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 문명
권용립 지음 / 삼인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게 미국은 골칫덩어리다.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이웃집 성질 나쁜 반장아저씨같다.과거에는 먹고 살려고 아부도 좀 하고 큰 형님 대접도 해줬다.일부 세력들은 그 와중에 반장아저씨네 편에 딱 붙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했다.또 여론조작을 통해 미국은 자유와 민주의 수호천사라고 떠벌여주었다.마치 조선시대 명나라를 상국으로 섬기듯이 겉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반장아저씨 미국을 대한민국의 상국으로 모셔놨다.그래서 그런지 대한민국에는 한국민임에도 스스로 미국의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정계,재계,종교계,인터넷계에 만연한다.대통령이 비슷한 말 한번 했다가  욕을 바가지 바가지로 먹었다.미국은 그들에게 우상이다.그렇기때문에 더 골치아픈게 미국이다.

예전에 잘가던 술집 주인할아버지는 "X도 미국놈 X는 약이다"라고 늘상 말했다.한국전쟁 당시 초코렛얻어먹던 습성 때문인가.그 아저씨가 그런 말을 내뱉고 있을때 거리에서 성조기는 '훨..훨 ...' 불 타고 있었다.'양키 고우 홈' '반미반제' ....그렇기때문에 더 골치아픈게 미국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미국에 대한 두가지 극단적 시각에 제동을 건다.둘다 지극히 감정적이고 일면적인 요소가 있다.친미 세력들의 빅보스에 대한 과도한 충성은 더이상 말할 가치도 없는 일이라 언급을 하지 않겠다.미국에 대한 비판적 세력의 대미인식이 지나치게 레토닉 중심이었다는 것은 자기비판을 해봐야한다.거리에서 선전선동의 구호로 반미를 외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거리에서 길게 설명해가면서 이야기할 것인가.짧고 굵게 운율에 맞춰서...거리에서야 그렇다.그런데 반미의 의식 역시 그렇게 짧고 굵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간다.시대를 뛰어넘어 21세기에도 미국에 대한 반대의식은 감정수준이 주류를 이룬다.신문에서 인용한 몇가지 논리에 감정을 확 싣어서 광화문에도 가고 인터넷 도배질도 한다.

"이라크 침공은 무조건 석유때문이다.부시는 한반도에 불리하다 미국 민주당 캐리가 대통령이 되야한다." 이런 단순논리는 생각하기 싫어하는 게으름에 대한 멋진 변명 역할을 한다.저자는 책 말미에서 미국의 대외적책이 결코 바뀐적이 없다고 말한다.오히려 미국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기때문에 일희일비하는 대미이중성이 발생한다고 본다.미국은 독립전쟁이후 줄곧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작은 차이에 환호하고 실망하고 기대한다는 것은 피상적 대미인식이 가져다주는 또다른 의식적 의존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을 미국의 시각에서 파악하길 권하다.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와 역사에 대한 집단무의식으로 볼 수도 있다.저자는 우선 미국이 예외주의적 사관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다.미국이 인류사의 보편적인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때문에 정치,역사에 있어서 특별하다는 것이다.그 예로 미국은 봉건제가 없었으며 역사적으로 단일한,합의된 이념에 따라 움직여왔다는 것,또 계급갈등이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없었다는 점들을 들고 있다. 이 예외주의는 미국을 합의된 정치이념으로 움직이는 '합의주의 신화'라는 강박증을 만들어낸다.

