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열두 명의 현자
윌리엄 글래드스톤 지음, 이영래 옮김 / 황소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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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에 처음으로 내뱉어 본다 

낚였다! 

나는 인류종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지금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길한 사회정서와 한번도 예측하지 못했던 대규모 자연재해, 나날이 급변하는 기후 문제들을 볼 때, 어쩌면 정말로 1~2년 안에 지구에 큰 시련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큰 자연재해가 뉴스에서 소개될 때마다 처참한 모습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진심반 농담반으로  인류 멸망으로 온 인류가 한번에 저승에 가면 붐빌테니까 신께서 지금부터 차곡차곡 정리하는 거 아니냐고.. 우리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결코 2012년 인류멸망은 현 인류의식의 멸망일 뿐 새로운 의식의 세계가 도래하는 시작과 맞물린 끝일지도 모른다는 희망 또한 가지고 있다. 고대 마야인들의 예연처럼말이다.. 이런 내게 영화 2012는 우리의 미래와 나의 바람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대단한 매력 그 자체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이 있다니.. 영화보다 책읽기를 더 좋아하는 나에게 완전 구미가 당기는 일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사기였다. 아니 말장난이라고나 할까? 영화와 책의 내용은 연관성이 없다. 책에서는 분명 2012가 영화화된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2012는 이 책아니라 2012년 자체라는 답이 나왔다.)  

2012. 부제목 열두명의 현자. 그러나 이 책은 2012년이라는 특수성에 살짝 발만 담근, 그리고 전혀 12명의 현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왠만해서는 모든 장르에 흥미를 느끼는 나에게 별 하나가 아깝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만든.. 더불어 이 책을 쥐고 있던 시간이 아까울만큼 형편없는 이야기였을 뿐이다. 이책의 원제는 12.. 즉 12명을 뜻한다.. 차라리 원제 그대로였다면 이렇게 화가치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감정은 출판사를 찾아가 '현자'의 뜻이 뭔지는 알고 있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 그들은 현자가 아니였다. 그저 운좋게 '선택'받은 자였을 뿐.. 그리고 주인공이 맥스역시도 '그것'과는 거리가 멀고 먼 정말 주인공답지 않은 주인공이였다. 주인공에게 이런 환멸을 느끼게 하는 소설도 드물 것이다. 주인공 자체가 '그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처음에는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완전 천재에 준신성시화를 해서 이질감을 드높여 놓더니만 나이를 먹을 수록 그저 돈을 좋아하고, 처음보는 여자마다 내생에 가장 이쁜여자에 단 1초만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바람기 많고, 이래저래 운도 좋고 사업수완도 그럭저럭 있는 막장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 살다가 책의 2/3를 잡아먹은 후에야 2012년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 작위적이고 허무하게도 그가'그것'이란다. 나.. 참..  

소설은 허구다. 허구임에도 진실처럼 믿게하는 힘이 있는 소설은 사랑받는다. 내가 베르나르의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흥분하는 것은 (그것이 정말 말도 안됨에도) 책을 읽는 순간 나를 그가 만들어놓은 세상속에 살아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정말 어딘가에 이런것들이 우리 모르게.. 지하벙커에 숨은체 진행되고 있을 지도 몰라.. 하는 마음 말이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이였음에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독자로 하여금 그 내용들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2012- 열두명의 현자'는 어떤가? 읽는 내내 이 꾸며낸 이야기에 대한 흥미도가 점점 반감되더니 결국엔 2012년. 이 소설이 모두 현실로 재현된다하더라도 믿기 싫은 이야기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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