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진정한 작가로 불리오는 건축가가 많이들 계신다고 늘 생각한다.단지 외국의 디자인을 모방하는것이 아닌 창작의 고통의 추구하기위해 늘 고민하고 생각하는 그런 분들이 계신다고 믿고있다. 그런분들중 시인으로 불리워지는 건축가..곽재환.
그의 흰 머리와 검은 수염은 늘 그를 예술가로 연상시키는 트레이드마크가 되기도한다. 분명한것은 그의 건축에는 다양한 공간과 여유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자연이 느껴지고 공간이 느껴지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영남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맥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있다. 건축 전문 인터넷 방송 아키TV 방송위원, 주간신문 위클리솔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4.3그룹 이시대우리의건축전, DMZ, 예술문화운동 작업전 등에 참여했다. 비전힐스클럽하우스로 한국건축문화대상(입선)을, 제일영광교회로 서울시 은평구건축상(금상)을, 은평구립도서관으로 2001 한국건축문화대상(본상)을 수상했다.
건축가 곽재환씨는 '시인 건축가'로 불린다. 시에도 화자가 있듯이 건축에도 화자가 있다고 여긴다. 건축물은 건축가가 등장시킨 화자이고, 이용자는 독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곽씨는 건축을 '투명 인간의 붕대'라고 비유한다. 건축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곽소장님은 "현대 문명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인간은 자신의 존재 기반이자 근원인 자연에 대한 원천적 지향을 갖고 있다. 이것이 보편성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대표작인 은평구립도서관에서 석교와 반영정, 그리고 응석대가 바로 도시 안에서 자연(보편성)을 경험하게 하는 장치들이다.
쉬어가라’고 유혹하는 듯한 공간을 만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더구나 그 공간이 딱딱한 도서관이라면 어울리지 않아도 한참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 은평구 불광동 산기슭에 지어진 은평구립도서관에 가면 저절로 이구석 저구석에서 쉬고 싶어진다
공공 도서관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수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수험생들의 공부방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도서관은 공공성도 없고, 도서관 본래 기능에도 충실하지 못하다. 공공 도서관은 아직 지역 사회의 인프라가 아니다. 곽재환소장은 은평구립도서관에서 두 단계를 뛰어넘었다. 어린이도서관의 열풍이전부터 그의 건축에는 자연이 있었고 사람이 있었다. 지식과 정보 슈퍼마켓으로서의 도서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지역 주민들이 모이는 너른 마당인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광장과 밀실'이 공존하는 지역 문화 센터를 설계한 것이다.
그는 도서관의 주인을 청소년이나 책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어린이에서 노인, 가정주부, 연인들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동네 어린이들이 숨바꼭질을 할 수 있고, 잔디를 깔아놓은 옥상에 누워 구름이나 별을 보아도 무방하다. 다섯 기둥이 서 있는 중앙 계단에서는 혼인식을 올릴 수도 있다. (사랑공식발췌및 편집)
지하철 3호선 연신내 역에서 내려 불광동 경사지에 조밀하게 들어선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사이로 난 좁은 골목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산 정상 가까이에 단정한 형태의 은평구립도서관이 슬그머니 나타난다.
회색의 노출콘크리트라는 딱딱한 재료와 엄격한 좌우대칭의 직사각형과 정사각형이 되풀이된 건물의 외형을 처음 접하면 이 공간이 쉬어가라고 발길을 잡을 것이란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계단을 올라 구석구석 살피다 보면 그 중 한 곳에서 책을 들고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고 싶어진다. 서쪽을 향해 불광동을 내려다보며 자리잡아 마치 해지는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일부러 터를 잡은 듯한 분위기다.
설계를 담당한 곽재환(맥건축) 소장도 “해질 무렵 노을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모습을 건축동기로 삼았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서향은 도서관의 자리로 적합하지 않다. 독서와 도서의 보존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곳의 서향은 도시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오히려 설계을 위한 촉매로 작용했다고 한다. 곽소장님은 “석양의 황홀하면서도 신비한 빛과 그 우수가 주는 메세지는 도서관의 어떤 텍스트 못지않은 효과를 낸다”며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연의 경이로움에 눈뜨게 하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고 설명했다.
설계자가 의도한 대로 늦여름 해질녁 은평구립도서관은 저녁산책을 나온 주민들로 가득해, 공부하기 위한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공원같은 분위기다. 특히 건물 형태가 외부 여러 곳으로부터 접근할 수 있도록 열려 있을 뿐 아니라 산꼭대기에 있는 불광근린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같은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건물 전체가 공원처럼 느껴진다.
개발로 훼손되고 새 건물에 매몰돼버리기 쉬운 자연공간을 건물이 선 뒤에도 분위기가 살아나도록 배려한 장치다.
산기슭에 예사로 고층건물들이 들어서는 서울에서, 산기슭에 지었으면서도 전혀 산을 거스르지 않게 한 점이 특히 돋보인다.
