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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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살인자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사실 어느 시대에나 연쇄살인은 존재했고, 원한없이 죽어간 불특정 다수의 시체들은 발견되어왔다. 하지만 실시간 뉴스가 가능한 지금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는 사체발견에 대한 소식과 살인마들의 이야기는 마치 이 세상에 죽이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만이 살고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제 더이상 TV속의 범죄는 다른 세상이야기가 아닌 나에게도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나같은 보통사람에게도 점점 와 닿는 것처럼 살인마들도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예전의 살인마들은 뚜렷한 사회적 반감속에 대개 직업이 없거나 사회적으로 격리된 혹은 잉여된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참 궁금했다. 하나같이 사회에서 조금은 동떨어진 그들.. 사회적 지위가 낮은 그들을(평범하고 주변사람들로 부터 성실하다는 소리는 들었을지 몰라도)을 볼 때 왜 소위말해 잘나간다는 사람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자들 중에는 살인마가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말이다. 물론 정치적인 살인마는 많지만.. 연쇄살인과 같은 살인자체를 즐기는 살인광들의 존재이유가 참으로 궁금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점점 깨어지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점차적으로 살인을 즐기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진정으로 추구해야하는 가치들이 설 자리를 잃게될수록 그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며 방황하는 사람들은 반사회적 살인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결국 이 곳! 생명을 가장 중시하는 병원까지 그 살인바이러스는 침투하고 만 것이다.   

느닷없는 병원장의 호출을 받은 다구치는 병원장의 호출보다 더 느닷없는 부탁을 받았다. 거절할 수 없는 그 부탁은 최근 3건의 연속적인 사망사고가 일어난 바티스타수술팀을 조사해달라는 것이였다. 외과에 대해서는 거의 학부생수준이며, 부정수소외래를 맡고 있는 신경정신과 만년강사 다구치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바티스타 수술 최고의 기류가 맡고 있는 팀이 아닌가! 기류는 흠.. 거의 장준혁과 같은 포스를 지닌 인물이다. 이거 초반부터 완전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데.. 하지만 의외의 인물 시라토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빠른 전개로 흘러간다. 침착하며 생각이 많은 다구치와 공격적이며, 논리적인 시라토리는 부조화의 조화를 이루면서 빛의 이면에 깔린 어둠을 찾아낸다. 아주아주 괴짜스럽고 독특한 시라토리의 행동들과 그때문에 골머리를 썩히는 다구치의 모습에서 추리소설속의 긴박함 보다는 많은 웃음을 유발하는데, 이는 역자가 말했듯 이 소설이 가진 엔터테이먼트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이다. 어쨓든 의료과실이 아닌 살인으로 밝혀진 진상은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라 할지라도, 누구보다 타인의 생명을 중시해야 하는 의사라는 입장에 있더라도... 잘못된 의료시스템과  삐뚤어진 인성이 만나 엇박자를 이룬 결과 살인마를 탄생시킬 수 있음을 납득시킨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이 소설의 작가가  본업은 의사이며, 그가 신예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자의 이유로 이 소설이 가진 사실성, 그리고 한편의 글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잘 만들어진 의학드라마같은 환영을 보게 해준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후자의 이유로 그의 타고난 글 솜씨가 부러웠다. 의사인데 글까지 잘쓰다니!이건 완전 김태희가 서울대 출신과 맘먹는 부러움이다.. 

덧붙여 역자의 후기와 삽화가 참 인상적이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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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열두 명의 현자
윌리엄 글래드스톤 지음, 이영래 옮김 / 황소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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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에 처음으로 내뱉어 본다 

낚였다! 

나는 인류종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길한 사회정서와 한번도 예측하지 못했던 대규모 자연재해, 나날이 급변하는 기후 문제들을 볼 때, 어쩌면 정말로 1~2년 안에 지구에 큰 시련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큰 자연재해가 뉴스에서 소개될 때마다 처참한 모습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진심반 농담반으로  인류 멸망으로 온 인류가 한번에 저승에 가면 붐빌테니까 신께서 지금부터 차곡차곡 정리하는 거 아니냐고.. 우리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결코 2012년 인류멸망은 현 인류의식의 멸망일 뿐 새로운 의식의 세계가 도래하는 시작과 맞물린 끝일지도 모른다는 희망 또한 가지고 있다. 고대 마야인들의 예연처럼말이다.. 이런 내게 영화 2012는 우리의 미래와 나의 바람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대단한 매력 그 자체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이 있다니.. 영화보다 책읽기를 더 좋아하는 나에게 완전 구미가 당기는 일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사기였다. 아니 말장난이라고나 할까? 영화와 책의 내용은 연관성이 없다. 책에서는 분명 2012가 영화화된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2012는 이 책아니라 2012년 자체라는 답이 나왔다.)  

