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고 '공중그네'를 읽지 않은 나는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유머는 유머로, 아픔은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 분석으로 들어가면 그 순간 순수함은 없어지고 전작에 비해 어땠다 저땠다 식으로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더풀보다 공중그네가 더 낫다는 의견들이 다반사니 호호호 이 어찌 행운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

본격적으로 인더풀 얘기를 해보면 이라부! 그는 천재인가, 아니면 엽기 변태에다가 아직 덜 자란 어른인데 모든 것이 우연으로부터 나와 힘을 합쳐 그를 도와주고 그의 환자를 낫게 해주는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첫 이야기 [도우미]를 읽으면서는 이라부가 일부러 그녀의 망상과 똑같은 행위를 그녀 앞에서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렇게 해줌으로써 주인공 히로미가 스스로 그것을 깨달아 가길 바라는 의미에서...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니 그녀를 치료해주겠다고 병원 밖인 탤런트  시험장에까지 가서 시험을 치룬 다는것이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그녀의 병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이라부 이기에 그는 과연 천재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 너무 섰다!] 편에서 보면 또 그것도 아닌것 같았다. 아내의 부정으로 이혼을 하게된 남자가 음경강직증(진짜 있는 병인가?)에 걸려 음경이 발기해 가라앉질 않아 내과 치료를 받다가 정신과로 오게 되었다. 별 치료는 하지 않는것 같은데 환자 스스로가 이라부의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해 나간다. (그게 이라부의 치료법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이라부가 3개월 함께 산 아내에게 '이런 ››어빠진 화냥년' 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고는 자신은 자신을 두고 바람을 핀 아내에게 그렇게 못했음을 후회한다. 또 이라부와 그의 3개월 함께 산 아내가 병원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살아 있다는 실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확실히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것을 통해 나음을 받는다. 이 싸움은 치료를 위해 혹시 이라부 선생이 꾸민 짓이 아닐까? 혼자서 생각해봤다. 그런데 또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니 저 사람 하나 치료하겠다고 병원의 기물을 다 부셔가며 쌈질을 하겠는가..아니지 아니지..

책을 읽으면서 계속 헷갈린다. 그는 치료를 위해 일부러 저러는 것일까, 아님 진짜 우연일까!! 그러나 이것 한가지 확실한 건 그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의학 책을 뒤적거려보고 지금까지의 여러 사례들을 검토해 본다든가의 식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지금 무엇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지 그 원인에 그 자신도 함께 빠져봄으로써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해결책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들 처음에는 이 의사의 외모만을 보고 비호감을 갖게 되고 다시는 병원에 오고 싶지 않은 감정마저 갖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를 해보면 해볼수록 자신과 똑같은 행동을 하는 그를 보면서 그들은 마음을 열고, 오로지 말할 상대라고는 이라부 선생밖에 없음을 느끼고 매일 같이 출근을 한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혼자있는 것을 못견뎌 하는 프렌즈의 유타를 통해서 나의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고,  때로는 어린애처럼 또 때로는 친구처럼 구는 이라부를 통해서 미래의 나의 부모상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논픽션 작가 요시오를 통해서는 책임감 이라는 무서운 감투 때문에 잔소리가 늘어가는 남편의 모습을 보았고, 싫은 소리 못하고 살아 세상에서는 함구하고 오로지 남편만을 향해 화를 내뿜는 나를 보게 되었다(나의 음경강직증은 성기의 발기가 아닌 남편에게 향하는 짜증과 폭언이다) 나는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기때문에 오히려 이라부 같은 의사를 만나면 더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의사가 정말로 있다면 한번 쯤은 만나고 싶다. 너무 이성적으로 살려고 해서 감성들이 자꾸 메말라가고 지적 허영심만 가득차지는 나의 이 병을 고침 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의 엽기 적인 행각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함께 수영장 유리창을 깰 수 도 있고, 함께 돌을 던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웬지 쾌감이 밀려오고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내 마음을 쓸고 가는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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