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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원 가기]를 살까 말까 수없이 고민하다가 포기 해버렸다. [동물원 가기]를 사려고 서점에 갔다가 도로 내려놓고는 다른 책들을 집어 들어서 오히려 다른 책들만 쌓여갔다. 그러다가 마침 알랭드 보통의 신작 [행복의 건축]이 나왔고 이벤트로 [불안], [여행의 기술],[동물원가기]를 준다기에 얼른 샀다. [여행의 기술]은 이미 있는 책이지만 책이 워낙 재미있고 좋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지 뭐~ 하면서 주문을 했다. 드뎌 책이 도착했고 재빨리 [동물원가기]를 집어들었고 책을 다 읽은 지금 드는 생각은 안사길 잘했어.... 라는 결론이다. ^^;;
보통의 글솜씨가 나빠서도 아니고 책이 질적으로 떨어져서도 아니고 그저 다른 책들에서 이 글들을 보았을 때는 보석같은 글들로 여겨져 소중히 되풀이 읽게 되었는데 정수(quintessential) 의 글들이 모여 있다보니 그 가치가 조금 떨어지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 책은(이벤트로 받은 책) 커버가 양장커버가 아니어서 들고다니는데도 가볍고 불편함이 없었지만 실제 단행본으로 나온 책은 책이 지닌 가벼움(내용이 일상적인 이야기고 편한함)에 비해 너무 화려하게 포장되었다고 할까... (양장커버에 아래 위로 좌우로 이~ 만큼씩 남겨진 여백이란...)
알랭드 보통의 글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글은 여러번 반복해서 읽고 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동물원 가기는 상업성이 너무 짙어서 거부감이 생긴다. (그럼에도 사 읽고 싶어 5번도 넘게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갈등했던 나라는 소비자란...) 그런 거부감과 거품때문에 별을 세개만 준다. 그러나 알랭드 보통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책읽기가 되어줄 것이다. 한 꼭지당 10페이지가 채 안되는 깔끔한 글들은 보통만의 맛있는 글을 맛보게 해주니까 말이다. 그림이 들어가면 확실히 가격이 올라가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호퍼에 관련된 첫 글을 읽을 때는 그림이 없음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행의 기술을 펴 호퍼의 그림들을 보면서 다시한번 글을 읽었다. 사실 여행의 기술을 읽을 때는 그림이 컬러면 더 좋을텐데... (만일 컬러여서 가격이 오르면 또 고민했겠지 사...말어...^^)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면서 원화를 찾아가며 책을 읽었다.
보통의 책들은 생각할 꺼리를 많이 마련해줘서 좋다. 쉽게 읽으려 들면 얼마든지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어렵게 읽자면 또 막 헤매게 만드는 것이 보통 책의 매력이다. 스물 넷, 다섯, 여섯에 연애소설 3부작을 완성했고 서른 네살에 유럽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주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상]을 수상했다는 그의 경력은 난 이 나이 먹도록 대체 뭘한거지 라는 한숨을 더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더 힘있게 살 용기도 더 해주는 것 같다.
매주 금요일 동물원 옆 미술관으로 일을 하러 가는데 이번주에는 조금 일찍 출근해서 동물원에 먼저 들러야겠다. 동물들을 보면서 나도 내 인생을 좀 더 건설적으로 곱씹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