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 풍월당 주인 박종호의 음악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4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얼마 전에 안국동을 지나갈 일이 있었는데
안국역 사거리에 있는 허름한 2층에 위치한 '브람스'를 발견하고는 감회가 새로웠었다.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 볼 시간은 없었지만
그곳이 아직도 그렇게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이었다.
안국동에 있는 '브람스'는 내가 대학을 다니던 때
대학로에 위치한 '슈만과 클라라'와 함께 운치 있는 음악 감상실 중의 하나였다.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가끔 선배들이나 동기들과 그곳을 찾곤 했었는데......

취미는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고 풍성하게 만드는가!
그 풍성해진 삶의 모습은 결국 주변에도 영향을 미쳐서
그저 그 모습을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박종호씨 역시 그러한 경우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음악에 얽힌 자신의 추억이나, 음악가의 일화등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음반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치
화학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투박하지만 개운한 요리를 맛보는 것 같다.
저자의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음악과 관련되어 떠오르는 추억들이 몇 가지 있다.

1.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고등학교때 모 방송사에서 '세계의 명문 대학' 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다.
내 부모님은 나의 TV시청을 제한 하셨었는데
그것은 그 때 내게 볼 수 있도록 허용된 몇 안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었다.
세계의 유수한 대학들을 소개하면서 그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었는데
밤늦은 시간에도 자신의 스탠드에 불을 밝히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지만 학문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부러워 하기도 하고
또 나 역시 언젠가는 그들의 무리에 끼겠다고 다짐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배경 음악이 바로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들으면
남다른 의욕과 전의가 생긴다.

2.도니제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
이 곡은 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 제2막에서
주인공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로 애끓는 선율이 마음을 울리는 곡이다.
한 때 나를 좋아한다던 선배가 있었는데
난 그 선배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그러한 내 마음을 알게 된 선배가 동아리방에서 자주 틀어 놓았던 곡이었다.
동아리방에 들어 설 때 인상쓰고 이 곡을 듣고 있는 그 선배를 보면
죄인이라도 된 양 문을 닫고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 애끓는 선율과 따가운 뒤통수에 영 마음이 편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염없는 내 눈물 뺨 위를 흐르네…"로 시작하여
"…나는 너를 영원히 잊을 수 없으리라"로 끝나는 이 곡을 즐겨 듣던 선배는
물론 지금은 다른 후배와 결혼해서 아주 잘 살고 있다.

이런 추억을 더듬다 보니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늘 밤은 자기 전에 LP판을 들어봐야겠다.
매끈한 CD음색과는 다르게
가끔 연탄불에 오징어 굽는 듯한 소리도 들리곤 하는 LP는
좀 귀찮기는 해도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니까
이런 저런 추억들을 더듬으며 잠시 음악에 잠겨있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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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호 2008-01-0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책 즐겨읽고잇습니다. 아주 잔잔한 감명을 주기때문에 자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