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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 위의 수학자
강석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6월
평점 :
장마가 시작되었다.
예전 같으면 구질구질하게 비가 많이 온다는 둥,
눅눅하니 기분도 눅눅해진다는 둥,
이런저런 불평들을 쏟아내며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겠지만
시원하게 쏟아 붓는 장마비를 보면서,
그 장마비에 피어오르는 물잔디를 보면서
또 간간히 얼굴을 내미는 햇빛을 보면서
가끔씩 더위를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비를 보면서
이런게 진정 여름의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고
이런 것들이 빠지면 무더위로만 지속되는 여름이 너무 밋밋하겠다는 생각도 해보며
어느덧 조금은 넉넉해진 내 모습에 스스로 만족하여 싱긋 웃어본다.
(자아도취라고 흉보지 마시길..~ㅎㅎ)
지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마이지만 생각이 조금 바뀌면
유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문득 유쾌한 책 한권이 생각난다.
온 국민이 월드컵 열기에 빠져 있던 2002년에 이 책을 만났다.
그 열기는 그다지 스포츠에 관심없던 나도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어서
축구에 문외한인 나도 관심을 갖고 이것 저것 뒤적여 보게 만들었는데
그 때 만난 책이다.
축구의 규칙과 상식정도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들쳐 보았었는데
왠걸, 사람들 가득찬 흥겨운 맥주집에서
흥이 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침 튀겨가며 재미있게 이야기 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그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명색이 한국 최고 대학 교수이며 수학자인 저자를 아저씨라 칭하는 무례를 용서하시길......)
생맥주 한 잔 앞에 두고 자신이 푹 빠진 분야에 대해
흥이 나서 이야기를 늘어 놓는 아저씨를 상상하며
그 사람의 흥이 나에게도 전염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물론 거슬리는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유쾌했다.
스포츠와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 보따리는
도전과 성취, 좌절과 고통의 스포츠 이야기들,
여러 스포츠인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흥이 이어지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 전문가(?)의 견해로 이어지더니
각종 스포츠경기와 스포츠 인생에서 뽑아낸 철학들과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인생의 선배가 들려 주는 듯 유쾌하고 호방하게 풀어져 나온다.
사람이 자기자신을 계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그러한 목표를 땀흘려 이루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며
그것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좌절과 고통을
이겨내 본 사람만이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훨씬 성숙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지니게 될거라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또한 어느 상황에서든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일이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과 노력밖에는 없다는 말,
평범하지만 만고의 진리가 아닌가.
어떤 일을 처리하든 신중하게 심사숙고 하며 검토해야 하는 단계가 있고,
한편으로는 그 동안의 숙고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단계가 있는 법이다.(p.196)
지금 나는 어떤 일에 부딪혀 있다.
그 동안 신중하게 검토하고 심사숙고 해왔고
이제는 과감하게 밀어 붙여야 한다는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런 나에게 저자는 또 이렇게 이야기 한다.
도전이란 무엇인가 어려운 것을 이루어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려움이 크면 클수록 정한 목표를 이루었을 때 성취감은 더욱 강렬할 것이다.
우리가 이루려는 목표가 너무 어렵다고 미리 좌절하거나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맹렬한 투지와 헌신으로 도전할 때 우리의 인생은 그만큼 아름다운 것이 될 것이다.
(p.347)
이건 이래서 어렵고 힘들다며 징징거리는 내게
그러니까 내 에너지를 집중해서 도전에 상응하는 헌신과 희생을 내 놓으며
그것에 도전하라며 저자는 부추긴다.
비록 실패로 끝나고 허무한 것으로 들어날 지라도 그것마저 온전이 내 것이 아니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