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Rolling 3
신지상.지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2003년 쇼콜라를 통해 알게된 신지상, 지오 샘들! 웬지 이 샘들의 만화라면 그냥 신뢰가 가버린다. 그리하여 계속해서 모으고 있는데 롤링은 전에 보여줬던 연재물처럼 이어지는것이 아니고 단막 형식이기 때문에 뒷심 부족이라던가 소재 고갈의 모습이 안보여서 참 좋다. 주인공도 한둘이 아니라 5명이나 되고 5명의 가족까지 얽히고 또 고양이와 개, 기숙사 근처 이웃들과도 얽히다보니 정말 한회 한회 너무 재미있고 보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3권에서는 미오가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고양이 육아 상식에서 추천 카페까지 고양이 육아에 관한 모든것이 담겨 있었다.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상태에서 죽은 아기 고양이에게 [나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은 가슴이 참 따뜻했다. 죽은 [나무]를 위해 아기 고양이라서 밤이 무서울테니 살아 있는 네가 지켜줘야해 하는 의미로 달의 여신의 이름을 딴 [다이아나]의 이름을 갖게된 냥이.. 감동과 재미와 상식까지~~  고양이를 키우는 동생이와서 이 책 읽고 너무너무 좋아하더군. 게다가 자신의 꿈인 캣타워의 그림까지 보고 나니 완전히 뻑이 가더군. 실제로 두 작가 샘이 기르는 동물들의 수가 실로 엄청나다. 고양이 4마리인가에 내가 아는 개만해도 3마리.. 한동안 너무너무 바쁘시다기에 무엇이 그리 바쁘신가 했더니 줄이랑 삐삐라는 고양이 첨 왔을때 시간맞춰 우유 먹이고 약먹이느라고 바쁘시다고..(마감때문이 아니였으..^^;;) 

샘들집에 있는 고양이와 개들은 대부분 주워온 아이들이라고 하였다. 그것도 병들고 아픈 놈들, 버려져 천대받는 아이들을 데라다가 키운다 하였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작가샘들이라서 이렇게 따뜻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 만화가 나오지 않나 생각해 본다. 앞으로도 롤링 더 재미있고 감동주는 만화로 성장하길!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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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차기 [dts]
남상국 감독, 김동완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를 본 목적은 오직 울 현빈이를 위함이였다. 친한 언니가 동완이의 광팬이여서 극장에서  4번 5번을 볼 때 혀를 끌끌 찼는데 현빈에게 푹 빠지고 나서 내가 그랬다. 3번 4번..^^;;; 그러나 정신차리고 보니 그닥 잘만든 영화는 아니였다. 빈이의 연기가 좋았던것도 아니고, 현재 빈이에 대한 애정은 있으나 광분하던 때에서벗어나 팬카페도 탈퇴하고 좀더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되어 리류를 써본다. 아마 3-4달전만 됐어도 난 별 다섯개를 나도 모르게....주었을지도 모른다. ^^;;

나는 불순한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기서 불순함이란 다른 거 없다. 나를 가르치려 듬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냥 오락성 내지는 감동을 떠나 교훈적 내용까지 담아내려 하는 영화들..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제일 안좋아하는 부류가 양아치가 어떤 계기를 맞이하게 되어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의 영화인데..음.... 이영화가 딱 그거 아니였나 싶다. 양아치 홍용객과 정대 일당이 패싸움을 하고 퇴학을 면해주는 대신 태권도부에 들어가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다들 진정한 싸나이로 재 탄생하게 되는!! 뭐 그런... 누구의 말을 빌자면 참 건전한 영화였지.

가장 눈에 거슬렸던 장면이랄까.. 영화 전반적인 흐름과 참 동떨어져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하는 장면이 있었으니 전지훈련가서 모닥불 앞에서 춤추는 장면이였다. 다덜 어디서 배웠는지 똑같은 동작을 잘도 하더군. 전에 학교 축제때 단체로 했던 안무인지 원..^^;; 이 장면을 보는데 이걸 왜 넣었나 싶기도 한것이...

