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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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영하 작가의 팬이어서 팔이 안으로 굽는 소리만은 아니다. 이렇게 가독성 좋은 소설은 참 오랫만이다. 짧은 챕터로 끊어지면서도 이어짐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다음회를 보고 싶게 만드는 드라마만큼은 아니지만,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을 줄여 읽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사실 김영하까지 SF 미래소설을 쓰는게 못마땅하긴 했다. 뭔가 현실세계를 위트있게 비틀고 꼬집는게 그의 특기였기 때문이다. <작별인사>의 스토리는 인간의 컨트롤을 넘어선 인공지능 휴머노이드가 지구를 점령하는 매우 올드한 내용이다. 이런 건 나도 쓰겠다 싶을 만큼 어디서 많이 본 줄거리ㅎㅎ 그런데 그 안에 김영하만이 쓸 수 있는 깔끔하고 반짝이는 디테일이 가득하다. 기계든 인간이든 ‘인간성‘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 자연과 음악과 역사와 소설(이야기)을 즐기는 것이라니...(사랑이 아니라!) 짧은 생을 이땅에 살고 가는 인간인 나는, 얼마나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선이의 세계관에서도 생에 대한 집착은 당연했다. 지금의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개별적인 의식을 갖고 있지만 죽음 이후에는 우주정신으로 다시 통합된다. 개별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나와 너의 경계 자체도 무화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이에게도 이 생의 의미는 각별했다. 개별적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 있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니 너무나 짦은 이 찰나의 생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분투하고, 우주의 원리를 더 깊이 깨우치려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선이에게는 그래서 모든 생명이 소중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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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5-21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병원에서 일하면서 읽었어요. 보물선님의 리뷰는 짧지만 그 안에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 제가 좋아하고 신뢰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