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고질병 두가지가 있다. 건망증과 가는귀. 어린시절부터 우산을 가지고 나가면 갖고 들어온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비오는 날만 되면 식구들의 원성이 자자 했다. 대체 갖다버린 우산이 몇개냐면서.. 자고 일어나 안경 찾는건 매일 일어나는 일이요,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몰라 출근시간에 땀 삐질 삐질 흘려가며 열쇠찾기에 몰두하다가 어떤 날은 문을 열어놓고 출근하고 지하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태양님이 와서 문을 잠그러 집에 온적이 있다. 문을 열어놓았다는 사실을 알면 낫지..어떤 날은 퇴근하고 돌아와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이 열려 있더군. 다행히 도둑맞은 물건은 없지만 참 식겁했지. 화장실 불 켜놓기, 물 틀어놓기, 남의 집에 물건 두고오기, 금방 딴 뚜껑 어디있는지 못찾기, 전화하면서 전화기 찾기 ^^;; 대체 나의 건망증의 끝은 어디인지.. 읽은 책 또 읽으면서도 전혀 읽은적 없다는 듯이 책을 읽고, 본 영화 또 보면서도 마찬가지다. 뭐 이 경우들이야 손해보는 일은 없는거니까 낫지만 물건을 두고 올때나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경우 등은 정말 너무너무 아깝다. (택시에다 떨어뜨려 잃어버린 경우가 4번 ^^;;)
오늘 갑자기 건망증 얘기를 하게 된 이유는 지난 1월 11일 편입 접수한 접수증을 어디에 뒀는지 전혀..기억이 안나는거다. 2월 7일이 발표였던거 같은데 접수 확인좀 하려고 했더니 대체..어디있는지..^^;;; 그날 내가 가지고 나갔던 가방, 입고 나갔던 옷.... 막 생각하다가 그날 들고 나간 책에 웬지 껴놓았을꺼라는 생각이 불현듯 나는거다. 그래서 무슨 책을 가지고 나갔더라....기억을 떠올리는데....젠장..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도전 50권에 그 근처 다 읽은 책을 살펴보니 부부일기 더군. 그래서 책을 휘리리릭~~ 펼치니 그 안에 고이 잘 모셔져 있었다. 휴...다행이다. 언제든지 메모를 꼭 하자!! 다짐하지만 메모한 종이마저 수첩마저 잃어버리는 판국이니..^^;; 어떻게 하면 건망증을 좀 고칠수 있으려나...
또 하나의 고질병 가는귀, 이번에 친정 갔다가 이건 확실히 유전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식구들 모두가 어쩜 한번 얘기할때 알아듣는 사람이 없는지.. 뭐? 라면서 다들 다시 묻더군.. ㅋㅋ 한번만 물으면 좋은데 꼭 했던 말을 2-3번씩 해야하니...것도 참 피곤하더군. 나의 친구들 늘 내가 2-3번 물으면 됐어 됐어~ 몰라도 돼 별거 아니야! 이래 버리는데 이제 그 고충을 알겠더군.
고등학교때는 담임과 상담을 하는데 선생님이 "어쩌구 저저꾸 냐?" 이렇게 묻는데 대체 들려야 말이지. 그래서 "네?" 라고 했고 "어쩌구 저쩌구냐고?" 라고 묻는데 또 안들려서 "네?" ....이 짓을 네번쯤 하고 나니 아..진짜 챙피하고 미치겠더라. 그래서 아...네...라고 들은척하고 대답했는데 답답하셨는지 또박 또박 큰 소리로 "아버지가 무슨일 하시냐고?" 라고 말하시는게 아닌가..^^;;; 거기다 대고 "아...예..." 라고 대답했으니.. ^^;;
그런데 요즘 친구들을 보면 건망증과 가는귀가 예사롭지 않은 고질병들이 되어가고 있는것 같다. 애기난 주부들, 또는 나이 많이 먹은 중년들에게 많은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너나 할것없이 머릿속에 지우개 하나씩은 달고 다니고, 걸핏하면 "귓 밥 봐라~~" 소리를 주고 받는다. 어느 조사에서 보니 mp3나 CDP의 사용이 가는귀를 불러일으킨다고 하더군. 시끄러운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볼륨을 최대로 해놓고 듣다보니 소음에 소음이 더해져서 청신경이 극도로 피로해져서 그렇다고 하더군. 나는 MP3 폰을 사놓고도 내 핸폰이 그런 기능이 있다는걸 잊고 이어폰을 가지고 나간적이 없을 정도로 안듣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심한 가는귀에 시달리니..아무래도 집안이 시끄럽거나 TV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난 TV를 볼때 집에 손님이 들고 나는것을 모를정도로 집중한다. 어려서는 집중력 뛰어나다는 말을 잘 들었으나. 사실 가는귀였다. 들리지가 않는것이다. 난 내가 듣고 싶은 소리에 집중하면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야 좋지만 주위에선 나르라 5번 이상 부르느라고 난리가 나고 있다. 음..내 생각은 그렇다. 5번 부를 동안 와서 내 어깨를 한번 살짝 건드려주지..그럼 가는귀속의 내 세상에서 깨어날수 있는데...
여튼..나의 고질병...어떻게 조금은 낫게 할수 있는 방법이 없나....나도 사실 좀 괴롭거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