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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대천이어야 하냐고 투덜대면서 기여코 다녀오고야 말았다.
그 것도 발렌타인데이에...
온종일 햇볕 한번 들지 않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지칠대로 지쳐있던 때였다.
그 녀석은 나와 4살이나 차이가 나는데도
수시로 들락거리며 실실 쪼개는 낯으로 날 따랐다.
어느 날부터는 그 녀석의 연인과 친구들까지 합세하여 맞먹고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이뻤던 그 녀석,
작년 가을 어느 날 새벽, 죽어버렸다.
교통사고였다.
미친 놈, 나쁜 놈.
내가 춘천에 있다고 강촌으로 놀러와서는
출근하려는 날, 가지 말라고 징징대던 일이
바로 엊그제 일인데.
그 녀석, 얄밉게도 춘천에 묻혔다.
그 것도 인연이라고
죽어서까지 날 따라다니냐고
며칠을 욕을 해대며 울고 울어댔다.
그 녀석의 연인과 함께 그 녀석이 잠든 곳에 다녀온 후,
대학원 시절에 내가 만들었던 온라인 카페를
그 녀석의 연인이 부활시켰다.
대천행은 그녀의 제안이었다.
대천이야 왠만한 사람이면 몇 번씩은 다녀왔을게다.
우리도 그러했다.
하지만,
우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 곳에서 만나야만 하는
못된 녀석이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