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가 내렸다.
잠시 멈추어 서서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으로, 손등으로, 내 팔의 솜털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면서
내 몸의 감각들을 하나씩 깨워 일으켰다.
그러면서 내게 이러한 감각들이 있다는 것에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멀쩡한(?) 몸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 책은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및
공감각의 기원과 진화과정에 대한 것들을 주제로 하고 있다.
역사, 문학 , 예술, 과학과 여러 문화를 넘나드는 풍부한 지식과
저자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자연주의적 감성으로 버무려져 있어
읽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롭고 즐거운 반면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무지와 경험의 빈약함에 살짝 위축되게도 하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다이앤 애커만은 풍부한 지식과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고,
타인을 깊이 사랑하고, 여러 경험들에 대해 개방적이었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면
그녀의 삶의 모습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많은 구경거리에 대해 진지하고 겸손한 관객이 되려고 노력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인상깊게 다가온다.

몇번을 곱씹어 읽으면 이 책의 진가가 더 드러나겠지만
이번에는 다이앤 애커만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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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7-09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죠 , 이책? ^^
 
축구공 위의 수학자
강석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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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었다.
예전 같으면 구질구질하게 비가 많이 온다는 둥,
눅눅하니 기분도 눅눅해진다는 둥,
이런저런 불평들을 쏟아내며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겠지만
시원하게 쏟아 붓는 장마비를 보면서,
그 장마비에 피어오르는 물잔디를 보면서
또 간간히 얼굴을 내미는 햇빛을 보면서
가끔씩 더위를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비를 보면서
이런게 진정 여름의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고
이런 것들이 빠지면 무더위로만 지속되는 여름이 너무 밋밋하겠다는 생각도 해보며
어느덧 조금은 넉넉해진 내 모습에 스스로 만족하여 싱긋 웃어본다.
(자아도취라고 흉보지 마시길..~ㅎㅎ)
지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마이지만 생각이 조금 바뀌면
유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문득 유쾌한 책 한권이 생각난다.

온 국민이 월드컵 열기에 빠져 있던 2002년에 이 책을 만났다.
그 열기는 그다지 스포츠에 관심없던 나도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어서
축구에 문외한인 나도 관심을 갖고 이것 저것 뒤적여 보게 만들었는데
그 때 만난 책이다.
축구의 규칙과 상식정도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들쳐 보았었는데
왠걸, 사람들 가득찬 흥겨운 맥주집에서
흥이 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침 튀겨가며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그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명색이 한국 최고 대학 교수이며 수학자인 저자를 아저씨라 칭하는 무례를 용서하시길......)
생맥주 한 잔 앞에 두고 자신이 푹 빠진 분야에 대해
흥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 놓는 아저씨를 상상하며
그 사람의 흥이 나에게도 전염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물론 거슬리는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유쾌했다.
스포츠와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 보따리는
도전과 성취, 좌절과 고통의 스포츠 이야기들,
여러 스포츠인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흥이 이어지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 전문가(?)의 견해로 이어지더니
각종 스포츠경기와 스포츠 인생에서 뽑아낸 철학들과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인생의 선배가 들려 주는 듯 유쾌하고 호방하게 풀어져 나온다.

사람이 자기자신을 계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그러한 목표를 땀흘려 이루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며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좌절과 고통을
이겨내 본 사람만이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훨씬 성숙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지니게 될거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또한 어느 상황에서든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일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과 노력밖에는 없다는 말,
평범하지만 만고의 진리가 아닌가.

어떤 일을 처리하든 신중하게 심사숙고 하며 검토해야 하는 단계가 있고,
한편으로는 그 동안의 숙고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단계가 있는 법이다.(p.196)

지금 나는 어떤 일에 부딪혀 있다.
그 동안 신중하게 검토하고 심사숙고 해왔고
이제는 과감하게 밀어 붙여야 한다는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런 나에게 저자는 또 이렇게 이야기 한다.

도전이란 무엇인가 어려운 것을 이루어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려움이 크면 클수록 정한 목표를 이루었을 때 성취감은 더욱 강렬할 것이다.
우리가 이루려는 목표가 너무 어렵다고 미리 좌절하거나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맹렬한 투지와 헌신으로 도전할 때 우리의 인생은 그만큼 아름다운 것이 될 것이다.
(p.347)

이건 이래서 어렵고 힘들다며 징징거리는 내게
그러니까 내 에너지를 집중해서 도전에 상응하는 헌신과 희생을 내 놓으며
그것에 도전하라며 저자는 부추긴다.
비록 실패로 끝나고 허무한 것으로 들어날 지라도 그것마저 온전이 내 것이 아니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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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웃음판 - 한시로 읽는 사계절의 시정
정민 지음, 김점선 그림 / 사계절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지만
난 한자치이다.
그래서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언젠가는 나도 한시들을 멋지게 읊어볼 수 있게 공부를 해야지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거리들이 생기고 그냥 손놓게 되고는 한다.

옛사람의 여유와 정취를 느끼며 읊조리며 읽으면
입에서 씹고 씹어, 마음 속에서 삭고 삭아
그 여유, 그 정취 내게도 좀 베어나련만
무식한 사람이 읽으니
하룻밤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이
후딱 지나가 버리네.

화가는 자신을 그림속에 그려넣는가?
왠지 김점선씨를 닮은 파란새 한 마리가
차례에서 부터 허둥거리며 큰 걸음을 옮겨 놓는 듯한 그림에
미소가 싱긋하더니
어여쁜 시, 어여쁜 시풀이, 어여쁜 그림에
마음도 따라 싱긋한다.

