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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7 - 애장판
김기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눈위에서의 아름다운 성은의 누드를 보고 성은이 강유노로 인해 상처를 훌훌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뻤다. 그런데 불현듯이 유노가 교통사고가 나더니 오히려 성은이의 상처가 세상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지경에 이르고... 나는 궁금해서 미쳐가는데 만화는 그로부터 5년간이나 소식이 없었다.
애장판이란 이름으로 5년만에 나타난 설(雪)은 성은과 유노의 관계를 또 찢어놓으려고 한다. 복부가 찢어지는 아픔을 감수하며 성은을 찾아 나선 유노의 노력이 너무 헛되게도 성은은 다른 사람은 다 기억하지만 유노만은 기억하지 못한다. 성은이 애써 밝은척을 하려 하면 할수록 더 가슴아프게만 다가온다. 흙탕물을 다 쏟아내어 새 물로 채우기 전에는 흙탕물은 계속해서 흙탕물일수 밖에 없듯이 성은의 아픔이 다로내기 전까지는 성은은 계속해서 흙탕물인거다. 그저 밑바닥에 깔려 있어 맑아 보일 뿐... 성은을 사랑해주는 기남도 그걸 알기에 유노에게 성은의 옆자리를 순순히 내어준다.
5년전 아니 10년전에 이 만화를 보았을 때 참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때까지 보았던 만화들이 참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만화였다면 설(雪)은 뭔가 꼭꼭 숨기고 있는 만화 같았다. 절대 쉽게 풀어 말하지 않고 이들의 관계, 이들의 상처 모두 숨겨놓았다. 한권 한권 읽어가면서 그 상처들이 뭔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은과 유노의 고해성사 같은, 상처의 치유같은 사랑 장면에 가슴이 콩딱 거렸다. 내게 더 이상 설(雪)은 어려운 만화가 아니라 상처치유의 성스러운 작품이 되었다. 그런 만화였기에 오랜 시간 기다릴 인내가 생겼고 이제라도 나와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기억상실증, 그것도 유노만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은 맘에 들지 않지만 힘겨운 치유의 과정을 거칠수록 완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8권을 기다리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