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읽은 (아니 꽤 됐나..)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도 그렇고 이 책 <적의 화장법>도 그렇고 참 많은 철학적 사유들을 끌어들인다. 그런데 왜 나는 그런 철학적 사유앞에서 콧방귀를 뀌게 되고 자꾸 피식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는걸까.. 내가 아는 파스칼이라고는 "1Pa은 1㎡에 1N의 힘을 받을 때의 압력 " 이라는 물리량이 전부임에도 파스칼이 누군지 또 그가 쓴 팡세니 뭐니 하는 철학책이 어떤책인지 궁금해지지가 않는다. 그저 웃음의 장치로 넣어둔 그 무엇이라고만 생각하게 된다.

사실 나의 책읽기 방법은 참 피곤한 스타일이였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밑줄을 전부 그었고 나중에라도 꼭 알아봤으며,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인물, 용어들이 노트 몇개를 만들고도 남았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닌것 같다. 웃으라고 얼마나 웃기는 짬뽕같은 인간들의 대화인지 한번 들어보라고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읽기를 다 하고 책을 덮었을 때 나는 헉! 하는 신선함과 대화의 스릴, 그리고 어거지 같은 철학적 사유와  깨끗하게 결론내지 않은 결말로 인해 잠시 멍~ 했다. 그리고 가슴이 시원해지는 듯한 알싸한 기분을 맛보았다.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처음이다. 재작년인가 동생이 적의 화장법이란 연극을 보았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고, 요즘 뜨고 있는 작가라는 것 이외에는 그녀에 대한 정보는 내게 전혀 없었다. 사실 첫장을 딱! 열었을 때 만일 이 책을 서점에서 열어보았다면 안샀을 책이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녀의 책은 아무래도 종이 낭비가 심한 책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글자와 글자사이의 띄어쓰기가 너무 크고, 줄간격도 너무 크고, 글씨도 너무 크다.  그래서 며칠전 서점에 가서 요시다 슈이치의 <거짓말들의 거짓말>을 사려고 책장을 넘겼다가 내용이고 뭐고 줄간격 너무 크고 글씨 큰거 보고 에잇! 하며 그냥 놓고 나왔다. 그러니 적의 화장법을 서점에서 책장 한장 열어봤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일단 내가 서점에서 열어보지 않았음을 감사하는 바이다. 2시간인가만에 다 읽어버린 적의 화장법.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면서 또 불안해진다. 너무 비슷한 류의 책이면 어쩌나... 실망을 주면 어쩌나..하고 말이다. 하지만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그 두려움을 앞서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적의 화장법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일것이다.

정말 재밌다!!! 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정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재미있다. 질척하지 않고 끈적끈적하지 않게 재미있다. 뭔가 두고두고 오래 생각하게 하지도 않고, 시원찮은 결말이(진짜 앙귀스트가 죽인거 맞아요??) 살짝 걸리긴 하지만 그것때문에 누군가와 토론을 하고..뭐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냥 재미있다. 그저 재작년 동생이 보았다던 그 연극.. 대체 어떻게 만들었을지..이렇게 신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연극으로 꾸몄을지 고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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