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FE - [할인행사]
박찬욱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학기 수업 중 [영화로 생각하기]라는 과목이 있었다. 총 20편의 영화를 가지고 수업을 하였는데 그중에 하나가 <올드보이>였다. 교수님이 가장 중점적으로 가르치신 영화가 올드보이와 블래이드 러너 였는데 안타깝게도 난 두 영화를 다 보지 못했다. 그리하여 학기가 다 끝난 방학에서야 그 영화들을 보고 있다. 이제서야 한장면 한장면 수업할 때 하셨던 말씀과 여러 철학적 사유들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영화라는 작업이 갖고있는 매력을 더욱 느낄수 있게 되었다.

올드보이를 배울때는 크게 두가지를 말씀하셨다. 여러 책들이나 평론가들에 의해 화자되었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그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자캉의 오인의 구조였다.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철학적 사유는 두번째 자캉의 오인의 구조였다. 생후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아이들은 거울을 보면 좋아하는데 거울속의 자신을 완벽한 자신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의 장면중에 우진이 수아를 애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수아는 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과 몸을 비춰본다. 매우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것은 자신에게 빠진 나르시즘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진은 사진기로 누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죽어가던 순간의 누나의 사진을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놓고 있다. 이러한 사진기로 바라보는 행위 또한 앵글을 통해 완벽한 여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오인의 구조, 착각의 구조를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를 그저 재미있게 즐기고 느끼고 감동받는 일을 나는 좋아한다. 영화 뿐 아니라 책, 연극, 그림, 조각 등  모든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 분석하기보다는 그저 즐기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뭔대? 라고 자문하며 영화보는 것을 참으로 혐오하고 짜증내곤 하였다. 사실 여전히 그렇다! 작가의 의도보다는 내가 보고 느낀 그대로 내 맘대로 해석하기를 더 좋아한다. 뭐 솔직히 평론가들이라고 다르겠나 싶기도 하고, 그쪽에 대해서 무진장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지울수는 없다. 그런데 수업을 받으면서 영화속에 들어있는 여러 장치들, 여러 장면들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고 공부하면 할수록 장면 하나하나가 그냥 스쳐 지날 갈 것이 아니라 감독을 비롯한 많은 제작진들이 고민하고 깊이 사고한 결과물이란 사실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 아주 정성껏 단 한컷도 놓치지 않고 보려고 애쓰게 된다.

여자들은 야구나 축구를 싫어한다고 한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 난 초등학교 때부터 아빠와 둘이 주말이면 TV앞에 앉아 야구 중계를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축구 경기든 야구 경기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까닭은 경기 규칙을 어느정도 숙지하고 있으며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팀에 한 2-3명 정도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다. 응원과 함성과 박수를 보내면서 말이다. 영화든, 책이든, 드라마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최소한의 규칙과 감상포인트를 알고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인물 1-2명이 끼여있으면 그 영화는 그냥 막..감동인 것이다. ^^ 뭐 영화, 책, 드라마 뿐이랴.. 요즘 친구들과 와인파티를 한달에 한번정도 갖고 있는데 소주에 김치찌개 하나면 밤을 꼴딱 세던 우리가 어려운 와인 이름을 외워가며 향과 맛을 느껴가며 파티를 갖는다 (사실 파티는 무슨..그냥 몇명이서 뭉쳐서 술한잔 하는거지 ㅋㅋ ) 그냥 마실때보다도 이 와인이 무슨 와인이다. 빈티지는 몇년 산이고 어느나라 꺼고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거라더라..어쩌구..뭐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괜히 맛도 더 좋아지는 거 같고 향도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다.

앞으로도 난 영화를 볼때 그냥 웃다가 울다가 아무 생각없이 즐길 것이다. 그것이 행복하고 좋으니까! 하지만 영화를 보며 생각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음을 조금씩 알아갈 것 같다. 아주 최소한의 규칙들을 읽어낸다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보기가 될수 있겠다..뭐 이런 생각을 가져본다.  올드보이 얘기보다 영화로 생각하기 과목에 대한 이야기로 리뷰가 마무리 되버렸네. 그래서~  결론은  올드보이 재미있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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