마음에 닿는 문장하나 풀어 볼까?

멋과 여유는 물질의 풍족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
내 안에 고여서 넘치는 정신의 풍요에서 나온다.
내 마음에 떳떳함을 지녀 있을진대, 외물이 어찌 나를 누추하게 할 것인가.(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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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
강판권 지음 / 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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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산딸나무

산딸나무에 꽃이 피었다.
하얀 잎 4장씩 머리위에 쓰고 서 있는 모습은
흰 나비가 소풍 나왔다 잠시 쉬어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순결한 신부를 떠올리게도 한다.
눈 인사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다가가 쓰다듬어 보았다.
잠시 나무와 나눈 대화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지친 내게 위안과 힘을 주었다.

이렇게 내가 나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몇년되지 않았다.
소나무와 전나무도 구별할 줄 몰랐었고
그껏해야 은행나무, 단풍나무정도나 알아볼까
나무에 대해 무지하던 나를 나무에 관심을 가지게 해주고
주변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해 준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이 책은 나의 나무에 대한 여행의 출발점이었고
다른 일련의 나무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고
나무들을 만나보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된 책이다.
나무에 대해 조금이나 알게 되니 이제는 도시 이곳 저곳에 말없이 서있는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다양한 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아주 잠시의 시간이나마 그들과 나누는 대화가 나에게 힘이 될 때가 참 많다.

물론 이 책은 단순하게 나무에 대해 그 생태를 설명하거나 하는 책은 아니다.
나무를 통한 역사 읽기, 문화 읽기라고 할까?
머리말의 '배려'와 '기다림'의 이야기와
그가 내놓은 새로운 공부론도 인상적이지만
나무와 관련된 단상들과 그가 풀어 놓은 이야기들은 살아가면서 참고로 할 만 한 것들이 많다.

요즘처럼 신경써야 할 것들 많고 왠지 중심없이 바쁘고 부산할 때
그가 이문재 시인의 '석류는 폭발한다'라는
시와 함께 풀어놓았던 석류의 이야기를 떠 올려 본다.

석류는 우리에게 게으르고 게을러서 게을러터지길 요구한다.
뭔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일에 한없이 게을러야 한다.
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쓸데없는 데 너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의 차이도 자기가 하는 일에 얼마나 부지런한지,
아니 자기일 이외의 것에 얼마나 게으른지에 있을지도 모른다.(p.163-164)

나는 이 책을 읽고 마음속에 살구나무 한그루를 심었었다.
그리하여 난 지금 살구나무 숲을 꿈꾼다.
쓸데없는 일들에 게을러터지면서 나의 살구나무가 커다란 숲을 이루는 그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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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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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에 안국동을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안국역 사거리에 있는 허름한 2층에 위치한 '브람스'를 발견하고는 감회가 새로웠었다.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 볼 시간은 없었지만
그곳이 아직도 그렇게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이었다.
안국동에 있는 '브람스'는 내가 대학을 다니던 때
대학로에 위치한 '슈만과 클라라'와 함께 운치 있는 음악 감상실 중의 하나였다.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가끔 선배들이나 동기들과 그곳을 찾곤 했었는데......

취미는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고 풍성하게 만드는가!
그 풍성해진 삶의 모습은 결국 주변에도 영향을 미쳐서
그저 그 모습을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박종호씨 역시 그러한 경우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음악에 얽힌 자신의 추억이나, 음악가의 일화등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음반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치
화학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투박하지만 개운한 요리를 맛보는 것 같다.
저자의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음악과 관련되어 떠오르는 추억들이 몇 가지 있다.

1.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고등학교때 모 방송사에서 '세계의 명문 대학' 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다.
내 부모님은 나의 TV시청을 제한 하셨었는데
그것은 그 때 내게 볼 수 있도록 허용된 몇 안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었다.
세계의 유수한 대학들을 소개하면서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었는데
밤늦은 시간에도 자신의 스탠드에 불을 밝히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지만 학문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부러워 하기도 하고
또 나 역시 언젠가는 그들의 무리에 끼겠다고 다짐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배경 음악이 바로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들으면
남다른 의욕과 전의가 생긴다.

2.도니제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
이 곡은 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 제2막에서
주인공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로 애끓는 선율이 마음을 울리는 곡이다.
한 때 나를 좋아한다던 선배가 있었는데
난 그 선배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그러한 내 마음을 알게 된 선배가 동아리방에서 자주 틀어 놓았던 곡이었다.
동아리방에 들어 설 때 인상쓰고 이 곡을 듣고 있는 그 선배를 보면
죄인이라도 된 양 문을 닫고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 애끓는 선율과 따가운 뒤통수에 영 마음이 편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염없는 내 눈물 뺨 위를 흐르네…"로 시작하여
"…나는 너를 영원히 잊을 수 없으리라"로 끝나는 이 곡을 즐겨 듣던 선배는
물론 지금은 다른 후배와 결혼해서 아주 잘 살고 있다.

이런 추억을 더듬다 보니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 밤은 자기 전에 LP판을 들어봐야겠다.
매끈한 CD음색과는 다르게
가끔 연탄불에 오징어 굽는 듯한 소리도 들리곤 하는 LP는
좀 귀찮기는 해도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니까
이런 저런 추억들을 더듬으며 잠시 음악에 잠겨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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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호 2008-01-0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책 즐겨읽고잇습니다. 아주 잔잔한 감명을 주기때문에 자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