군데 군데 유머가 있기는 하나 절대로 코미디 영화가 아님에도 스포츠 코미디 영화라고 공공연하게  홍보를 하니 거참 속상하더군.  그렇다고 큰 감동을 주는 가족 영화도 아니니.. 홍보하기 좀 힘들었을려나. 여튼!! 볼꺼리는 많은 영화였다. 여기서 볼꺼리란....장면의 멋짐이 아니라 볼 남정네들이 많았다 함을 가르킨다. 울 빈이, 동완이, 태현이, 지윤이, 기우 등등... 다들 이제는 연기력도 좋아지고 편안해져서 다행이다.  이 영화 안에서 보면 빈이는 너무 어둡게 무게를 잡고 소리만 버럭버럭 잘지르고(삼순이때 그렇게 소리를 잘 지르더니 이게 특기 연기인가보다 ^^;) , 동완이는 어깨에 뽕 집어넣은듯 어깨에 힘이 빡!!!!! 입 모양의 어색함(근데 이건 지금도 있는것 같다),  태현이의 오버연기 등등...  다들 이제 어디가서 주인공 자리 꿰차는 멋진 배우들로 성장했으니 신인 등용문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준 영화라고 볼수 있겠지.

영화를 만들때 좀 더 신중하며 낡은 코드를 버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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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고질병 두가지가 있다. 건망증과 가는귀. 어린시절부터 우산을 가지고 나가면 갖고 들어온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비오는 날만 되면 식구들의 원성이 자자 했다. 대체 갖다버린 우산이 몇개냐면서.. 자고 일어나 안경 찾는건 매일 일어나는 일이요,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몰라 출근시간에 땀 삐질 삐질 흘려가며 열쇠찾기에 몰두하다가 어떤 날은 문을 열어놓고 출근하고 지하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태양님이 와서 문을 잠그러 집에 온적이 있다. 문을  열어놓았다는 사실을 알면 낫지..어떤 날은 퇴근하고 돌아와서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이 열려 있더군. 다행히 도둑맞은 물건은 없지만 참 식겁했지. 화장실 불 켜놓기, 물 틀어놓기, 남의 집에 물건 두고오기, 금방 딴 뚜껑 어디있는지 못찾기, 전화하면서 전화기 찾기 ^^;; 대체 나의 건망증의 끝은 어디인지.. 읽은 책 또 읽으면서도 전혀 읽은적 없다는 듯이 책을 읽고, 본 영화 또 보면서도 마찬가지다. 뭐 이 경우들이야 손해보는 일은 없는거니까 낫지만  물건을 두고 올때나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경우 등은 정말 너무너무 아깝다. (택시에다 떨어뜨려 잃어버린 경우가 4번 ^^;;)

오늘 갑자기 건망증 얘기를 하게 된 이유는 지난 1월 11일 편입 접수한 접수증을 어디에 뒀는지 전혀..기억이 안나는거다. 2월 7일이 발표였던거 같은데 접수 확인좀 하려고 했더니 대체..어디있는지..^^;;; 그날 내가 가지고 나갔던 가방, 입고 나갔던 옷.... 막 생각하다가 그날 들고 나간 책에 웬지 껴놓았을꺼라는 생각이 불현듯 나는거다. 그래서 무슨 책을 가지고 나갔더라....기억을 떠올리는데....젠장..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도전 50권에 그 근처 다 읽은 책을 살펴보니 부부일기 더군. 그래서 책을 휘리리릭~~ 펼치니 그 안에 고이 잘 모셔져 있었다. 휴...다행이다. 언제든지 메모를 꼭 하자!! 다짐하지만 메모한 종이마저 수첩마저 잃어버리는 판국이니..^^;; 어떻게 하면 건망증을 좀 고칠수 있으려나...

또 하나의 고질병 가는귀, 이번에 친정 갔다가 이건 확실히 유전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식구들 모두가 어쩜 한번 얘기할때 알아듣는 사람이 없는지.. 뭐? 라면서 다들 다시 묻더군.. ㅋㅋ 한번만 물으면 좋은데 꼭 했던 말을 2-3번씩 해야하니...것도 참 피곤하더군. 나의 친구들 늘 내가 2-3번 물으면 됐어 됐어~ 몰라도 돼 별거 아니야! 이래 버리는데 이제 그 고충을 알겠더군.

