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31일 (화) 09:58   세계일보

전시장으로 들어온 드로잉…"작가 내면세계 보여준다”


거창한 미학적 놀음보다 작가의 사소한 일상성이 작품의 소재로 부각되면서 요즘 미술계는 드로잉 전시가 유행이다.

드로잉은 완성작을 위한 밑그림에서 불과하다고 소홀히 취급할 수도 있지만 작가의 내적 세계와 창작 역량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감동은 사라지고 현학적 언어만이 난무하는 동시대 미술의 소통 부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 성격도 강하다. 드로잉은 작가 자신의 내면과 에너지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에 소통의 언어이기도 하다.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의 기획전 ‘드로잉 에너지’(11월3∼12월14일)는 드로잉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전시다. 회화에서 선을 긋는 것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장르를 초월해 작가의 사고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드로잉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요즘 미술계의 담론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지름 9m에 달하는 나선형 구조물에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온갖 생각들을 끄집어내 그리는 김을의 작업이나, 머리카락으로 직육면체를 엮고 그 위에 물방울처럼 맺히는 액체를 뿌려 거미집을 만들어내는 함연주의 설치작업도 똑같이 드로잉으로 해석됐다.

평창동의 그로리치 화랑은 5년간 작고 작가와 원로 작가, 젊은 작가들의 드로잉을 집중 소개하기로 했다. 첫 순서로 추상화의 대가 김환기와 남관의 드로잉전이 11월15일까지 계속된다.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은 아예 11월16일 국내 최초로 40평 규모의 드로잉센터를 오픈하고 기념 전시 ‘잘긋기’를 같은 날 시작해 내년 1월21일까지 계속한다. 전시에서는 드로잉의 개념, 영역, 역할을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작가 40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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