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좌절하는 것들이 좋다

  

함박눈 못 된 진눈깨비와

목련꽃 못 된 밥풀꽃과

오지 않는 전화와 깨진 적금,

나를 지나쳐 다른 주소로 가는

그대 편지

 

나는 좌절하는 자세가 좋다

바닥에 이마를 대고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뿌리의 세계를 들여다본 것들

마치 하늘에 엎드려 굽어내려보는 신 같은

 

 

김경미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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