고등학교때는 담임과 상담을 하는데 선생님이 "어쩌구 저저꾸 냐?" 이렇게 묻는데 대체 들려야 말이지. 그래서 "네?" 라고 했고 "어쩌구 저쩌구냐고?" 라고 묻는데 또 안들려서 "네?" ....이 짓을 네번쯤 하고 나니 아..진짜 챙피하고 미치겠더라. 그래서 아...네...라고 들은척하고 대답했는데 답답하셨는지 또박 또박 큰 소리로 "아버지가 무슨일 하시냐고?" 라고 말하시는게 아닌가..^^;;; 거기다 대고 "아...예..." 라고 대답했으니.. ^^;;

그런데 요즘 친구들을 보면 건망증과 가는귀가 예사롭지 않은 고질병들이 되어가고 있는것 같다. 애기난 주부들, 또는 나이 많이 먹은 중년들에게 많은 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너나 할것없이 머릿속에 지우개 하나씩은 달고 다니고, 걸핏하면 "귓 밥 봐라~~" 소리를 주고 받는다. 어느 조사에서 보니 mp3나 CDP의 사용이 가는귀를 불러일으킨다고 하더군. 시끄러운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볼륨을 최대로 해놓고 듣다보니 소음에 소음이 더해져서 청신경이 극도로 피로해져서 그렇다고 하더군. 나는 MP3 폰을 사놓고도 내 핸폰이 그런 기능이 있다는걸 잊고 이어폰을 가지고 나간적이 없을 정도로 안듣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심한 가는귀에 시달리니..아무래도 집안이 시끄럽거나 TV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난 TV를 볼때 집에 손님이 들고 나는것을 모를정도로 집중한다. 어려서는 집중력 뛰어나다는 말을 잘 들었으나. 사실 가는귀였다. 들리지가 않는것이다. 난 내가 듣고 싶은 소리에  집중하면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야 좋지만 주위에선 나르라 5번 이상 부르느라고 난리가 나고 있다. 음..내 생각은 그렇다. 5번 부를 동안 와서 내 어깨를 한번 살짝 건드려주지..그럼 가는귀속의 내 세상에서 깨어날수 있는데...

여튼..나의 고질병...어떻게 조금은 낫게 할수 있는 방법이 없나....나도 사실 좀 괴롭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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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Movie : 당신이 그녀라면

자매들끼리 마치 쌍둥이처럼 꼭 닮은 경우도 있지만, 도무지 한 뱃속에서 났다고 믿기 어려울만큼 다른 사람들도 있다. 로즈 (토니 콜레트) 와 매기 (카메론 디아즈) 는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다른 자매들이다. 책임감있고 똑똑하며 변호사라는 전문직업을 가진 로즈. 그러나 매기는 책임감도 없고 제 멋대로이며 삶을 즐기는것 이외에는 어떤 관심도 없다. 로즈는 뚱뚱하고 못생겼으며 매기는 누구나 보기만 해도 반할 정도로 근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딱 하나 똑같은게 있다면 바로 구두 사이즈가 같다는 것이다.

매번 사고나 치는 매기는 집안의 골칫거리다. 그 중에서도 특히 로즈에게있어 매기는 늘 자신의 삶에 끼어드는 불청객이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로즈와 매기는 어릴때는 꽤 친하게 잘 지냈지만 클수록 각자 개성이 너무 달라서 이제는 한 자매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 어느날 매기는 새엄마의 집에서 쫒겨나 로즈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된다. 그러다 그만 매기의 남자친구를 유혹하게 되고 이때 우연찮게 집에 온 로즈는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여태껏 참았던 울분을 다 터트린 로즈는 매기에게 나가라고 말한다. 새엄마의 집에도 언니의 집에도 있을 수 없게 된 매기는 우연히 알게된 외할머니의 주소를 찾아내고. 무작정 그 곳으로 향한다. 한편 실연의 상처를 겪고 있던 로즈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기게 되고, 동생 매기를 찾고 싶지만 도무지 어느곳으로 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자 그녀의 견고하던 삶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헐리우드나 충무로나 공통점이 있다면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는 대박이 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족애까지 끌어들이면 흥행과는 무관한. 작품성으로 밀고 나가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그만큼 관객들은 여자 주인공만 나오는 영화를 그리고 가족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 영화처럼 화목한 한 가정이 등장하는게 아닌 자매의 얘기라면? 결과는 뻔하다. 물론 로즈역을 맡은 토니 콜레트 대신 드류 베리모어가 나오고, 여기다 입양한 동생이라면서 루씨 루 까지 등장한다음 카메론 디아즈와 함께 신나게 액션이라도 펼치면 모를까. 아무리 카메론 디아즈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녀 혼자만으로 흥행을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나는 토니 톨레를 어바웃 어보이에서 보고 홀딱 반했었다. 카메론 디아즈도 존 말코비치되기에선 좋았다.)

