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시절 열린책들 세계문학 103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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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조지 오웰의 <버마 시절>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읽다보니 내가 아주 좋아하는 조지프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 생각났다. <버마 시절>에는 여러 이슈가 나오는데, 그중 눈여겨본 것은 우리가 약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검은 형제들을 계몽시키러 왔다는 거짓말이죠, 아주 자연스럽지요, 하지만 그 거짓말이 우리를 타락시키고 있소. 우리 스스로를 정당화하라며 끊임없이 충동질하고 괴롭히는 기질이 있소”(54)라는 오웰의 고백에서 보듯이 계몽이라는 미명아래 그들이 가진 좋은 자원들을 가져가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의 모습이다. <버마 시절>에서는 얼굴에 모반이 있어 백인임에도 백인의 주류사회에 소속되지 못하며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원주민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플로리가 있다. 깨어있는 생각으로 진보적 견해를 보이며 전제 정부인 영국에 반대의견을 갖고 버마인들과 어울려 지내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결국 플로리도 버마인 하인을 두며 버마 여성은 사귀지만 결혼은 백인과 하려는 내면에는 지배 민족이라는 의식이 깔려있다. 영국인들 사이에서 아웃사이더지만 버마인들 위에 군림하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태생적 우월감은 의식의 차이로는 극복이 불가한 것인가. 영국인들이 버미인들에게 갖는 우월감은 버마인들 중에 소위 식자층에 해당하는 몇몇 인물들의 대화에도 나타나 있다. “유럽인 클럽의 회원이 되는 것이 우리 원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명성을 얻는 것인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클럽 안에서 우리는 실제로 백인이며, 따라서 어떤 비방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합니다. 클럽 회원은 신성불가침의 존재들입니다”(63). 소수 지배집단의 모임은 신성불가침의 장소이고 그런 집단의 멤버들은 그런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받았다. 내재되어 있는 우월주의는 식민주의에 그들만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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