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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미술관에 자주 가는 편이다. 뭐 그렇다고 매일 밥먹듯 가지는 않지만 세계적인 미술가의 전시나 인사동의 크고 작은 전시관들을 둘러보는 편이다. 그럼에도 난 한국화, 우리 옛그림 전시회에는 거의 가본 기억이 없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한국화와 멀어지게 했나... 이 책을 통해 보니 사전지식도 너무 없었거니와 옛그림의 감상법! 그림 읽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였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 한권을 딱 읽으니 한국화에 대한 애정이 팍팍! 솟고 빨리 가서 내 방식대로 우리 옛 그림을 읽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샘 솟았다.
오주석 선생님은 책 머리에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知之者 不如好之者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好之者 不如樂之者
이 글을 써 놓으셨다. 이 글은 이 책 전체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으며 저자 오주석 선생님의 옛 그림을 향한 애정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 책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이 그림 자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이 그림이 나오게 된 배경, 작가의 성품까지 엄청난 자료의 고증을 통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참으로 대단해보였다. 특히나 적게는 200여년전의 작품부터 많게는 600여년 전의 작품까지 있는데 하나 같이 마치 화가가 그릴 때 옆에 계셨던 것 처럼 그림의 한 획 한 획을 설명하실 때에는 소름이 다 끼칠 정도였다.
오주석 선생님이 책 중간에 적어 놓으신 옛그림 보는 법은 이 책의 제목이 왜 [그림 보기]가 아니라 [옛그림 읽기] 인지 설명해 놓으셨다. 이 부분을 읽으니 나도 어느 작품이든지 허투루 쓰윽..스치듯 보지 말고 잘 읽으면서 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주석 선생님의 글에는 선비의 정신이 참 많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어느 문장 하나 허투루 쓰신것이 없이 매우 정성들여 가장 아름다운 단어들을 골라 쓰신 것 같고 글에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며 학과 같은 고고함도 묻어 난다. 그렇다고 어려운 단어를 골라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게 쓰시지도 않았고 최대한 눈높이를 이제 막 그림 읽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맞춰 재미도 주면서 감동도 주는 그런 글을 쓰셨다. 이렇게 멋진 문장가를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 되어서 너무 안타깝지만 언제나 말하는데 이제라도 알게 된것에 너무 너무 감사한다.
오주석 선생님은 만약 하늘이 꿈속에서나마 소원하는 옛 그림 한 점을 가질 수 있는 복을 준다고 한다면 나는 <주상관매도>를 고르고 싶다 고 말씀하였다. 여백의 미가 한껏 살려진 그림. 아마 선생님의 생각도 이렇게 많이 비우면서 또 즐기면서 살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맨 뒤에 실려져 있는 컬러 도판의(난 구판으로 읽었다) <주상관매도> 를 보고 깜짝 놀랐다. 깍아지는 듯한 절벽위의 나무에 붉은 꽃 하나와 푸른 꽃 하나가 그려져 있는게 아닌가. 배를 타고 나온 노인을 위해 자연이 힘을 모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애 반짝 쇼를 보인것만 같은 느낌이였다.
한 문장 한 문장 또 그림 한 폭 한 폭, 내 마음에 담고 싶은 떨리는 가슴으로 이 책을 보았다. 책을 덮는 이 순간이 너무 안타깝고 도서관에 반납해야 한다는 사실도 마음이 아프다.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2] 만 구입했는데 조만간 구판을 구해서 소장해야겠다. 개정판의 아쉬움은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으나 오주석 선생님의 꿈에서라도 갖고 싶어하시던 <주상관매도>를 표지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