이 영화는 오전에만 개봉관이 있었고 오후에는 전부 킹콩이나 나니아 연대기등에 스크린을 넘겨줬다. 그러니까 볼 사람들은 아침 1,2,3회에 보던가 아니면 포기를 하던가 둘 중 하나였다. 지금 개봉영화 중에서 왕의 남자 만큼이나 재미 면에서 뒤지지 않지만 여자들만 나오고 거기다 노인이 등장하는데다 가족 영화이니 멀티플렉스들은 상당히 불안했던 모양이다. 영화에는 갖은 보석같은 장면들이 등장한다. 너무 멋지게 늙어가는 노인들 (그 사이에 살짝 로맨스도 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끝내주게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가족들 대신 미워하고 증오하던 가족들 (나중에는 세월의 힘으로 화해하지만 결코 억지스럽지 않다.) 영화의 스토리로 봤을때는 언니가 동생의 모든것을 책임지거나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내용을 끌고가지 않는다. 가진건 예쁜 외모뿐인듯 보이는 매기도 나름 자신의 몫을 다 하는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 역시 남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로즈의 삶이 해피엔딩으로 끝날때 매기 역시 너무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식으로 끝났으면 굉장히 식상했을테지만 영화는 매기를 그냥 매기로 남겨둔다.

영화는 꽤 심각한 가족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결코 그것을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가벼운 웃음까지 섞어가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가족간의 문제를 단지 웃음 몇번으로 때울 수 있는 무언가로 가볍게 그리지도 않았다. 딱 정도를 걸었다고나 할까? 실제 가족들의 문제도 저 정도로만 무겁고 또 가벼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족들은 흔히 서로의 잘못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용서를 못하는게 아니다. 한번 골이 생기고 그 골에 세월이 더해져 버리면 화해를 할 기회조차도 갖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가족들은 남남처럼 살려고 작정하면 남보다 더 못한 법이다. 로즈네 가족들도 마찬가지이다.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외할머니와 아빠의 사이는 벌어졌으며, 새엄마의 등장으로 인해 아빠와 딸들인 로즈와 매기의 사이도 벌어졌다. 그리고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에 로즈와 매기의 사이도 정상적이지 못하다. 이 가족들이 전부 서로의 노력으로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또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결코 요란스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한 사람만의 희생으로 혹은 노력으로 이뤄지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가족의 화해를 영화는 보여준다.  

영화에서 매우 매력적으로 나오는 카메론 디아즈가 이제는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조금씩 늙어가고 있는게 좀 안타깝긴 하지만 보톡스로 팽팽한 얼굴이지만 괴물같은 표정을 짓는 여느 배우들 보다는 훨씬 더 아름다웠다. 토니 콜레트는 전혀 뚱뚱하지 않은데 영화에서 자꾸 뚱뚱하다는 식으로 나와서 좀 속상했다. 그녀 정도가 뚱뚱하고 볼품없는 외모라면 오직 우리 여자들이 지향해야 할 외모는 바비인형 뿐인걸까? 아무튼 간만에 꽤 재미있고 쓸만한 영화를 발견했다. 개봉관에서 보기 힘들면 비디오로라도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덧붙임 : 원제는 인 허 슈즈인데 여동생과 언니의 화해 뿐 아니라 외할머니와 집안의 화해에도 신발은 큰 작용을 한다. 원제 그대로 둬도 괜찮았을텐데 왜 제목을 바꿨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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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Movie : 사랑을 놓치다.

사랑에는 말도 필요하다.

처음. 사랑의 시작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는지. '우리 사귈래?' 혹은 '우리 사귀자' 아니면 '지금부터 진지하게 만나보자' 에서 '나 이제 널 남자로 (여자로) 볼께' 등등 사랑의 시작에는 무수히 많은 말들이 있다. 물론 한마디 말도 없이 어쩌다보니 바디 랭귀지부터 먼저 시작해서는 (주로 술먹고 기습 뽀뽀) 주뼛거림서 사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일 평범한건 사귀자 혹은 만나자라는 말로 시작하는 사랑이다.

