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정치이야기를 가장 싫어한다. 그 다음으로 싫어하는 것은 경제 이야기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뉴스와 나는거리가 멀어진다. 아기를 갖기로 마음 먹은 작년 여름부터는 더욱더 세상에 더럽고 추하고 징그럽고 엽기적인 것들은 더 멀리하고 안보고 듣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어쩌다 태양님이 그런 이야기들을 할때면 막 화를 내고 제발 나와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말하지도 보지도 말자구요!!!! 좀 깨끗하고 투명한 것들만 보고 듣고 얘기할 수는 없겠어!! 라고 화를 내곤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와 상관없는 것들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문유정, 그녀가 만일 모니카 고모를 따라서 윤수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면 그것이 바로 [나]인 것이다. 나 이외에는 관심도 없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그렇다고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그런 [나]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내가 당장 어떤 일을 행하며 나 자신을 깨고 나와  상관없는건 이 세상에는 없어! 라며 세상읽기를 향한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아직은 그럴 여력도 자신도 없다... 단지 [나]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참 많이 울었다. 나를 울리는 책을 볼때마다, 나를 울리는 공연을, 영화를, 드라마를 볼때마다 시청자를, 관객을, 독자를 가지고 노는군!! 하면서 다분히 의도적인 눈물을 흘리게끔 글쓰고 만드는 그들에게 조소를 띤 비웃을 날리곤 했었는데 (그러면서도 번번히 당해 펑펑 울어댔지만...) 참 많이 울린 이 책을 덮은 지금은 그런  생각이 안든것이 아니라 안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그전에 그녀가 말하는 것을 하나하나 의심했었다. 그 뒤에 어떰 음모나 흉계가 있다고도 생각했었다. 아니면 그녀가 바보거나, 그런데 바보였던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였고 흉계와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도 바로 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상대방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던 그 음모 말이다. 그리고 결국 그건 바보짓이였다.

고2때 학생 회장 선거를 나갔었다. 난 저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선거 참모로 나를 도와주는 친구들이 참 열심히 활동했다. 솔직히 고1때 부회장 선거에 나가는 친구를 무진장 열심히 도와준 일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내가 투표한 건 다른 친구였다. 다른  이들에게는 이 친구 찍어달라고 하고 다니면서 정작 나는 다른 사람을 찍다니... 그렇게 나는 이중적이였다. 나를 도와주는 친구들을 곱게 바라볼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다른 친구가 더 회장감인데... 왜 나를 지지하는 걸까.. 저 아이들도 분명 나를 찍지 않고 다른 아이를 찍겠지... 나 자신이 세상을 속이고 살았기에 남들도 나를 속이고 산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이 자꾸 나의 치부를 드러내게 한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하고 싶게 만든다. 난 윤수가 아닌 나의 남편에게 말해야겠지. 그래서 내게 삐뚫게 자리잡혀 있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지.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면 좋을지 고민이다. 그리고 얘기 하고 나면 정말 고해 성사를 마친 것처럼 홀가분해지고 용서받을 수 있다는 행복감으로 살아가고 싶다.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소설이였나?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으며 그것에 관심갖지 않고 또 다시 오로지 [나]를 향해만 책을 읽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거창한 건 할지도 모르고 할수도 없다. 그저 나를 스쳐간 사람들에게 좀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낼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자고 그렇게 다짐하게 된다. 죽어도 마땅해! 라는 소리를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다. 가장 소중한 것, 가장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자 한다. 그리고 진정 행복한 시간들, 나와 또는 사회와 얽혀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좀 더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무엇보다 내가 이제 더 이상 용서 할수 없을것 같았던 그녀에 대해서도 일곱번씩 일흔번이라도 용서하라 하셨던 그 말씀대로 용서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난 용서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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