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번역도 정답이 없는 작업임을, 그래서 이또한 제한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한 작업임을 느꼈다.
2.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만 짜여진 철학 텍스트 쓰기’ 를 강조하는 언급을 여러 번 들었다. 그 때문인지 본문을 옮길 때 무척 조심스럽다. 여기에, 이번 작업에 대한 나 나름의 번역기준들이 겹쳐 지난 번과 다름 없이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시간이 많이 드는 것에 대해선 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익숙해지면 줄어들테고, 불필요하거나 좋지 못하다는 판단이 들면 어떤 식으로건 변경에 대한 생각이 들 줄로 아니까. 다만, 말을 옮기면서 무수한 생각들-번역에 대한, 본문의 내용에 대한, 그리고 결국 나에 관한-이 불어 오더란 것.
3. 뒤늦게 고치기를 잘 하는데 이번 일은 그 반대로 진행하고 싶었다. 올려야 하는 의무도, 정해진 마감도 없는 일이므로 충분히 그렇게 해 볼 생각이다. 대신 올리기 전에 몇 번이건 생각했고, 맞건 틀리건, 나 나름대로 기본으로 정한 틀 안에서 마음에 들 때까지 말을 골랐다.
4. 어디선가 번역이 마땅치 않을 때는 수동을 능동으로 능동을 수동으로, 사물주어를 사람주어로 사람주어를 사물주어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었는데, 이번의 두 문단은 뜻은 알겠으나 딱 떨어지는 문장이 잘 안 잡혀서 바로 그렇게 해 봤다.
5. 첫 번째 문장에서, normative ethics –were dominated by 문장의 경우, 규범 윤리학 분야는 지난 –까지는 –라는 단지 두 개의 이론에 의해 지배되었다. 가 완전한 직역문인데, 그 대신 ‘무엇이 지배적이었다’ 로 옮기고 싶었고 다른 문제는 없었으나 문장의 호응이 어색한 것 같아서 고심을 했다. “A 는 BC 라는 이론이 지배적이었다.” 이것이 내가 옮긴 것인데, 호응만 생각하면 A 에서는 (혹은 A 에는) BC 라는 이론이 지배적이었다로 해야 맞는 것 같기도 했다. 다만 그렇게 하면 ‘규범 윤리학에서는’ 이 되어 오히려 더 어색한 것 같길래 원래 생각한 대로 옮겼다. 애초의 완전 직역문으로 했다면 크게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6. utilitarianism, which derives, in its modern incarnation, from DE의 문장이 옮겨 놓고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하므로 재차 확인하게 되던 예였다. DE 의 근대적 구체화라고 하긴 했으나, 예전 이론의 근대화라는 뜻이라는 짐작에 ‘근대적 재해석’ 아니면 그냥 ‘근대화’ 로 해도 괜찮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남았다.
7. new kids on the block 등의 문장은 필자가 그(밴드) “New Kids On The Block” 을 염두에 두고 쓴 말 같은데 이럴 때 번역한 말 옆에 원래의 표현을 적어주는 것이 좋은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문장에서 yet 뒷 부분은 뜻을 고려했을 때 결과를 나타내는 용법인 것 같아서 그리 옮겼고, 덕분에 그동안 한참 늘여 쓰던 문장들이 간단히 결과의 to 부정사 표현으로 뜻을 통하게 할 수 있다는, 머리로 알고 있었어도 익히지 못했던 연습을 좀 해 볼 수 있었다.
8. Virtue Ethics 를 열쇳말로 구글검색을 해서 찾은 이미지 한 장.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그리고 존 스튜어트 밀이 맞겠지.
9. 마치며 짧은 잡담 하나. 어제 로그인을 하니까 4라는 숫자가 3 으로 줄어 있었다. 헉, 하는 동시에 흑, 하던 느낌. 그리고 문득 ‘이거 알라딘 분들 너무 하시는 거 아니신가요..^__^’ 류의 제목으로 잡담성 글을 하나 올리는 상상. 그 순간 나를 환기시키는 것 같던 잡념 하나가 있었다. 나는 겨우 네 분에게 즐겨찾아지는 가난한 서재의 주인, 고로 없는 자가 아닌가. 그런데 거기서 하나를 빼 가시려 하신다니 너무하지 않은가. 그런데 비록 우스개 같은 혹은 장난같은 이 생각을 거꾸로 보면, 몇 백의 즐겨찾기 방문객을 둔 서재의 주인들에게는 하나의 수가 늘고 주는 의미가 나보다 덜할 것이다라는 식의 무의식적인 가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러면서 나는 내 그 순간의 생각들의 흐름이 혹시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의 한 즉자적인 예는 아닐까 애써 생각을 확장해 봤다. 현재 나는 공리주의 의무론 그리고 덕 윤리학을 번역연습이라는 행위를 통해 이해해 보고 그 속에 나를 한 번 비춰 보려는 시도 중임을 잊지 않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