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창밖이 도시가 아니라서
다행스럽다.

이렇게 함박눈이 내린 후라던가,
촉촉해서 기분 좋아지는
비가 내린다거나,
동틀무렵 햇살이 살며시 손 내밀때,
또 몽롱해지는 새벽안개가 자욱할때,
난 그저 이곳에 태어나고 자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도시라면 쌓일새도 없이
벌써 녹아 버렸을게다.

아침 일찍 세상을 바라보면
흐트러진 맘도 다부져진다.

며칠동안 한껏 오므라들어서는,
새벽녘에서야 잠이 들어
연거푸 울려대는 전화벨에
더 자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잘된 일이었다.

Write 김여흔
 
190 / 4 / 285    1644 
 2004-01-18 14:10
하늘공원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홍화씨님께서 2003-09-17일에 작성하신 "2003, 9. 5. 금요일-연일 맑다, 송별 족구, 능길 소식지 발송, 그리고 개운치 않은 귀향"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어제의 풀베기 작업 때문인지 아침이 개운하질 않다. 사무실에 나가서 어제 하지 못한 일을 정리하고 있자니 전성호 씨가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들어 왔다. 그간 동네 어른들과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교 일만 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성호 씨의 얼굴에는 아쉬움 반, 후련함 반이 묻어 나오는 듯 하다. 그동안 이장 사람들을 기다린 이유 중에 하나가 족구 팀을 이루어 신나게 족구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고, 떠나기 전에 족구 게임이나 한번 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던 일을 접고 여러 명이 마당으로 나왔다. 용재 씨와 흥민 씨, 민종 씨가 한편을 이루고 성호 씨와 재철 씨, 그리고 내가 한 편을 이루었다. 별다른 내기를 건 것은 아니지만 시합을 하기로 했다. 해는 마침 구름에 살짝 가리고 바람이 솔솔 불어와 운동을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다. 3세트를 목표로 게임을 시작했다. 결과는 2:1로 우리가 이겼다. 아무 기약도 없는 게임이지만 성호 씨를 위해 잠시 운동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족구를 치고 성호 씨는 용재 씨와 함께 서울로 떠났다. 다시 만날 기약은 없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드는 이별이었다.

점심을 일찍 먹고 다들 집으로 가자는 계획을 세워서인지 점심을 먹으라는 지혜 씨의 전갈이 이르다. 스팸과 소시지에 신 김치를 넣어서 끓인 찌개가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며 자생적인 개체가 되어 가는 것이 옳을 듯 하다. 찌개 맛에 본인들도 놀란 듯...식사를 마치고 현실적인 최대의 비용인 2만원씩을 차비로 나누었다. 이 일을 영원히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짐을 꾸리고 널었던 빨래를 걷어 방에 갈무리 할 즈음 능길 소식지를 발송해야 한다는 기남 씨의 변이 있었다. 성호 씨 대신 능길의 사무장을 이어 받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귀향이 다소 늦어지긴 해도 마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450부 남짓한 소식지를 발송하는 일은 전에 하던 발송 일에 비하면 너무나 간단한 일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발송을 마치고 우체국에 간 사람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시간이 되면 일을 도와 달라는 미아 씨의 전갈이 있었다. 얼마 동안의 일인지, 무슨 일인지 감이 오질 않아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일단 하겠다고 했다.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출발 할 것이고 우리도 같이 떠나야 할 테지만 그 시간 까지 만이라도 일을 하자고 마음먹은 기석 씨와 내가 공장으로 들어갔다. 준기 씨가 쏟아지는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일을 시키는 방법이나 조력을 청하는 방법이 좀더 세련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건, 일방적인 명령이거나 계획 없이 진행하는 것은 그 실무를 하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거나 불쾌하게 한다. 마님이 마당쇠를 부리듯 일방적으로 언제든 사람을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같이 사는 미덕을 해치는 첫 번째 요건이다. 부지런히 박스를 조립하고 내용물을 채워 나갔다. 열 박스도 채우기 전에 일행이 도착하고 떠날 채비를 했다. 마음이 급해져 손을 바삐 움직이다보니 짧은 시간인데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별로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그만 가야하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 똥 싸고 뒤처리 하지 않은 것처럼 찜찜했지만 손을 털고 일어났다.

추석 연휴를 지나고는 가급적 생활을 분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며 우리는 서울로 향했다. 덕유산 톨게이트를 벗어 난지 얼마 안돼서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올 가을은 해도 너무 한다, 휴게소에서 잠시 간식을 한 일행은 다시 서울로 향했다. 민종 씨와 지혜 씨를 중간 지점에서 내려주고 기남 씨와 나는 춘천으로 향했다.

오늘은 마침 아내와 은주 씨의 생일이 겹치는 날이다. 모른 체 넘어가기에는 너무 염치없는지라 세 가족이 모여 삼겹살이라고 구워 먹기로 했다. 차를 세우고 만난 용재 씨와 함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세 집 안식구들이 다 모여 있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는 듯 반기는 아내들에게 별로 할 말이 없다. 너무 먹먹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하고 납득시킬지... 그저 침묵하고 있을 수만도 없고... “사우디아라비아에 갔다 온 사람들 같지?” 괜한 너스레로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해 본다.

마음이 곤해서인지 음식도 술도 별로 맛이 없다. 곤한 몸을 핑계로 일찍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다들 뜨거운 밤을 보내시길... 나는? 그냥 잘란다. 너무 곤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홀씨님께서  2003-09-12일에 작성하신 "제2차 남도 답사 휴가중..삼천포에서..."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삼천포입니다.



