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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라 당연히 읽어야하는 필독서로 여겨 읽게 되었다.
헨릭 입센(Henrik Ibsen)의 <인향의 집>에 나오는 여 주인공 노라는 페미니즘의 대명사가 되는 인물이고, 인형의 집이라는 제목보다 노라로 더 유명하다. 이 극은 세 명의 아이들과 은행장인 남편의 보호를 받으며 종달새같이 현모양처의 모습을 가진 그녀가 대출 사건으로 인해 각성하고 문을 쾅 닫고 집을 뛰쳐나갔다는 내용이다.
이후 노라의 뒷이야기가 궁금한 많은 작가들은 ‘노라 그 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여성의 성공을 질시하는 작가는 집 나간 노라가 온갖 고생을 다하고 결국 울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와 남편에게 사과한다는 버전부터, 처음에는 고생을 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다는 성공 스토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버전을 탄생시켰다.
그런데, 작가가 된 노라의 성공스토리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작가 노라의 이름을 실명이 아닌 필명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마치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처럼 남성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여성에 대한 제약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노라의 성공이 페미니즘의 역사에 영향을 미친것은 사실이지만, 노라의 고생이냐 성공이냐, 가출 후 집으로 복귀냐 아니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원작에서 높이 살만한 부분은 노라가 안락하고 풍족한 곳이지만 자유가 없는 그런 곳을 떠났다는 점이다. 금수저 부모는 아니지만 나름 부족함 없이 편안한 집을 두고, 경제적 자립도 아니고 단지 자유만은 위해 그것을 찾아 집을 나간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며, 특히 결혼 후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가정에서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 나가는 여성은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구설수의 소재거리가 되기에 십상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자유를 찾으러 갔을까. 결혼한 가정에서는 자유가 없었을까. 남편이 심각한 문제가 있던것도 아니고 착한 아이들을 챙기는 삶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현재도 하고 있고 때로는 원하는 삶이기도 한데, 그런 삶이 자유가 없는 삶일까. 누구나 자신의 잣대가 있으므로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지만, 안락한 집을 나간 후 경제적으로 피폐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에 살았던 그녀는 밖에서 원하던 진정한 자유를 찾았을까.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노라 그 후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닌지.
나 역시 궁금하다. 노라 그 후 그녀가 찾은 자유의 색은 무슨 색인지. 그녀가 맡은 자유의 공기는 어떤 냄새인지. 어쩌면 노라의 집이 마치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에 나오는 그런 감옥이었는도, 그 안에서 오랜 정체된 생활에 대한 익숙함에 환멸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출소 후 현실 세계와의 괴리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쇼생크 탈출의 브룩스를 예견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