 가는 인간인 나는, 얼마나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선이의 세계관에서도 생에 대한 집착은 당연했다. 지금의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개별적인 의식을 갖고 있지만 죽음 이후에는 우주정신으로 다시 통합된다. 개별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나와 너의 경계 자체도 무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이에게도 이 생의 의미는 각별했다. 개별적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 있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니 너무나 짦은 이 찰나의 생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분투하고, 우주의 원리를 더 깊이 깨우치려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선이에게는 그래서 모든 생명이 소중했다. - P108
며칠전부터 이 책을 갖고 다니며 큐알코드 찍어서 소개된 음악을 들어가며 읽었다. 격리 이틀동안 틀어놓고 자고... 눈떠서 또 틀고ㅋㅋ 결국 다 들었다. 유튜브 만세!!이 책 완전 내 취향, 내 수준이다. 소개되는 곡들이 아주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격조 있다. 클래식 초심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재미있다. 그림도 너무 귀엽다. 잼잼 만세!ㅎㅎ작가 Jiyi Yim 쌤이 피아노 다시 배우는 내용도 나온다. 나도 레슨을 꼭 다시 받고 싶다. 그래서 우선 연습 중이다. 연습 시간이 많지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석달만에 많이 늘었다. 열심히 쳐봐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