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과거와 우리가 모르는 미래 사이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그래서 언제나 불안한 것이다.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중간.
......
... 나는 내가 아는 과거와 내가 모르는 미래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구나. 그것은 불안했지만, 적어도 어제보다 불안하지는 않았어. 아마 내일이 되면 불안은 조금 더 줄어들겠지. 아는 것이 조금쯤은 더 많아질 테니까. 그래서 노인들은 불안하지 않은 걸까. 그래서 그 젊었던 날은 온통 불안의 그림자로 싸여져 있었을까.

[황경신, 모두에게 해피엔딩, pp.44]

 

[2004.10.05-08]

얄밉게도 가을하늘은 연일 티없이 푸르고 맑기만 하다.

벌써 며칠째 방바닥을 뒹구르며 몸앓이로 동동거리면서도 한쪽 머리에선 여행하긴 참 좋겠다고 능청부리고 있다. 몇 시간을 잠들었을까, 저녁 무렵의 햇살이 커튼 사이를 지날 즈음 잠시 눈을 떳다가 다시 깨어나니 한밤중이다.

아침부터 휴대폰이 울어댄다. 어제도 난리더니 이럴땐 평소 연락도 없던 인간들도 거들어대면서 귀찮게 한다. 이런 걸 머피의 법칙이라고 해야 하나. 통화할 힘도 없지만 전자음인 벨소리가 아픈 몸을 더 아프게 찌르는 듯하다. 벨소리를 바꿔야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수면에 빠진다.

어찌된 일일까. 이렇게 오래도록 아파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된 일일까.

또 휴대폰이 작은 방의 정적을 깬다. 일 때문이리라. 회의가 잡혀있고, 출장이 잡혀있고, 보내야 할 메일, 통화해야 할 일, 젠장 두통까지 오는가 보다. 맘 놓고 아프지도 못하다니. 그래도 축제기간이라 강의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다행이지. 빨리 움직이고 싶어진다.

아픈 것이 아프다. 아프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Laika 2004-10-11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님, 이 좋은 가을 날에 아프시다뇨?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셔서 짧은 가을 여행이라도 다녀오실수 있길 바랍니다.

stella.K 2004-10-1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어서 다시 건강해지시길...^^

superfrog 2004-10-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 일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