이 합의주의 신화에 바탕이 되는 것이 '자유주의합의이론''공화주의 합의이론'이다.쉽게 말해 건국초기부터 미국 역사를 이끌어온 중추 사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른 구분이다.자유주의 합의이론에서는 로크의 사상에 기반을 둔 개인의 사적자유,공화주의 합의이론에서는 고대공화,마키아벨리로 이어지는 공민의식을 중심에 둔다.여기에 저자는 미국의 지배적 정신인 프로테스탄티즘,그중에서도 캘빈주의를 더한다.이 세가지가 저자가 말하는 '보수적 아메리카즘'의 구성요인이된다.저자는 '보수적 아메리카즘'을 독자적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즉 '미국의 보수주의''미국적 보수주의'와는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명시한다.앞서 말한 두 용어는 '자유주의'의 상대개념으로 하위가치를 지닌 반면 '보수적 아메리카즘'은 자유주의,공화주의,캘빈주의가 상호협력하여 융화되면서 발생하는 미국 정치의 내적 보수성을 밝히는 개념인 것이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정치문명에 있어서 중요한 시점으로 보는 건국 초기와 연방헌법 제정시기에 촛점을 맞추어 미국의 정치문명을 조망한다.첫번째 자유주의는 영국의 로크에 힘입은 바 크다.혁명기에는 정치적 자유주의가 중시 되었으나 19세기를 넘어서면서 아담스미스의 경제적 자유방임주의가 더해진다.하지만 이 자유주의에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있었는데 그것은 도덕주의이다.이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개입축소를 지향하지만 궁극적으로 덕성의 역할 역시 중요한 것으로 본것이다.이러한 점은 공민주의적 입장을 가진 공화주의와의 결합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미국 공화주의의 전통은 기본적으로 식민모국 영국의 타락한 정치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비롯된다.미국 정치의 근원적 회귀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공화주의자들은 미국에서 고대 공화주의의재현을 꿈꾼다.반평등적인 평등주의 하에서 대통령(왕)/상원(귀족)/하원(대중)의 권력분립을 추구한다.또 공민적 실천을 위해 재산권-특히 토지과 무기소유 보장을 연방헌법에 담는다.인적구성면에서 보면 연방파-코트(상업세력)-자유주의를 한축으로 하고 반연방파-컨츄리-공화주의를 한 축으로 한다.하지만 이 두가지 근본이념이 갈등만을 한 것은 아니다.포칵의 말을 인용하면 '마케아벨리적 긴장'이라고 하는 덕성과 상업,덕성과 타락,사익과 공익의 대치 속에서 인식의 절충을 이루어낸다.공화주의적 틀내에서 자유주의의 사익추구나 상업이데올로기를 용인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가지 미국 정치이념의 기본 토대가 되는 것이 캘빈주의이다.캘빈주의 역시 공화주의적 불평등성에 정서적 가치를 제공해준다.또한 자유주의의 사익 추구를 선으로 규정함으로서 이 양자간의 조화를 가능케해준다.캘빈주의는 특히 미국인들이 가진 우월주의와 소명의식을 설명하는데 적합하다.미국은 기본적으로 '반대를 통한 정체성'확보를 특징으로 한다.캘빈주의는 반프로테스탄트,반이민을 넘어서 반미국적인 것들에 대해 부정하는 정서적 토양을 만들어준다.캘빈주의에 바탕을 둔 천년왕국론이나 소명론은 미국을 예외적인 국가로 인정케하고 미국의 대외팽창 및 대내팽창의 도덕적 안전핀 역할을 해준다.거기에 미국의 강박적인 도덕주의 역시 과격한 배타주의 성향을 보이며 미국의 우월성을 입증하는데 한몫을 한다.미국의 부시가 툭하면 종교적 용어를 사용하며 미국을 선으로 기타 반미국가를 악의 축으로 보는 것은 미국인들이 가진 캘빈주의의 선악관의 투영이다.

저자는 미국의 대외관을 끝으로 책을 정리한다.미국 대외관의 근본은 사회진화론과 캘빈주의적 선악관이다.현재 미국이 다자주의라든가 고립,개입주의라든가 외교적 수사를 사용하여 미국 외교의 방향을 밝히는데 이것은 전부 옮바른 인식을 방해하는 수사조각으로 본다.미국은 근본적으로 세계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확산한다는 의미에서 팽창주의를 펼쳐왔다는 것이다.즉 부시가 되었던 클린턴이 되었던 미국 외교원칙은 '팽창'이란 원칙은 불변이었다고 본다.욕먹는 부시 경우 이러한 것을 위장하는데 훨씬 미숙한 방법을 쓰고 있다는 차이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미에서 자신의 주장이 환원주의틀 속에 있을 수 있다는 자기비판을 했다.기본적으로 합의주의의 융합을 통해 문제에 접근했기때문이다.개별 합의주의가 가진 환원론의 성격을 융합시켜놓았더라도 결국 합의주의 패러다임의 환원적 성격은 벗을 수가 없을 것이다.하지만 이 책에서 모든 미국의 정치 외교의 핵심원리를 찾으려 했다면 그것 자체도 모순일 수 있다.이미 저자는 책 서두에 이 책의 방법론적 접근에 대해 밝혔고 그 안에서 충실했다고 본다.이런한 내재적 접근을 통해 미국을 움직이는 근원을 파악하고 그것이 개별 사안에서 또 미국의 대외관계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 아는 것은 독자가 연구해야할 몫이다.서점에 가보면 헌팅턴부터 촘스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미국관련 서적이 즐비할테니 말이다.

% 이 책은 지금 잠시 잠수하고 계신 바람구두님의 강력추천 덕에 읽었습니다.땡큐!! ..그나저나 언제복귀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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