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äthe Kollwitz
# 3 날을 세우며 Beim Dengeln 1905
Etching
29.8 X 29.8cm
Spaightwood Gall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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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증명서와 추천서를 받기위해
학교에 갔다.
전에 일했던 회사에선 쓸데 없는
그런 걸 요구하지 않았다.
대안회사를 추구하는 곳이었던 터라
직원 모두가 참석한 술자리에서
나만 보여주면 그만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그게 일종의 면접이었던 거였다.
이제 와 생각하니 그들이 흘깃 흘깃
날 훔쳐 보았던 것 같다.
지금 날 가장 아낀다고 말하는
팀장이 처음 한 말은 "우와 디게 착하게 생겼다." 였다. 정말 듣기 싫은 말을
첫 대면에서 들어버려 첫인상이 안좋았었는데.
부장이라는 사람도 그랬다.
난 이상하리만치 누군가를 보면 직관적으로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그런 판단이 거의 대부분 어긋난 일이 없었으니 때로는 내 판단이 실수이기를 바라기도 한다.
결국 그들은 아마도 그럴 거야라고 생각했던 그대로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과사무실 묵은 편지함에서 내 앞으로 보내진 1년치 우편물이 꽤 쌓여 있었다.
그 곳에 나는 실존하지는 않지만 그 것들은 착하게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지나온 곳에 흔적은 그렇게도 남는구나,

내가 지나온 그에게도 내가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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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17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생각이 퍼뜩(^^)드는군요. 왜 내가 원하든 곳에선 나의 흔적들이 소리 없이, 빛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 원치 않는 곳에선 세월에 더께가 되어 점점 일그러지며 굳어져만 가는 것인지를...... ^^*

김여흔 2004-02-2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고 자란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만져지지는 않아도 느겨지는, 되살아나게 하는 몹쓸 흔적에서 멀어지고 싶어서, 그래서 1년을 맴돌았는데 다시 돌아오게 됐네요.
 

민경갑
連 / 1985 / 92 x 63




가는 비여,
내 마음은 너무 자주 갇힌다

진창 지나 가파른 바윗길 더듬어
여기까지 따라온 터진 얼굴,
터진
손끝도 버릴 것

그러나 무릇 무엇인가를 버리려는 자는
꼭 그만한 무게를 가슴에 쌓는 것이다

너무 이른 봄, 마른 나뭇가지에서
지난 해의 잎사귀가 팔랑 떨어진다
악착같이 희망을 움켜쥐던 약한 손아귀여

차라리, 무릎 꺾고 목 드리우니
아직 칼날 같은 날씨를 탓하며
못가의 배롱나무 천천히 늙어가고
하아 조것이!
발돋움하며 반짝 불 켜드는 동백 한 송이

누구 혹 이 꽃의 무게를 아시는지.



詩 윤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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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


나는 이 책입니다.

19살 첫 발견 이후, 젊은 날 분신이자 성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읽고난 부작용은 컸습니다.

내내 흥분과 고열에 시달렸습니다.

아직까지 미열과 미진이 남아있을 정도입니다.


인간에 대한 기대를 너무 크게,

스스로에 대한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그랬습니다.


예정된 실패와 실수를 자초하고,

또다시 되풀이 하면서 깨닫습니다.


끊임없이 아웃사이더(超人 또는 Superman 또는 황

금박쥐나 로보트태권V?)가 되려고 했습니다.


이제 20여년이 흘러, 서서히 땅의 안쪽으로 내려오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초인화의 망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 되지 않을 것, 충분히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멈출 수는 없습니다.

내 마음은 내가 임자가 아닙니다.


이런 치명적인 부작용의 사례를 미리 경고합니다.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몇번씩 읽어보도록

아주 조심스레 추천합니다

 

정기석
http://cafe.daum.net/Ec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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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정호승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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