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 시절을 도려내지 않는 한 소멸될 수 없는,기억이란 거, 그리움이란 거.   

대신할 수 없는 자리, 묻어두었을 뿐 언제나 엄연했던 존재를 이젠 길어 올린다.

헌데,문을 찾은 지금 더 큰 단절감을 느낀다.   

막연했던 경계들은 낱글자 하나 들어가지 못할만큼 견고하다.  

방치한 시간동안 여러 개의 이름을 잉태한 우린 그 이름에 뒷덜미가 잡혀,  

문을 찾기 전보다 희미해 진다. 

                                                                                                                                                      200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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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듣는 순간 글썽. 우리 사일 가로 질렀던 시간이 한순간에 접히는 듯 그의 존재가 줌 인 되었다. 알콜이 준 에너지를 몽땅 버튼 하나에 그러모았는데. 지난 시간을 뻥 차버리는 듯한 말투 순간 반가움, 그러나 방치된 시간이 환기되면서 뻔뻔하단 느낌으로 변질되었다. 그도 그럴밖에 없었겠다만은.  

마음에 담은 말 중 몇 개나  표현을 하는지 모르겠지만,그에게서 표현되는 것엔 덧칠이 없었다. 우회하지 않고 사실로 내리 꽂는데 그런 방식에 당시 난 심각한 면역결핍에 시달렸다.  

너무나 사람들을 잘 믿어 그로 인해 엄마로부터 들은 지청구들. 넌 왜 그렇게 사람들을 잘 믿니.남들이 다 너같은 줄 알아? 그 주문들로 난 무조건 의심 한자락 깔고 사람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말이나,예쁘다는 말이나,음식이 맛있다는 말이나 뭐든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려니 반 정도만 받았다.  그로인해 내겐 자존감 결핍이란 부작용이 남았다. 

의심의 얇은 막이 생긴 내 귀로는 그의 진실도 사실일 수 없었다. 사실 외에는 표현할 수 없는 가슴을 가진 이와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는 가슴을 가진 나. 우린 서로에게로 향하는 통로를 마련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으리라. 이렇게 다르면서도,서로를 파악하지 못했고,관계를 분석하지 않았던 우린 그래서 늘 위태로웠나 보다. 

"그래 그래" 말이 날 감싼다.  폭신한 구름에 포옥 안기는 듯한 온기가 건너온다. 미소가 머물렀을 리듬에 순간 긴장이 풀린다.  

그는 정말 그였다.

                                                                                                                                                        200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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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비가 한참이다. 빗소리에 잠이 깼었나 보다. 하루가 참 길다. 어제 오전 일인데 시간이 숨어 버렸는지 참 멀다. . 내 머리속은 여백이 없다.

그 친구의 새 번호를 묻지 않았다. 내가 놓은 끈을 그 친구도 잡지 않았다.  매듭 없이 둘 사이에 각각의 시간을 채워 넣었다.  와인을 마신 날 밤이면 머리 속엔 숫자로 곤죽이 되었지만 닿지는 않았다. 이제 우린 각자의 경계 안에 있다. 서로의 경계를 훼손 않는 간격을 두고 마주 할 만큼 10년은 우릴 성장시켰을 터.

나와 같을 거라는 오만한 확신의 근거는 대체 뭐야. 그래도 가끔은..가끔은. 그 만큼은 됐겠지. 내가 간직한 밀도만큼 그 친구도 그랬겠지.하려니 실은 자신 없다. 그래서 기다림은 길다. 그 기다림은 상대의 방향에 귀 기울이는 조심스러움이며 내게 주는 쉼표다.

10년 훨씬 전 음악을 들었다. 그 간의 공백은 어디로 간 걸까. 내 입에선 노랫말이 주문처럼 흘러나온다. 감성의 기억에 흠찟 놀란다. 그 친구는 그런 존재다.  절망적인 관계해석은 말기로 하자. 추억이 같은 것 만으로 우린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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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잘해? 아직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니까 요리할 기회가 없었으려나? 

혼자 살면서도 음식 잘 조리해 먹는 사람들 보면,저사람은 참 자신을 소중히 다루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만약 내가 혼자라면 100% 대충 먹자 쪽일테지만... 그래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밥상을 준비하는 수고로움을 마다 않고 되려 즐기는 이들.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존중하는 이들은 타인의 존중도 받는 것 같아. 또 그런 이들이 대부분 부지런하고 자기관리도 잘하는 걸 보면 내 생각이 전혀 근거 없는 편견은 아닐꺼야...  옛분은 한 가지만은 속여도 괜찮은 것이 바로 자기 입이라고. 모름지기 거친 음식으로 잠시 지나가는 것이라고도 하셨지만, 그 거친 음식이 내가 차리는 게으른 밥상이라고 우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하여튼 옆에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인다 이거지...한번 살아보면 어떨지 모르는 것이지만.

결혼하고 나서야 아하!하게 된 진실 하나..."살아 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말. 아무리 연애을 오래 해도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남루한 일상까지 까발리고 살아 보지 않고선 절대 상대를 안다고 할 수 없는 거 더라구. 결혼과 더불어 정서,무의식,염치,사고,물질,습관 등등이 속속들이 무장 해제 되면서 그 동안은 외면 가능했던 무방비의 상황과 어쩔 수 없이 충돌하게 되더라. 그걸  받아 들이던지 들이 받던지 해야 하는데. 타협? 그딴 거 없어. 처음엔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나나 상대방이나 시간의 켜를 벗겨 내진 못해. 그래서 결국 각자 자기의 방식으로 끌어 들이고 충돌하다가 기억력이 딸리거나 덜 악착스러운 쪽에서 봐주며,포기하며 사는 거야.   

내가 결혼으로 묶인지14년이지만,그와 난 여전히 다른 섬에 살아. 둘 다 자신이 물러나 있다는 확신이 있을걸! 게다 아이들이 생기면 문제가 무리쯤으로 디테일해지고 popup book 처럼 입체화 되지. 눈뜨고 일어나면 돌발&돌발.  결혼은 또 둘만의 문제로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거. 그게 뭔 말인지도 결혼해 보면 알게 될 거고.


결혼 계획은 있는 거야? 아님 연애만 쭈욱?

둘 다 좋아 좋아...

어쨌든 변화이고 도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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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빨래처럼 처지는 날이다. 무리 속에 끼어 있어 확실한 혼자다. 검은 주방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지나간 엄마의 생일이 미안하다. 눈물이 난다.  씩씩함을 넘는 엄마의 목소리가 날 안도시키려는 과장임을 안다. 아프다. 엄마 보고 싶어요 말한다. 저 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없다. 서로 운다. 건강하자고 매번 하는 다짐 다시 한다. 

다수처럼 살아내지 못하는 날 부정한다. 엄마에게 미안하다. 떠난 아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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