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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음악축제 순례기
박종호 지음 / 한길아트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시험때가 되면 왜 그다지도 하고 싶은 것들,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지는 지......
무엇인가 급하게 해야만 하는 것들이 생기면 꼭 그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하고 싶은 것들이 마구마구 생겨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신경써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도 여유 부리며 책 한권을 잡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그래서 사는 모습이
어찌보면 신선 놀음을 하는 듯, 또는 우리 선비들의 유유자적 공부하던 모습을 보는 듯
부럽다 못해 질투심마저 생기는 풍월당 박종호씨의 책이다.
10년간 자신이 직접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유럽의 음악축제들을 소개하는 이 책은
각각의 음악축제의 성격과 티켓 구하는 방법, 개최지까지 가는 방법 및
근처 둘러 볼 만한 곳들의 정보들을 알려 주고 있다.
음악 하나 때문에 낯선 곳을 헤매고 다니는
저자의 용기와 무모함에 그의 음악에 대한 진한 사랑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느끼는 지적이고 예술적인 감흥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것이 된다.
루체른의 비싼 티켓과 물가로 지갑에 돈은 다 떨어졌어도 진정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p. 181)
저자의 이와 같은 고백부분에서 나의 부러움은 극치에 다달았다.
무엇을 하던, 이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얻을 수 없는 향기가 나는데
그의 문화적 향기가 부럽고 부러울 따름이다.
나는 어떤 향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수년동안은 내가 유럽에 음악들을 찾아 가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그의 경험에 기대어 이미 나의 마음은 그곳들을 서성인다.
브레겐츠의 호상무대, 프라하, 인스부르크의 고음악 축제등등
오늘 밤, 난 헨델의 '리날도'(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에서 전통적으로 공연되는 버전)를
플레이어에 걸었다.
마릴린 혼이 리날도를 연기하고 체칠리아 가스디아가 알미레나를 연기하는 공연 실황이 담긴
이 CD에서 'lascia ch'io pianga(울게 하소서)'가 흐르고 있다.
애잔한 음이 내 마음을 파고 들어 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