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비가 한참이다. 빗소리에 잠이 깼었나 보다. 하루가 참 길다. 어제 오전 일인데 시간이 숨어 버렸는지 참 멀다. . 내 머리속은 여백이 없다.

그 친구의 새 번호를 묻지 않았다. 내가 놓은 끈을 그 친구도 잡지 않았다.  매듭 없이 둘 사이에 각각의 시간을 채워 넣었다.  와인을 마신 날 밤이면 머리 속엔 숫자로 곤죽이 되었지만 닿지는 않았다. 이제 우린 각자의 경계 안에 있다. 서로의 경계를 훼손 않는 간격을 두고 마주 할 만큼 10년은 우릴 성장시켰을 터.

나와 같을 거라는 오만한 확신의 근거는 대체 뭐야. 그래도 가끔은..가끔은. 그 만큼은 됐겠지. 내가 간직한 밀도만큼 그 친구도 그랬겠지.하려니 실은 자신 없다. 그래서 기다림은 길다. 그 기다림은 상대의 방향에 귀 기울이는 조심스러움이며 내게 주는 쉼표다.

10년 훨씬 전 음악을 들었다. 그 간의 공백은 어디로 간 걸까. 내 입에선 노랫말이 주문처럼 흘러나온다. 감성의 기억에 흠찟 놀란다. 그 친구는 그런 존재다.  절망적인 관계해석은 말기로 하자. 추억이 같은 것 만으로 우린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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