여기 그 말을 절대로 못하는 인간 두 사람이 있다. 우재(설경구) 와 연수(송윤아). 처음에는 연수가 일방적으로 우재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를 못해서 연수는 우재와 끝내 연결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서 우재와 연수는 다시 만난다. 이제 우재도 조금씩 연수가 좋아진다. 그러다가 우재 역시 연수에게 사귀자 혹은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 연수를 보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자꾸 서로를 보낸다. 해리와 셀리처럼 티격태격 하지 않고 좀 애틋하긴 하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될듯하면서 되지 않는건 둘이 비슷하다.

사랑에 관한 충고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잡으라는 말이다. 왜냐. 잡지 않으면 놓치니까. 사랑은 시간하고 똑같아서 영원히 그 자리에서 머물며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회가 왔을때, 그리고 때가 도래했을때 고백을 하건 뭘 하건 해서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걸 못하면 계속해서 놓치게 되고 결국에는 그렇게 보내는 수 밖에는 없다. 그러다가 소주 한잔 하면 안주삼아 '예전에 내가 말이야 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거등' 으로 시작되는 주절거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막판에는 잊게된다. 아주 가끔 그런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떠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지 않는 한. 하다가 끝낸 사랑도 잊는판에 시작도 못한 사랑은 더 빨리 잊혀지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나에게도 첫 사랑이 있었다. 나는 첫 사랑에게 말을 못했다. 나 말고도 그 첫사랑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나와 하루차이로 그를 만나서 고백을 했다. 나는 좋아해요라는 티만 잔뜩 내고 끝내 말은 못했지만 그 여자는 말을 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대학다니는 내내 그 두 커플을 지켜봐야했다. 단지 말을 못해서 그게 전부였다. 그 남자 역시 나 아니면 그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으니까. 만약 그때 내가 용기를 내서 말을 했더라면 내 첫사랑은 이뤄지진 않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짝사랑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 나는 내가 그렇게 놓쳐버린 첫사랑이 너무 아쉬워서 언제나 내가 먼저 말을 했다. 되건 되지않건 일단 말을 하고 봤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면, 그리고 만나고 싶으면 내 쪽에서 말을 꺼냈다. 부작용이 있다면 남자들이 좀 시건방져진다는 것. 내가 자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엄청난 용기를 내어 말했다고 생각하며, 그것에 감사하기는 커녕 지가 그만큼 잘나서가 아니겠냐고 생각한다. 그게 좀 안좋은 점이다. 그러나 적어도 사랑을 놓치지는 않는다. 그 장점이면 상대방의 시건방정도야 새발의 피라고 생각하면 도전들 해 보시길.

영화는 큰 스토리의 비약없이 천천히 흐른다. 우재도 연수도 억지스러운 캐릭터가 아니다. 송윤아가 너무 반듯해보여 지루할듯 생각되었던 영화였는데 의외로 그럭저럭 괜찮았다. 다만 영화가 너무 심심할까봐 끼워넣은 조연들이 좀 어색했지만 (그들의 연기는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에서의 그들이 어색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봐주며 넘길 수 있는 부분이었다. 더구나 그 조연들은 막가파로 튀지도 않았으니까. 우재와 연수를 보면 답답하긴 하지만 아이구 저것들 하며 가슴을 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까지 억장을 무너지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건 연출의 힘이다. 스토리로만 보자면 러닝타임 내내 고백도 못하고 사귀지도 못하는 그들이 무척 갑갑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 덜하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그려냈다랄까? 이게 사랑을 놓치다에 해 줄 수 있는 평가인것 같다.

이 영화는 야한 장면도 없고 스토리에서 피튀기는 장면도 없으므로 가족끼리 충분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좋게 이 영활 써먹자면 고백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커플들이다. 그러니까 사랑과 우정사이쯤 되는 이들이 보면 쟤네들처럼 시간 세월 다 보내지 않으려면 이 영화관을 나서는 즉시 남은 팝콘과 콜라를 버리면서 사귀자고 말해야지라는 각오를 다질 수 있다. 뭐 물론 효과를 보장할 순 없지만 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얘네들은 과연 계속 서로를 놓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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