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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말순씨 (2disc)
박흥식 감독, 문소리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주책스런 엄마와 살짝 싸가지 없는 아들내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였던것 같다. 엄마 말순씨는 생각보다 비중이 크지가 않았고 대신 엄마와 같은 위치의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이들이 엄마와 같은 위치라는 건 비중을 떠나 나 주인공 박광호가 쓴 126호 행운의 편지를 받을 대상이라는 점이다.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재명이, 손가락 두개가 잘린 철호,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옆방 누나 은숙. 또 이들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이들은 내 편지를 4일안에 다른 사람에게 보냈어야 했는데 보내지 않았고, 또 정말 내게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웬 쌩뚱맞게 행운의 편지? 라고 생각하다가 나의 어린 아침마다 몇 통씩 우편함에 들어 있던 행운의 편지가 떠올라 피식 하고 웃고 말았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안쓰면 무슨일이 날까봐 힘겹게 힘겹게 써서 친구들 집 대문에 꼽아놓고 도망오기 바빴다. 요즘도 그런 편지가 돈다지? 프린트를 하거나 복사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은적이 있다. 어쨋든, 그 행운의 편지는 웬지 행운보다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더 많이 안겨주었던것 같다. 이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그것이 아닐까? 사춘기와 행운의 편지의 공통점 같은것! 사춘기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변화를 겪기는 하지만 이 변화가 나쁜것이라고 보다는 한층 더 성숙해지는 소중한 시기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우리는 참 많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갈팡질팡했었다. 좋은면 보다는 나쁜 쪽이 더 많이 부각되고 마치 사춘기는 반항기 라는 등식마저 성립했었다. 사춘기는 어쩌면 행운을 가져다 줄 그 언젠가를 위해 몇통의 편지를 쓰는 그런 시기가 아닐까 한다.
한 소년의 성장통을 보여주는 것이 의도였다는 이 영화는 연기자들의 무덤덤한 연기가 참 일품이다. 처음에는 문소리씨 너무 연기를 성의 없이 한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이 정말 그 시대 엄마들의 모습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진서도 튀지 않고 조용 조용, 강민휘도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맘껏 펼쳐 보인 듯 하다. 솔직히 나의 어린 시절에도 우리 동네에 바보가 있었다. 너무 싫어서 매일 보면 도망 다니기 바빴는데 이상하게 나만 보면 다른 애들에 비해서 더 ?아 왔었던 것 같다. 애들이 야! 저 바보가 너 좋아하는거 아니야? 이 소리를 할때마다 더 부끄럽고 화가나고 했었는데 어쩌면 재명이처럼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렇게 ?아다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중, 후반의 사람들에게 어린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일 듯 싶다. 그리고 지금의 청소년 들에게도 모양새는 다르겠지만 동일한 성장통이 있을꺼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려서 이해할 수 는 없지만 잘 이겨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