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듣는 순간 글썽. 우리 사일 가로 질렀던 시간이 한순간에 접히는 듯 그의 존재가 줌 인 되었다. 알콜이 준 에너지를 몽땅 버튼 하나에 그러모았는데. 지난 시간을 뻥 차버리는 듯한 말투 순간 반가움, 그러나 방치된 시간이 환기되면서 뻔뻔하단 느낌으로 변질되었다. 그도 그럴밖에 없었겠다만은.  

마음에 담은 말 중 몇 개나  표현을 하는지 모르겠지만,그에게서 표현되는 것엔 덧칠이 없었다. 우회하지 않고 사실로 내리 꽂는데 그런 방식에 당시 난 심각한 면역결핍에 시달렸다.  

너무나 사람들을 잘 믿어 그로 인해 엄마로부터 들은 지청구들. 넌 왜 그렇게 사람들을 잘 믿니.남들이 다 너같은 줄 알아? 그 주문들로 난 무조건 의심 한자락 깔고 사람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말이나,예쁘다는 말이나,음식이 맛있다는 말이나 뭐든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려니 반 정도만 받았다.  그로인해 내겐 자존감 결핍이란 부작용이 남았다. 

의심의 얇은 막이 생긴 내 귀로는 그의 진실도 사실일 수 없었다. 사실 외에는 표현할 수 없는 가슴을 가진 이와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는 가슴을 가진 나. 우린 서로에게로 향하는 통로를 마련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으리라. 이렇게 다르면서도,서로를 파악하지 못했고,관계를 분석하지 않았던 우린 그래서 늘 위태로웠나 보다. 

"그래 그래" 말이 날 감싼다.  폭신한 구름에 포옥 안기는 듯한 온기가 건너온다. 미소가 머물렀을 리듬에 순간 긴장이 풀린다.  

그는 정말 그였다.

                                                                                                                                                        200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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