어제, 조속한 수도권 탈출과 마을로의 귀가를 위해 잠시 머무른 경유지,

대전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시간표를 낱낱히 훑어본 게 화근입니다.



무주행 버스가 아니라, 진주행 버스를 바로 집어탔습니다.



명절을 보낼 요량이 아닌,

만행을 위해 찾은, 고향 진주는 역시 뻘쭘했습니다.



진주성, 촉석루, 의암을 힐끗, 언뜻 보고

지난주 서해, 동해에 이어

남해바다까지 찍고올 속셈으로 거제행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잘 되었습니다.



삼천포항, 부둣가,

역시 손님이 아무도 없는 후미진 포장마차에서,

무학소주(=화이트소주) 2병과,

전어회와 병어회,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삶은 갑각류 몇마리와,

무엇보다 태풍의 전조인 빗줄기를 안주삼아 즐거이 음주했습니다.



얼마나, 술맛이 있었는지는 물어보지 말기 바랍니다.



눈뜨고 확인한 바이지만,

바다와 항구가 바로 밑에 내려다보이는

깔끔한 여관방에서의 기상도 상쾌했습니다.



이제,

남해섬으로 가려 합니다.

새로 난

창선연륙교를 건너보고 싶은 겁니다.



지난번, 남해답사시 못 건너보고 온게

아쉽기도 했었던게지요.



이어, 아마도 내일쯤,섬진강 줄기를 거슬러

하동, 구례, 남원, 장수를 거쳐

오후 늦게나 마을로 들어서게 될 듯합니다.



오늘밤은, 구례, 지리산 자락, 어느 민박집쯤에서

숙박할 욕심이 있습니다.



지리산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음입니다.

단 하루라도, 그 자락에서 머무를 겁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주말내내 지친 다리를

푹 쉴겁니다.



그 마을에 가고 싶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무 것도, 어떤 것도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누구와의 대화도
거부하고 싶고,
어떤 움직임도 귀찮아지기도 한다.

제발 오늘만은 가만두라고 하고 싶은 거다.

그런데

이상도 하다.
꼭 그럴 때면 
지겹도록
전화벨이 울리곤 한다.

그래 꼭 우는 거 같다.

그럴 때가 있다.

 

 

 

 

photo
91 ~    http://feople.net
회상..
91 ~ 58 / 13 / 2026
2003-03-26 17: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홀씨님께서 2003-09-08일에 작성하신 "무진장 트라이앵글 권역>, 그리고 <88호남-영남 소통권역> 답사휴가 후기"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5~8일, 3박4일간의,

<무진장 트라이앵글 권역>, 그리고 <88호남-영남 소통권역> 답사휴가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1. 9월 5일(금)

ㅇ 안성면 : 안성면 거리 시찰 및 주요 버스시간표 체크

ㅇ 무주읍 : 무주읍 거리 시찰, 개발 컨셉 감지(어설픈 소도시 다운타운 흉내)

다시 능길마을로 와서 숙식



2.9월 6일(토)

ㅇ 진안읍 : 진안읍 거리 시찰 및 군청 등 주요 시설 정찰, 70년대 재래시장의 모습이 현존하는 게 인상적. 외형적으로는 무주읍과는 10년~15년 이상 뒤진 발전 양상.

ㅇ 전주시 : 전주시 거리 시찰 및 주요 시설 소재 파악. 콩나물해장국으로 모처럼 외식. 저녁에 부안에서 다시 돌아와 적당히 1박.

ㅇ 부안읍 : 샛노란 핵폐기물 처리장 시위 격문으로 온 거리와 담벼락, 대문이 도배질. 몸과 마음이 을씨년스러워져 새만금바다를 보기를 포기하고 다시 전주로..



3. 9월 7일(일)

ㅇ 대구시 : 전주터미널에서 욱한 마음에, 호남과 영남을 잇는 아슬아슬한 소통로인 88고속도 권역을 답사해보고자, 진안행을 유보하고 대구행 첫차를 다짜고짜 집어 탐. 곧, 후회함. 남원, 거창, 합천 등 지리산, 해인사를 스치고 가는 88고속도 변은 역시 좋았지만, 서울보다 더 싫어하는 대구시(공장굴뚝 숲, 품성 모진 인간군상 등)를 자초해서 찾아 갔으니..서둘러 경주로 내뺌.

ㅇ 경주시 : 해지는 서해(부안)도 갔으니, 내친김에 해뜨는 동해까지 찍고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에 들림. 천년고도를 미이라처럼 건들거리며 순찰돌다가 저녁무렵이 됐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가 끊겨 적당히 1박.



4. 9월 8일(월)

ㅇ 다시 능길마을 : 경주-서대구-함양-남원-장수-동향면까지 5번 버스를 갈아타야 했음. 동향면에서 걸어서 40여분 걸려(약 3KM) 능길마을로 귀가함.

역시 집이 제일 좋음. 이번 답사는, 이제 도시에서 다시 살 가능성은 희박함을 새삼 자인하는 계기가 됨.



월, 화는 능길마을에서, 더 쉬거나, 일 구상 정리하고,

수요일 서울 올라갔다, 목요일 바로 마을로 내려올 예정.



친척이래야 거의 죽거나, 너무 멀리 있어 서로 잊고 살고,

추석 차례도 기도후 아침식사로 대체하는 간단한 집안이라,

오래전부터 명절이래야 그냥 휴일과 별 다를 게 없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