2012. 부제목 열두명의 현자. 그러나 이 책은 2012년이라는 특수성에 살짝 발만 담근, 그리고 전혀 12명의 현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왠만해서는 모든 장르에 흥미를 느끼는 나에게 별 하나가 아깝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만든.. 더불어 이 책을 쥐고 있던 시간이 아까울만큼 형편없는 이야기였을 뿐이다. 이책의 원제는 12.. 즉 12명을 뜻한다.. 차라리 원제 그대로였다면 이렇게 화가치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감정은 출판사를 찾아가 '현자'의 뜻이 뭔지는 알고 있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 그들은 현자가 아니였다. 그저 운좋게 '선택'받은 자였을 뿐.. 그리고 주인공이 맥스역시도 '그것'과는 거리가 멀고 먼 정말 주인공답지 않은 주인공이였다. 주인공에게 이런 환멸을 느끼게 하는 소설도 드물 것이다. 주인공 자체가 '그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처음에는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완전 천재에 준신성시화를 해서 이질감을 드높여 놓더니만 나이를 먹을 수록 그저 돈을 좋아하고, 처음보는 여자마다 내생에 가장 이쁜여자에 단 1초만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바람기 많고, 이래저래 운도 좋고 사업수완도 그럭저럭 있는 막장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 살다가 책의 2/3를 잡아먹은 후에야 2012년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 작위적이고 허무하게도 그가'그것'이란다. 나.. 참..  

소설은 허구다. 허구임에도 진실처럼 믿게하는 힘이 있는 소설은 사랑받는다. 내가 베르나르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흥분하는 것은 (그것이 정말 말도 안됨에도) 책을 읽는 순간 나를 그가 만들어놓은 세상속에 살아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정말 어딘가에 이런것들이 우리 모르게.. 지하벙커에 숨은체 진행되고 있을 지도 몰라.. 하는 마음 말이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이였음에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독자로 하여금 그 내용들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2012- 열두명의 현자'는 어떤가? 읽는 내내 이 꾸며낸 이야기에 대한 흥미도가 점점 반감되더니 결국엔 2012년. 이 소설이 모두 현실로 재현된다하더라도 믿기 싫은 이야기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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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용성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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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고전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는 우리가 추리소설하면 꼬리표처럼 떠올리게 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시킬만한 소설이다.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10명이 '누군가'에 의해 초대되어 고립된 섬에서 펼쳐지는 살인과 죽음의 반복속에 죽이는 자와 죽임을 당하는 자들간의 긴장감과 심리적 변화가 잘 표현되어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능력이 소재나 트릭뿐만아니라 문장력 또한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추리소설에 없어서는 안될 명탐정이라던가 사건을 파헤치는 주인공을 내세우지 않고, 그 섬에 '아무도 없을때'까지 일련의 살인사건들에 대해 어떠한 트릭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10회의 살인사건(엄밀히 따지면 9회의 살인과 1회의 자살)의 모든 비밀은 후에 고해와도 같은 한장의 편지로 밝혀질뿐이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을 지어냈다니 역시 그녀의 추리소설 중 단연 으뜸이라 칭할만 하다. 또한 그녀가 내세우지 않은 명탐정의 역할을 독자가 스스로 해봄으로써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하겠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10명의 사람들은 성별, 나이, 직업등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다. 유일한 이들의 공통점은 죄로 인정되지 않는 살인용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고립된 인디언 섬에 초대받은 그 날부터 인디언노래와 유사한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나는 제 11의 주인공이 되어 범인을 추리해 나갔다. 물론 소설밖에 있는 나에게 주어진 것은 증거들은 소설속에서 묘사된 것들이 전부이기때문에 트릭을 파헤치기 보다 범인을 잡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중반부부터 의심이 가기 시작했던 임물이 범인임이 밝혀졌을 때, 묘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개의 별의 모두 채우지 못한 점은 번역과 합본(?)때문이다. 이책의 초판인쇄가 1977년이다. 그 후로 여러번의 중판인쇄를 거쳤지만 편집은 거의 되지 않았나보다. 영문을 그대로 옮겨 번역한 듯한 매끄럽지 못한 어투와 오타때문에 극의 흐름에 방해가 크다는 점이 아쉽게 남는다. 더욱 아쉬운 것은 이 책이 고전인 이유로 거의 모든 번역본이 오래전 것이라 다른 출판사의 책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이 책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외에 하나의 이야기 '하나, 둘 내 구두 버클을 채우고'가 더 실려 있다. 나는 이런 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편집도 아닌데 하나의 이야기를 덧붙여 놓은 책.. 그 이야기가 보너스라기보다 혹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나의 좋은 소설이 제목조차 달리지 못한 체 주된이야기의 그늘에 갇혀 있는 것이 싫다. 

