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가을바람 Il Vento Autunnale [pp.108-109]
쥰세이는 무위를 싫어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아무 것도 되지 않는 것.
마치 엄마가 한눈을 팔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다섯 살 꼬맹이처럼, 쥰세이는 항상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쥰세이의 그 열정. 한결같음. 그리고 행동력.
쥰세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웃는다. 떠든다. 걷는다. 생각한다. 먹는다. 그린다. 찾는다. 쳐다본다. 달린다. 노래한다. 그린다. 배운다.
쥰세이는 동사의 보고였다. 만진다. 사랑한다. 화를 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더욱 사랑한다. 운다. 상처 입는다. 상처 입힌다.
2004. 08. 28
빛깔도 참 예쁜 저녁 노을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그 빛을 담았다.
좀 차다 싶은 가을바람을 쐬며 [냉정과 열정사이]에 한 동안 시선을 내리고 있다가 하늘을 보니,
일찍부터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고 웃는다.
오늘은 달도 노을도 좋네 ...
그러고 보니 나는 오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가, 다섯 살 꼬맹이처럼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웃는다. 떠든다. 걷는다. 생각한다. 먹는다. 찾는다. 쳐다본다. 배운다.
사랑한다. 화를 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더욱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