도서관의 성격을 형성하는 것은 네가지 공간요소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뒷산에서 도서관 옥상으로 연결되는 석교(夕橋). 이 석교는 산 정상의 불광 근린공원으로 직접 이어지면서 건축과 자연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건물 자체도 계단 모양으로, 1층의 지붕이 2층의 옥외공간으로, 2층 지붕은 3층의 옥외공간으로 사용된다. 각 층의 옥외 공간에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응석대(凝夕臺)가 각각 8개씩 24개가 배치돼 있다. 멀리서 도서관을 바라보았을 때 도서관의 형태를 결정짓는 것도 이 응석대다.
피라미드 형태의 유리로 만들어진 도서관 현관을 들어서면 건물 맞은편 유리벽 너머로 연못(반영정·反影井)이 보인다.반영정은 수면에 주위를 둘러싼 건물이 비치도록 하는 동시에 하늘을 수면에 끌어 담는다. 검은 대리석 바닥의 연못에 담긴 물에 하늘을 넣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반영정은 또 지하 1층부터 3층에 이르는건물 전체에 자연채광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연못을 둘러싼 노출 콘크리트 벽면은 현대적인 조형물처럼 느껴진다.
1층에 위치한 어린이 열람실은 도서관 주변 주민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공간이다. 어린이들의 분위기에 맞춘 실내모습 뿐 아니라 엄마와 함께 하는 코너 등이 인기다.
지하의 자료실 겸 열람실은 천장의 일부분이 1층으로 트여 수직적인 확장감을 통해 실제보다 훨씬 넓고 시원해 보인다.
지하층 시청각실에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영화가 무료로 상영된다.
엄무성 은평구립도서관장은 “주민들이 좋아하는 공간을 유지·관리하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주중에도 하루 이용객이 2천5백명을 넘고, 주말에는 하루 4천명 가까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응석대나 불광공원으로 이어지는 외부 계단의 시설물을 공원을 이용하는 일부 사람들이 훼손하는 일이 잦아 관리업무가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놓았다. 열린 공공 공간으로 설계한 의도를 제대로 살리려면 이용객들의 매너가 따라줘야 한다는 말이다.
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상준군(S대 전기공학과 4년)은 “공부가 잘 안될 때 탁 트인 전망을 내다보면 답답하던 마음이 시원해진다”고 말했다.
건축학도를 위한 감상포인트
◈건물외관=노출콘크리트와 엄격한 직사각 형태의 사용 등 전형적인 모더니즘의 조형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솟대나 응석대 등에서 언뜻 포스트 모더니즘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멀리 골목에서 접근하면서 나타나는 전경에서 전체적인 조형미를 살펴본다.
◈솟대=건물 초입에 다섯개의 원기둥이 우뚝 서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기 위한 일종의 입구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곳이 도서관임을 알리는 표석이다. 도서관의 현관을 들어서기 전에 건물 외부에서 한차례의 진입과정을 거치는 셈이다. 다섯개의 솟대는 살고(生), 알고(知), 놀고(戱), 풀고(業), 비는(祈) 행위를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응석대=각 층 옥외공간에 8개씩 24개가 있으며, 그 앞에 각각 잔디밭이 자리잡고 있다. 응석대에 들어 앉으면 마치 찻집에 간 것 같은 아늑함을 맛볼 수 있다. 실제로 응석대마다 사람들이 자리잡고 일어나지 않아 앉을 기회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석교=도서관 옥상에 설치된 다리. 석교를 건너면 바로 산정상 불광공원으로 이어진다. 석교를 건너 산으로 건너가자면 자신이 드라마틱한 연극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다만 현재는 철문을 해 달아 막아 두었다. 엄무성 도서관장은 “공원 이용객들이 석교를 통해 도서관 옥상에 올라와 술판을 벌이는 등 문제가 많아 철문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곽재환 소장은 “빠른 시일내에 철문을 없애고 석교를 통해 오갈 수 있어야 건물의 건축적 의미가 살아날 것”이라고 안타까와 했다.
◈반영정=피라미드형의 유리 천장이 있는 도서관 현관을 지나 곧바로 만나게 되는 반영정은 도서관을 이용하기 전에 꼭 감상해야 할 장소다. 아무런 기능도 갖추지 않은 빈 공간을 계획한 설계자의 의도에 대한 궁금증이 수수께끼를 풀 때처럼 피어오른다. 한국적인 공간이 가진 가운데 마당이란 의미도 읽히면서, 동시에 하늘을 물에 담는 행위와 책을 읽는다는 정적인 활동을 은유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각 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반영정의 표정이 제각각인 점도 흥미롭다.
뒷산 경사면을 그대로 살린 도서관으로 들어서면 동선과 시선이 사방으로훤히 트인다. 불광근린공원 산책로를 건물까지 끌어들여 석교(夕橋)로 연결시켰고, 응석대(應夕臺)와 반영정(反影井)은 노을과 하늘을 담아내고 있다. 도서관 안이 지식과 정보 습득의 공간이라면 건물 밖은 자연과 교감하는 공간인 셈이다.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2002 서울시 건축상은상을 각각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