덧붙이는 나의 추리 

처음 이들이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다는 사실에서 이 살인 사건들이 원한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죽음의 이유는 살인자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섬에 초대된 10명을 제외하고는 이섬에 아무도 없다는 묘사가 여러차례 나왔으므로, 범인은 이미 죽은자이거나 살아남은 자들 가운데 하나이다. 살아남은 자들이 살해위험의 공포속에 점차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고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지므로 아마 범인은 비교적 움직임이 자유로운 자. 즉 초중반에 살해된 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모두 살인용의가 있었으나 죄로 인정되지 않거나 혹은 가벼운 형벌만을 받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수집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때 범인은 한명의 좁혀진다. 내가 범인에 대한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뀐 까닭은 10건의 살인용의 중 한 건만이 협의가 완전히 없다는 사실을 통해서였다. 그 전부터 그가 범인임을 눈치챘지만. 확신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를 도와준(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협력자가 된)의사의 존재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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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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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여름하면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바다, 복날 삼계탕, 으스스한 공포영화, 그리고 추리 소설이 제격이겠지! 이 중에서도 특히나 나에게 꼭맞는 여름나기방법은 바로 추리소설과 함께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리소설과 함께 한다고 해서 꼭 이 무더운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나를 홀리는 문구에 속아 잘못 선택한 추리소설로 인해 오히려 더욱 푹푹찌고 짜증나는 여름철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추리소설들.. 그 중에 옥석을 가려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니까!   

나는 타 장르의 소설에 비해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다. 반은 자의적 이유로 반은 타의적 이유로 그러한데, 자의적 이유에는 개인적 기호에 따른다고 하겠다. 타의적 이유는 추리소설의 공급이 많고, 순환이 빠르다는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이 계속해서 신간이 넘쳐난다는 점은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럴 수록 조심해야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옥석 가려내기이다. 이것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수고스러움은 아닐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은 이러한  독자들이 수고스러움을 좀 더 명확한 분류를 통해 한결 쉽고도 그 고통을 덜어내게 해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추리소설 속 반드시 존재하는 등장인물들의 소설 밖 이야기들을 통해 추리소설 작가와 그들이 이끌어내는 주인공들의 성향, 각각 추리소설를 이루는 트릭에 대한 법칙을 풍자하고, 나아가 독자들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는 반어법적 소설이다.  

너무나도 익숙한 설정과 너무나도 빈번한 트릭은 추리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새롭고, 놀라우며, 기발하고, 기괴한)를 절감시킨다. 추리소설이 잘 팔린다는 이유로 자질이 부족한 작가들의 기존의 소재들을 재탕, 잡탕한 마구잡이식 출간에 대해, 그리고 오랫동안 추리소설을 써오면서 항상 그가 고민하고 고뇌했던 부분에 대해 그는 비판과 반성의 결과물로 이 책을 내어놓은 것이다. 또한 독자인 나도 그의 일침에 뜨끔했다. 추리소설 속 나의 역할은 주로 방관하는 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추리소설 속 탐정이 되어 추리를 해나가고 범인을 찾아내려고 했던 작품도 물론 있지만. 보통은 주인공인 탐정이 추리해나가는 데로 받아들이기 일쑤였다. 누가 범인이고 그가 사용한 트릭은 무엇이다! 라고 밝혀주기만을 급급했을뿐, 왜 그 사람이 범인이고, 그가 왜 그런 트릭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탐정의 입장에서 해석하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추리소설에 열정을 다하는 것에 감사하다. 그리고 그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 나는 독자로서의 역할을 최대한 해 볼 생각이다. 이 책으로 인해  나의 탐정으로서의 나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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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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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는 나에게 있어 에쿠니 가오리의 ’언젠간 기억에서 사라진다해도‘ 라는 책과 비슷한 결론을 안겨준 일본소설이다. 처음 이 책을 구입하고 내손에 안기기 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기대감은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이름이 왠지 마음에 들었고, 요시모토 나라가 그린 삽화가 더욱 나의 마음을 잡아당겼기에 생겨난 마음이였다. 실상 ‘아르헨티나 할머니’라는 책 내용에 대한 정보는 제쳐둔 체 말이다.
이 책은.. 뭐랄까? 어떠한 클라이맥스도 대단원도 없다. 그냥 물이 흘러가는 듯한. 아니 물은 이 책보다 농도(?)가 짙다.. 그래! 그냥 구름이 흘러가는 것만 같다고나 할까? 어떤 굴곡도 오르내림도 없는 이야기같다. 뭔가 놀란만한 것이 없다라는 것이 그녀 소설의 매력이라면.. 난 이런 밍밍함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조미료에 익숙해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물론 소설의 구석구석, 요소요소마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가르침이 좋은 글귀로 내 머릿속에 기억되기도 하지만 한 편의 소설을 읽고 난 후 내 마음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이야기’인 것만 같다.
왜 제목을 아르헨티나 할머니로 지었을까? 왜 하필 그 할머니는 아르헨티나 사람이여야만 했을까? 스페인 할머니, 오스트리아 할머니, 브라질 할머니.. 어떤 나라를 갖다 붙여도 별로상관없을 것만 같은데.. ‘아르헨티나 할머니’를 제목으로 삼은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이유가 몹시도 궁금하기만 하다.

덧붙여, 시간이 지난 후 내가 이 책을 다시 펼치면 난 그녀와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을까?
그때엔 그녀가 내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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